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집: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살 것인가 1959년 11월 01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62 Search Speeches

기도

마태복음 6:16-34

아버지여! 청춘시대가 지나가는 것이 서글프다 하오나 아버지를 향하여 타오르는 우주사적인 정열을 갖지 못한 것을 한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기 도]

아버님, 피살의 인연이 역사와 더불어 시대와 더불어 있고, 미래에도 연결되어 나가는 어마어마한 순간에 제물로 나타난 저희임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사옵니까? 과거나 현재는 어떠하였으며 미래는 어떻게 되겠사옵니까? 이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이들이 오늘 말씀을 들어 알았을 줄 아옵니다.

아버님, 아버지를 흠모하는 저희들이 아버지를 뵈옵고,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와 더불어 의논할 수 있기를 고대하여 부족함을 무릅쓰고 모였사오니, 버려두지 마시옵소서.

목적을 찾아가야 할 인간이요 목적을 이루어야 할 이때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 목적을 성취하여 인간을 사랑하셔야 할 아버지이시지, 저희만을 위하여야 할 아버지가 아니옵니다. 그러나 저희가 슬픔을 당하면 같이 슬퍼하시고, 저희가 통분해하면 같이 통분해하시고, 몇 천년의 역사적인 슬픔에 시대적인 슬픔을 가하여 느끼시며 미래의 슬픔도 감당하셔야 할 입장에 계신 아버지이심을 아옵니다. 아버님! 얼마나 수고하셨사옵니까. 얼마나 그리워하셨사옵고 얼마나 참으셨사오며 얼마나 지치셨사옵나이까? 자신이 비록 상처를 입고 험한 자리에 있을지라도 그것을 잊어버리고 아버님의 수고 앞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 흘려야 할 인간이온데, 타락한 인간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아버지시여! 저희의 마음과 더불어 화하시옵고 저희의 몸과 더불어 인연을 맺으시옵소서. 아버님의 간곡한 심정의 흐름이 아버님의 것으로만 머물지 말게 하여 주시옵고, 실존하시는 그 자체의 생명의 흐름이 저희들 마음속 깊이 스며들 수 있는 이 시간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님, 이들을 그런 자리까지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옵니다. 저희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모든 것이 밟히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위하여 일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면 저희의 마음이 기울어지고 몸도 허덕이며 가고 싶어하는, 심정이 머물고 싶어하는 그 곳을 갈 때가 올 것입니다. 그 곳을 저희의 마음이 갈래야 갈 수 없고 몸이 갈래야 갈 수 없고 심정이 갈래야 갈 수 없는 것은 아버지를 모르는 연고이옵니다. 역사적인 아버지요 시대적인 아버지요 미래적인 아버지이심을 아는 자가 있다 할진대, 몸이 천만번 찢긴들 어이 안 가겠사오며, 마음에 억천만번 슬픔을 당한들 어이 안 가겠사옵니까? 이러한 것을 느낄 줄 아는 참다운 효자 효녀의 정열을 가진 아들 딸들을 아버지께서 고대하신다는 것을 오늘 여기에 모인 당신의 아들 딸들이 알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천천만 성도를 지휘하시는 아버지의 성상을 바라보면서 무한하신 아버지의 사랑의 품에 안길 수 있고, 그리움에 잠길 수 있는 저희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자연의 포근한 보금자리에 있음을 하늘 앞에 감사드릴 수 있고 스스로 머리 숙인 그 마음과 몸으로 아버지를 부를 수 있는 이 한 시간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이 교단, 이 교회를 따르는 이들은 슬픈 자리에 있사옵니다. 외로운 자의 길을 따르는 이들은 외로운 행로, 처참한 행로를 가야 하고, 눈물을 지어야 할 처지와 환경에 있음을 아옵니다. 이때는 기쁘게 살 수 있는 때가 아니고, 희희낙락 춤추며 살 때가 아닌 것을 아오니, 저희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기쁨과 행복이 잘려버릴지라도 동기와 목적의 세계를 부둥켜 안고 몸부림칠 줄 아는 자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 뜻대로 하시옵소서' 하시던 예수와 같은 고난의 주인공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아버님! 저희는 싸움의 노정에서 저희를 불러 주시고 염려하시며 찾아 주시는 아버지이시기 전에 고요한 가운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니 느낄래야 아니 느낄 수 없고 아니 생각할래야 아니 생각할 수 없는 아버지이심을 알고 있사옵고, 아버지께서 저희를 아들이라 부를 수 있으며 저희 또한 아버지를 내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인연이 저희의 생애에서 기필코 맺어져야 할 것을 알고 있사옵나이다.

