제20집: 하늘을 위로하자 1968년 04월 28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03 Search Speeches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 감옥

선생님이 있던 감옥에서는 유산 암모니아를 만지기 때문에 옷자락에 묻게 되면 냄새도 지독하지만 냄새보다도 그 옷은 하루만에 구멍이 뚫어집니다. 옷자락이 뚫어질 정도의 모진 일인 것입니다. 구멍이 뚫어지면 기워야 하는데, 손가락으로 깁습니까?

그곳에서 제일 그리운 것이 무엇이냐? 물론 밥입니다. 거기에 누가 면회 왔다 하면 물론 사연도 그립겠지만 그 사람 얼굴보다도 손부터 보게 됩니다. 군대 생활을 해본 사람은 그 심정을 좀 알 것입니다. 누가 면회 왔다 하면, 뭘 입고 왔나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뭣을 갖고 왔느냐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건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여러분이 일주일 금식을 할 때, 7일째 되는 날 밤 12시 되기 10분 전의 기준이 어떠하던가요? 그 자리에서 죽을 보게 되면, 세상의 무엇보다 좋아할 것입니다. 얼마나 간절합니까?

먹을 것이 제일 그립지만 그 다음에는 무엇이 그리우냐 하면 바늘입니다. 옷을 꿰매려 해도 바늘이 있나, 실이 있나? 없는 것 천지이기에 감옥살이 오래 한 사람은 상거지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가다가 천조각이 있으면 쇠똥이 묻어 있든 말든 집어 드는 것입니다. 부끄러움이니 자존심이니 얘기해 봐야 소용 없어요. 부끄러움 같은 것은 진작에 작별했는데 부끄러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리어 자랑입니다. 여러분, 그런 기분 알겠어요? 그런 감옥살이를 5년 이상 10년 쯤 사람들의 보자기를 보면 별것이 다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살림살이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바늘이 어디 하나 있다 하면 교섭을 합니다. 그래서 하나 구한 것도 이걸 한번 쓰려면 `와이로'를 써야 되는 판입니다. 그것도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안 빌려 줍니다. 그래서 어느 감방에 바늘이 하나 생겼다 하면 이건 화제거리가 됩니다. 그것을 가까운 사람을 통해서 빌려 왔든, 새로 들어온 사람이 가져왔든 간에 소동이 일어납니다. `내가 어른이다. 고참이다' 하면서 달려드니 빌려온 사람은 깁지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다가 주인이 달라면 돌려 주어야 하는 판국이었습니다. 선생님도 그때 바늘을 보고 이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선생님은 거울을 통해 갈라진 이빨을 볼 적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가는 철사 줄로 가마니를 꿰매는데 이 철사를 끼울 수 있는 골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강철입니다. 그것으로 바늘을 만들려고 `도록꼬'가 다니는 레일 위에 놓고 톡톡 두드리면 납작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납작해졌다 해도 구멍을 뚫을 수가 없기 때문에 구부려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것을 구부리는 데 잘 구부려야지 잘못하여 딱 하고 부러지는 날에는 십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해서 겨우 만들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직접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말만 들어서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거기 공장 높은 곳에는 유리창이 있습니다. 유리가 필요할 땐 그저 유리창을 깨뜨리는 겁니다. 이건 선생님이 했다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장난도 했다는 것입니다. (웃음) 간수야 있건 없건…. 간수들도 어쩔 수 있나요? 자기들이 못 해주니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유리 조각을 하나 구해서 가마니를 타개어 놓지만 구멍을 맞추어 꿰매어 나갈 수가 있나요? 할 수 없이 비료 가마니를 펼쳐서 구멍을 다시 뚫는데 철사 줄이 중간에서 꼬부라져서 끝을 삼분의 일쯤 남겨 놓고 딱 부러지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좀 튼튼한 철사줄을 골라 가지고 떠야 하는데, 일일이 뜨자니까 자꾸 꼬여서 일을 할 수가 있나요? 그래서 와이어 줄을 이빨로 물어서 자르다가 갈라진 이빨입니다. 잊을 수 없는 기념품입니다. 선생님은 거울을 볼 적마다 그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오늘날 바느질이 문제입니까? 바느질하는 통일교 아주머니들 이제부터는 바늘님 오셨습니까? (웃음) 참 고마운 실이구나라고 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일년 반이 지난 어느날 가마니를 꿰매어 들어가는데 이 가마니에 바늘이 하나 있었습니다. 꿰매는 가마니는 농촌에서 전부 가져 오는데, 막 모아서 가져 오는 바람에 거기에 떨어진 바늘이 휩싸여 왔었나 봅니다. 그래서 바늘 하나를 얻었습니다. 그 소문이 감옥의 8백명, 천명의 수인들에게 `야 누구에게 바늘 생겼다' 하고 소문이 주욱 퍼졌습니다. 바늘이 생겼을 때 하나님 앞에 천명 받은 때처럼 기뻤습니다. 거기 있는 사람은 아무 것이나 다 할 줄 압니다. 선생님은 팬티도 잘 만들어요. 학교 다닐 때 책을 싸는 보자기는 좋은 팬티감이었습니다. (웃음) 선생님은 뜨개질도 할 줄 압니다. 못 하는 것 없이 다 할 줄 알아요, 여자들 신세 안 지고도 혼자 멋지게 살 수 있다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