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집: 인생의 갈 길 1971년 01월 08일, 한국 춘천교회 Page #236 Search Speeches

지혜로운 사람

선생님이 오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끝이 없겠습니다. 여러분이 지루하다면 5분 내에 결론을 맺고 끝마치겠습니다. 오늘 선생님은 의정부에서 말씀이 끝나게 되면 춘천으로 가야 합니다. 3백리 길을 앞에 놓고 지금 여기 와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빨리 끝낼까요? 조금 더 세밀하게 해서 재미있게 이야기할까요? 「좀더 세밀하게 얘기해 주십시오」 처음 오신 분들도 그런 생각이예요? 나도 옛날에는 남의 말 듣기를 참 싫어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실례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예」 그렇다면 어디 한번 해봅시다.

그러면 세계에서 잘난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 어느 동네에 어수룩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봄철이 되어도 발갈이할 줄 모르고, 여름이 와도 김을 맬 줄도 모른다는 거예요. 또 가을에 추수해 가지고 마당에 멍석을 펴고 곡식을 말리고 있는데 소낙비가 쏟아져도 눈만 꺼벅꺼벅하면서 곡식을 담을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김새는 아주 잘생겼고 말도 바로 하고 행동도 바로 하더라 이겁니다. 한 십년쯤 지내면서 그 사람이 하는 짓을 보니 무용지물과 같더라 이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인민군이 쳐내려오기 전날 보따리를 싸 가지고 피난을 가버렸다면 그 사람이 잘난 사람입니까, 못난 사람입니까? 「잘난 사람입니다」 모든 면에서 형편없는 빵점이었지만, 인민군이 오기 전날 살짝 보따리를 싸 가지고 어디론가 피난을 갔다는 겁니다.(웃음)

이것을 두고 볼 때, 그 동네에서 제일 잘난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소와 말을 키우며 `소야, 말아, 새끼를 한 마리만 낳지 말고 쌍동이를 낳아라' 하면서 너저분하게 닻줄을 내려 가지고 운신도 못하고 거기에 매달려 있다가 인민군한테 죽은 사람과 `그런 것 다 뭘해. 내 생명만 붙어 있으면 되지' 하면서 섭섭한 마음 없이 살짝 보따리 싸 가지고 피난간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잘난 사람입니까? 「인민군한테 죽은 사람이요. 웃음」 죽은 사람이 잘난 사람이예요? 너 고등학생 같은데 그렇게 대답해? 보따리 싸 가지고 도망 간 사람이 잘난 사람이지요? 「예」 틀림없지요? 도닦는 사람들이 그런 패입니다.(웃음)

기독교 예수장이들, 나도 예수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것 좋아서 붙인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없어서 붙인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어수룩하게 생겼지만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수판으로 이리저리 전부다 따져보고 손해 안 나겠기에 하는 겁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잘살겠다고 생각 안 합니다. 예수 믿고 천당간다는 겁니다. 예수 믿고 천당 간다는 말이 기분 나쁜 말이 되었지요? 왜 기분 나쁜 말이 되었습니까? 예수 믿는 사람들이 거짓말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기분 나쁜 말이 된 것입니다. 원래 그 말의 뜻은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 먹고 쉬소' 하는 말은 좋은 말입니다. 그렇지요? `밥먹고 쉬소' 하는 사람은 그런 말 안 하는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밥을 먹고 쉬라는 것은 벌써 배고픈 사람을 동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배고픈 줄을 모르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고 친구될 수 있는 사람이며, 사정이 통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인 것입니다. 그런데 `밥을 먹고 쉬시오'라고 했을 때 `예, 쉬지요. 그렇지만 밥이 있어야 먹지요'하고 대답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그렇지만'이 붙는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그래요? 이걸로 잡수소' 하면서 돈 천 원이라도 주게 된다면 허리를 굽히며 `예, 고맙습니다'하는 거예요. 그렇다는 것입니다.

종교인들은 세상 사는 데에 재미를 붙이지 말라고 합니다. `이 세상은 다 불심판을 당하여 망할 것이다. 심판하면 다 죽지만 예수 잘 믿는 사람들만 살아 남는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 봤지요? 「예」 이렇게 기분 나쁜 말이 어디 있어요. 그렇지 않아요? 그러면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이냐? 여러분은 그러한 순간에 보따리 싸 가지고 살 수 있는 자리에 갈 자신이 있어요? 문제는 이것입니다. 말세가 오면 믿는 사람들이나 믿지 않는 사람들이나 전부다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할 테지만, 인민군이 삼팔선을 넘어올 때에 보따리 싸 가지고 자기가 살 곳으로 찾아가는 거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때에 보따리 싸들고 살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자신이 있느냐는 거예요. 그럴 수 있다면 잘난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 앞날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앞날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사람은 나라가 망해도 남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또 이 세계가 망하더라도 남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남아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가능성에서 출발이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없는 곳에서는 출발할 수조차도 없습니다. 그래서 종교인들을 중심삼고 가능성이 있는 출발이 천지간에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벌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