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집: 오늘보다 내일을 위하여 살아가자 1971년 05월 01일, 한국 남산성지 Page #237 Search Speeches

전통을 남길 수 있" 길로 나아가자

오늘 이날을 맞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1954년 바로 오늘 유협회장을 중심삼고 몇몇 사람이 북학동의 조그마한 집에서 간판을 걸고 출발하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벌써 만 17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어제일 같습니다. 17년이면 해(年)로 말하면 긴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생각해 보면 어제 같아요.

이런 17년이라는 기간을 두 번 합치면 34년이 되고 세 번 합치면 51년이 됩니다. 이와 같이 어제만 같은데 생각해 보니 벌써 17년이라는 기간이 지난 것을 볼 때, 여기 있는 젊은 여러분들이 20대 혹은 30대라고 하지만 17년이 지나면 40대를 넘어서 50대를 향하는 연령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생각할 때, 17년 전 내가 서른 다섯 살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와 지금이 별로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그렇지만 35세에 출발해서 17년이라는 기간을 지내고 보니 벌써 52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또 17년을 지나게 되면 69세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인생은 덧없는 꿈과도 같습니다. 이러한 생애인 줄을 알아야 되겠습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해 보면 청춘 시대에 호화롭고 찬란하게 지낸 것보다도, 수고하고 남이 모르는 수난길을 극복하고 싸워 나왔던 것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과거를 회상해 보게 될 때, 기쁜 날보다도 언제나 어려움을 당하던 날들이 먼저 생각나는 것입니다.

17년이라는 기간을 지내는 동안 우리가 몰리면 피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 마음대로 변경시킬 수 있는 자유스러운 환경 가운데서 핍박받은 것보다 감옥에서 고생하던 것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옥 생활 가운데도 독방살이하던 때가 더 인상적이더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볼 때, 생애에서 추억으로 남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을 위해서, 참을 위해서, 혹은 남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혹은 공적인 입장에서 수난을 당했다는 그 사실은 일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물로 말하면 벼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그 일이 먼저 생각나는 것입니다. 그때에 결의하여 결심하고, 그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던 모든 내적 사정은 항상 생생한 것입니다. 역사가 지나면 지날수록 그것이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되살아나고, 그런 것이 앞으로 닥쳐오는 시련노정을 극복할 수 있는 한 자본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생각할 때, 젊은 여러분들도 20년 이후의 여러분을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때 여러분은 어떻게 변화되어 있겠어요? 그때 뜻 앞에 무엇을 자랑할 수 있으며, 뜻을 중심삼고 과거를 회상할 때 무엇을 남길 수 있겠습니까? 그것을 생각할 때, 여러분이 자의에 의해서 살고 마음대로 계획한 대로 사는 것은 정상적인 일로서 매일같이 계속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와 반대적인 환경에서 어려움에 부딪치고 핍박을 받고 시련을 극복해야 할 심각한 시간을 지낸 일이 있다 할진대, 그것은 생애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가장 귀한 것으로 남아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이 그러한 것과 같이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교회가 출발한 역사적인 그날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이루어 나오는 과정에 있어서 어느때가 제일 수고로왔느냐? 그 수고로운 기간이 수천 년 수만 년 후에 우리 교회를 추앙하고, 우리 교회의 역사를 지탱해 온 선각자들을 회상할 수 있는 기간이 된다는 것을 여러분이 알아야 되겠습니다.

수난과 시련 가운데 우리 교회가 창립되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하늘의 전체적인 뜻을 중심삼고 볼 때는 슬픈 일이지만, 우리가 역사적 전통을 회상하는 데 있어서는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창립된 것이 더 인상적인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모두가 환영하는 자리에서 창립된 것이 아니라 외로운 입장에서 몇몇 사람이 모여서 눈물과 더불어 이날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처럼 서러운 사정이 있었지만 그것이 도리어 역사상에 있어서 추억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오늘날 흔히 사람들은 좋은 것을 바라고 있지만 좋은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좋은 것은 일상적으로 지나갈 수 있는 것이로되, 그 좋은 것을 찾기 위하여 어려움을 극복한 역사는 언제나 좋은 것을 맞이할 수 있는 새날의 약속을 자극시키는 힘의 모체로 남아진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어려운 일들을 되살려 가지고 여러분의 생애노정에서 자랑할 수 있고, 후손 앞에 전통으로 남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귀한 것입니다. 이제 금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교회 앞에 아무리 평탄한 환경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 평탄한 환경에 보조를 맞추면서 살겠다는 사람보다도, 그 평탄한 환경을 넘어 뜻길 앞에 다가올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책임지고 가겠다는 무리가 있다면, 그들은 제 2차적인 역사를 창조할 수 있고 제 2차적인 새로운 전통을 세울 동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생각할 때, 오늘 여기에 새로 들어온 식구들 중에 지난 17년기간에 있어서 여러분이 체험하지 못한 수난의 고빗길을 흠모하는 마음이 있거들랑, 앞으로도 여러분이 그렇게 개척해 나가야 할 수난의 길이 남아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러한 무대로 자진해서 전진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무리가 많게 되면 우리 교회는 급진적으로 발전하리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날을 맞이하여 내심으로 새로운 결의를 다짐하면서 이날을 기념해 주기를 부탁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 번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