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집: 참된 사람들 1971년 02월 11일, 한국 마포교회 Page #322 Search Speeches

위인. 성인. 참사람

이순신은 대한민국을 중심삼고는 충신이지만, 일본을 중심삼고는 뭐예요? 역적, 원수라는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일본의 맨 졸장부라도 이순신만 잡는 날에는 일본 민족 앞에 애국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돼 있지요? 여러분은 그걸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순신은 위인은 되지만 성인은 못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것을 전부다 알고 살아야 됩니다. 그저 아무래도 좋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길을 건너가려면 건너갈 길을 가려 가지고 한 발자국씩 건너가야 하고, 사다리를 올라가려면 하나 둘 올라가야 되는 것입니다. 덮어놓고 다 가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은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추대할 만한 애국자이지만 성인은 못 된다는 것입니다. 성인과 위인은 다릅니다. 참사람이라면 지역적인 환경을 초월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참사람이라면 일본에서도 참사람이라야 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장은 될는지 모르지만 그건 한 가닥이라는 거예요. 대한민국을 중심삼아 가지고는 명장의 권위를 가진 위인의 입장에 설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본연의 인간, 참된 인간을 중심삼아 가지고는 불합격자라는 거예요. 그러니 그 사람은 우리가 표준으로 할 수 있는 참된 사람은 못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보세요. 성인이 크냐, 위인이 크냐 하면 성인이 크지요? 그건 알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에게 '성인 될래요, 위인 될래요? '하고 물어 보게 될 때 위인 되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든지 '성인이 되지' 한다는 것입니다. 성인이 되려면 몇십 년 전부터 위인 명패를 따두고 있어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위인 사촌 축에도 못 들어 가지고는 '성인이 되지. 그걸 물어 볼 필요가 뭐 있어? '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관절 성인은 어떤 사람이냐? 여러분, 그것 알아야 돼요. 성인은 민족을 초월합니다. 세계적이지 않고는 성인이 못 되는 것입니다. 그 성인의 마음 가운데 민족을 중심삼고 세계 제패의 꿈이 있다면 그는 독재자는 될는지 모르지만 성인은 못 됩니다. 그런 유의 사람은 독재자입니다. 여러분, 파시즘 잘 알지요? 그것은 자기 일개 민족을 중심삼고 그 민족의 욕망을 세계화시키려고 칼을 휘두르고 별의별 짓을 다 하다가 나가자빠진 그런 역사적인 산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 히틀러 같은 사람은 게르만 민족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의 조상을 따져 보면 그 조상이 백정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독재자는 될는지 모르지만 성인은 못 됩니다.

성인이 어떠한 사람이냐? 성인은 세계적입니다. 국가를 초월한 초국가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가치와 세계의 가치를 그리면서 자기의 생명을 심고 간 사람이 아니고는 성인이 못 됩니다. 여러분은 그걸 알아야 됩니다. 성인은 세계적입니다. 그런데 위인은 일국에서 환영받는 무리입니다. 위인의 죽음길에는 민족의 눈물이 연결되어 민족 전체가 따라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의 길은 민족도 배반했더라 이겁니다. 저 녀석은 미친 녀석이라고 대한민국이면 대한민국 전체가 욕하고 반대하는 입장에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나라를 대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민족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민족을 사랑할 수 없는 입장에 몰렸고, 만민의 행복을 소개할 수 있는 중심존재이지만 행복의 터전을 소개할 수 있는 하나의 발판을 갖지 못하여 이슬같이 살다 갔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더 고귀한 성인의 자리에 접한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인은 그 국가의 국민들이 반이라도 동정할 수 있는 눈물의 길을 남기면서 죽어갈 수 있으되, 성인은 그런 길을 못 간 사람들이에요. 그 대표적인 분이 예수님입니다. 이 더벅머리 총각은 30세가 되어도 장가도 못 가고 돌아다니다가 민족의 반역자로 몰려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예수님은 역사적인 원수인 로마 병정들, 그때 당시 식민지 국가로서 흡혈귀마냥 자기 민족의 피를 빨아먹던 원수 중의 원수 로마의 졸장들, 자기의 가슴을 창으로 찌르고 생명을 노린 그런 원수들을 대해 죽으면서까지 '아버지여, 저들이 죄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오니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라고 했습니다. 이게 미친 수작 한 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로마 나라를 초윌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그리워했던 것입니다. 로마 나라든 무슨 나라든 그 표준을 넘어선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