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집: 봄의 예찬 1968년 04월 21일, 한국 동구릉 (경기도 구리) Page #74 Search Speeches

새출발의 봄

또한 봄은 재출발하는 계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루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여 모든 만물들이 새로이 출발하는 것을 우리는 보게 됩니다. 초목도, 동물도, 지극히 작은 미물과 풀 한 포기까지도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을 우리는 보게 됩니다.

우리들이 이러한 것들을 바라볼 때 다시 한번 느껴야 할 것은, 본래 인류의 시조가 하나님을 중심삼고 에덴 동산에서 봄날을 맞아 출발을 했다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화합하는 가운데 인간의 본성이 활짝 피어서 생명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이상적인 출발을 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타락함으로 말미암아 인간 세상에서는 그러한 출발의 날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인간이 그러했기에 인간을 중심삼은 하나님도 역시 천지 만물을 지으시고 인간과 더불어 출발의 한 날을 갖지 못하셨습니다. 이 것이 한(恨)인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덴에서 출발하지 못했던 그 기준을 우리들의 마음 가운데 다시 한번 세워서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흠모의 정을 이 봄을 통하여 느껴야 되겠습니다.

지극히 작은 풀 한 포기도 새로운 출발과 더불어 희망에 벅차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모든 만물들은 자기 나름의 희망을 갖고 한 날의 결실을 향하여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볼 때에, 우리들은 이 계절을 통하여 인간으로서 새롭게 출발을 하고 새로운 결실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워야겠습니다.

그러면 여름을 지나고 가을을 맞아 결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 꾸준한 생명력을 지니고 성장하여 잘 결실하기 위해서는 봄에 출발의 준비를 공고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완전한 결실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 봄절기에 새로이 출발하는 만물을 통하여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들도 역시 봄날을 맞이하여 새로운 뜻을 중심삼고 새로운 출발의 마음을 갖고, 출발의 내적 기반과 외적 기준을 갖추어 봄절기를 거치고 여름절기를 지나 가을절기를 맞게 될 때, 나는 이러이러한 결실을 기필코 이루겠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원천의 출발기인 봄절기에 공고한 터전을 통하여 출발하지 않고는 아무리 소망이 크고 목적이 크다 하더라도 그 결실을 보지 못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봄을 맞이할 적마다 새롭게 출발하는 봄의 정취를 통하여 뜻을 위하여 출발하는 내 자신이 소생하는 모든 만물에 지지 않는 자신이 되고, 만물이 거두는 결실 이상의 결실을 거두겠다는 것을 다짐해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