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집: 수난과 생의 보람 1971년 04월 18일, 한국 통일동산 (구리시 교문동) Page #68 Search Speeches

곡절의 과정을 거치며 사" 것도 보람있" 일

보다 큰 행복이란 것은 하루의 기쁨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천년 만년 수난의 고비 가운데에서 피어날 수 있는 영광의 때를 맞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자리에서 평범한 행복보다 고차원적인 행복의 터전이 싹트고 그러한 내용의 인연을 통하여 그 행복이 지상에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될 때, 평탄한 생활보다 곡절의 과정을 거치면서 뜻 있는 생애노정을 지내는 것이 인간으로서 보람 있는 생활이 아니겠는가 생각케 되는 거예요.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게 될 때 갖가지 수목이나 풀들이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잘 자란 나무가 있으면 그 나무는 편안히 자랐을지도 모른다고 감정하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그 나무는 나무로서 자기의 소질에 부합될 수 있는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해 배후에서 백방으로 노력했을 것입니다. 또,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 가지 반대적 소성들의 훼방을 받아 투쟁과정을 거치는 데서 오는 고통을 받고 있는 나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나무를 보면 외면적으로 나타난 모습은 꼬부라지고 쪼그라진 비참한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볼 때에 잘 자란 나무는 외면적으로 평할 수 있지만, 잘 자라지 못한 나무를 바라보게 될 때에는 도리어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꼬불꼬불 꼬부라진 나무는 그 배후에 어떠한 나무도 지니지 못한 곡절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뿌리 밑에 바위가 있다든가, 혹은 바위 위에 심어져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뻗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수난길에 서 있기 때문에 그렇게 꼬불꼬불한 나무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무절목으로 원만히 자란 나무를 원하지만 그런 나무는 꼬불꼬불하게 자란 나무보다 연륜이 지극히 짧습니다. 그런데 꼬불꼬불한 나무가 지닌 특성은 무엇이냐 하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 나무는 키가 크지 못하고 쪼그라지고 가늘지만 반면에 이 나무의 한 토막 한 토막은 강하다는 것입니다.

자유스럽게 자란 나무토막과 시련과정에서 자란 나무토막이 부딪치면 어떤 것이 깨질 것이냐? 수난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란 나무토막은 쪼개지더라도 시련 가운데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란 나무토막은 쪼개지지 않을 것입니다. 큰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큰 것이 좋은 반면에 시련과정을 통해서 자라난 나무는 강하다는 것입니다. 강한 것이 오래가는 것입니다.

나무가 중도까지 잘 자라다가 그 밑에 뿌리가 뻗어 나가는 데 방해되는 반석이 나왔다면 그 나무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나무는 거기서 죽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무절목으로 자랐는데 그만큼 자란 뿌리이상 되는 반석이 깔려 있을 때에는, 그 나무는 반석을 뚫기 위해서 아무리 애쓴다 하더라도 갖추어진 그 입장에서는 밑에 있는 반석을 뚫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반드시 죽고 말 것입니다.

그렇지만 반석의 틈을 뚫고 뿌리를 뻗어 나가며 자라던 꼬부라진 나무는 그 바위 밑에 옥토가 있으면 무한히 뻗어 나갈 것입니다. 그 나무에는 무한히 뻗어 나가다 반석을 만나더라도 이것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생명의 기운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순조롭게 자라고 외면적으로 보기에 좋게 자란 나무는 환경이 급변하게 되면 자기 자체를 지탱하고 남아지기는 심히 어렵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야 되겠습니다.

뜻을 놓고 볼 때에 복귀섭리노정이란 평탄한 길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복귀섭리노정은 반드시 탕감복귀노정을 거쳐야 됩니다. 탕감복귀노정을 거치고서 비로소 정상적인 복귀노정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그 정상적인 복귀노정이 끝나게 될 때 영광의 한때가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되겠습니다.

탕감복귀노정은 수난의 길입니다. 희생의 대가를 치르고 피의 대가를 치르고 그 누구도 환희하지 않는 환경 가운데서 뿌리를 박아야 되고 거기에 생명의 여력을 남겨야 되는 것이 탕감복귀의 노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나무를 두고 말한다면, 하나의 소나무면 소나무가 반석의 틈에서 뿌리를 박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주위에 있는 다른 나무들은 자기가 자랄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되어 있다고 좋아할는지 모르지만, 바위틈에 뿌리를 박은 소나무는 바위가 햇볕을 받으면 받을수록 뜨거워짐으로 말미암아 생사문제가 좌우되는 지극히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죽지 않고 뿌리를 박아 가지고 1년, 2년, 3년 이렇게 자랐다면, 그 나무는 이전보다 가중된 시련이 자기 앞에 오더라도, 자기 생명에 위험이 미쳐 오더라도 살아 남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무는 시련과정이 오게 될 때는 꺾여 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