가야 할 길은 멀고 끝날은 가까와오니, 바쁜 마음 금할 바 없사옵니다. 무지한 인간들은 알지 못해도 하늘은 가야 한다는 것을 저희들이 알게 하여 주시옵고, 사망세계를 개척해야 할 사명이 저희들에게 남아 있는 것을 뼈살에 사무치도록 느끼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그 목적을 위하여 사는 당신의 아들 딸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저희들 어느 한날 은밀한 가운데 아버지와 의논해 본 적이 있었습니까? 어느 한날 아버지의 은은하신 음성과 아버지의 영광에 취하여 저희 자신이 몸 안에 있는지 몸 밖에 있는지 모르고 머리를 숙여 아버지 앞에 경배드린 때가 있었습니까? 신앙노정에는 그러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을 저희들은 알았사옵니다. 또 그러한 시간을 저희에게 부여하시기 위하여 아버지께서 오늘까지 수고하신 것도 알았사오니, 이제 이 몸과 마음이 자연의 아버지를 즐겨 모실 수 있고, 본성의 아버지를 즐겨 모실 수 있고, 본질의 아버지를 즐겨 모실 수 있는 이 시간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잠들어 있는 이 민족을 깨우시옵고, 비참한 사망세계에서 허덕이고 있는 인류를 깨우치시옵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하여 천상에 있는 억천만 영인들이 동원되어 있음을 알게 하여 주시옵기를, 아버지,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어떤 조건을 걸어 놓고 대하시는 아버지가 아니라, 마음의 흐름에 따라 같이 흐르고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이시는 아버지이시기에, 본연의 느낌, 본연의 감정에 화하고 동하는 것만이 저희가 생명을 가지고 이 땅에 살 동안 가져야 할 소망이요 이념이라는 것을 알고 있사옵나이다.

하늘을 품고 땅을 품고 아버지의 심정을 품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위로해 드릴 수 있는 하나의 왕자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아버지의 심정을 부족하나마 알았사옵니다. 아버님을 받들고 모실 수 있는 한 사람을 내세워서 그러한 형태라도 갖추어야 할 책임이 저희에게 있음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보이지 않는 데에서 모든 것을 경영하시며 실적을 나타내시기 위하여 애쓰시는 아버지시요, 없는 듯하나 실존하시는 아버지시요, 저희와 관계가 없는 듯하나 저희의 마음을 주관하고 계시는 아버지시요, 무한한 세계를 관할하시는 아버지이심을 저희들은 알았사옵나이다.

그 일을 위하여 동원된 저희이오니, 하늘을 대한 일편단심의 충절로써 하늘을 높이 찬양하는 자리에서 쓰러지고, 하늘을 위한 비료가 되고, 재료가 되고, 하늘의 도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드리고 원하옵나이다.

그 관할권내, 그 주관권내의 움직임에 화(和)하고 정(靜)하고 동(動)할 수 있는 본연의 모습을 그리워하오니, 아버지시여, 저희를 버려두지 마시옵소서. 마음의 문이 닫힌 자가 있사옵거든 그 문을 열어 주시옵고, 사망의 그늘에 사로잡혀서 심적으로나 육신적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이 있사옵거든 그들도 역시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인연을 찾아 인연을 존중하여 여기에 모였사오니, 이 한 시간이 헛된 시간이 되지 말게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것을 맡아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저희의 생애와 전체 소망을 아버지께 위탁하고 아버지를 따라 나갈 수 있는 저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오며,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그 누구를 위하여, 그 무엇을 찾기 위하여 발걸음을 움직여 오늘 이 자리에 왔사옵니까? 아버지, 버려두지 마시옵고 실존하시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진정한 마음이 없다고 할진대, 천상의 아버지가 되시고 실존의 아버지가 되시는 당신 앞에 부끄러운 자가 되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도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버지를 바라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의 은사권내에 스며들고, 아버지의 은사에 사로잡힐 수 있는 시간이 여기 모인 당신의 아들 딸들에게 절대 필요하오니, 아버님, 긍휼의 역사로 나타나시옵고, 능(能)의 권한으로 저희들을 충족시켜 주시사, 아버님께서 남기신 복귀의 한을 품은 저희의 심정을 해원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사망의 권한을 비웃을 수 있고, 그를 대해 자랑할 네 권한이 무엇이냐고 자신있게 주장하고 나설 수 있으며, 모든 사람 앞에 하늘의 영광을 바라보라고 할 수 있고, 하늘을 자랑할 수 있는 승리의 모습, 아버지의 영광을 노래할 수 있는 늠름한 아들 딸이 되도록 인도하여 주시옵기를, 아버지,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매 이와 더불어 인간이 존재해야 할 것을 알고 있사옵고, 사망의 물결이 휩쓸어 들어오고 공포의 물결이 휩쓸어 들어오더라도 하늘 땅은 영원히 남아질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이 공포의 세계를 넘어서서 기쁨의 세계에 동참할 수 있는 아들 딸들이 되게 인도하여 주시옵고, 그 이념의 세계를 개척하는 데 선봉자들이 되게 인도하여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오늘 저희들의 마음이 각각 다를지라도, 사정 사정이 각각 다를지라도, 처해 있는 환경과 내적인 관습, 혹은 심중에 갖고 있는 주관(主觀)과 주의 관념이 각각 다를지라도, 본연의 심정세계에 화하려는 마음만은 같아서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거기에 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아오니, 이 시간 그럴 수 있게 저희를 이끌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모든 것을 아버지 앞에 털어 놓고 무아(無我)의 심정으로 본연의 심정을 찾아서 아버지를 모실 수 있고, 말씀을 통하여 자신을 다시 새롭게 빚어낼 수 있는 은사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전하는 자의 마음이나 받는 자의 마음이 둘이 되지 말게 하여 주시옵소서. 어두운 악의 조건들이 간격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저희의 마음과 몸이 아버지의 심정에 화하고 아버지의 움직임에 화하여 평화의 심정, 사랑의 심정, 고귀한 이념의 심정에 사로잡힐 수 있게 역사하여 주시옵고, 새로운 각오와 새로운 생명을 일으킬 수 있는 이 한 시간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드리며,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