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집: 참된 사람들 1971년 02월 11일, 한국 마포교회 Page #312 Search Speeches

천태만상인 사람의 생각

선한 것이 무엇이고 악한 것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를 두고 볼 때, '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지 알 게 뭐야? 그런 말은 종교인들이나 하는 말이지'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오늘 저녁에 통일교회 문선생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도 마찬가지지 뭐 여느 목사가 하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예수장이들, 뭐 믿는다는 패들 다 공식적으로 하는 말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인간에게 과연 선이 필요하냐? 왜 선만 필요하고 악은 필요하지 않느냐. 이것이 문제가 되는 거라구요. 여러분이 생활습성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그것을 물어 볼 필요가 뭐 있느냐? 물어 보는 사람이 좀 이상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저 상을 찡그리고 '아이구, 나 죽는다'고 하면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 할 때, 그런 것을 좋아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웃고 노래하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손들지 말라고 해도 들게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러면 어째서 우는 것은 나쁘고 웃는 것은 좋으냐 하는 문제를 두고 볼 때, 이것은 천태만상입니다. 갑이라는 사람은 괜히 가을날 찬바람이 불어와 스산할 때, 앞뜰의 감나무에 감이 누렇게 익어 있고 잎사귀가 누렇게 단풍이 들어 있어서 울었는데, 찬바람이 불어 감나무 잎들이 후두둑 떨어져 나가면 그 감나무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눈물 흘린다는 것입니다. 그걸 보고 슬퍼하는 사람하고 속이 상해 가지고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매를 맞았다든가 무슨 걱정이 있어서 눈물을 흘리는 그 눈물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좋은 것 같지 않다 이겁니다.

하나님은 시적(詩的)인 감정이 풍부해 가지고 인간에게 감나무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인생의 처량함을 생각해 보라고 한 것입니다. '인생이 저렇게 한 끝에 가면 낙엽처럼 떨어지겠구나' 하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눈물짓는 사람하고 자기 고집을 부리다가 남편에게 매를 맞아 아프다고 울고 있는 사람하고는 천태만상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매를 맞고 우는 데에도 천태만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거 부인들 대해서 이런 이야기 해서 안됐소만 눈물은 부인들이 잘 흘리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남자들, 좋아하지 마세요. 부인들 중에는 남편한테 매를 맞고 울면서 '이거 억울해서 죽겠다. 내가 이러기 위해서 시집을 왔느냐? 이놈의 남편, 며칠 못 가서 다리가 부러지고 망해 자빠지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면에 매를 맞으면서도 '당신이 이럴 수 있겠느냐? 오히려 당신 손이 아프지 않겠는가? 나는 그래도 괜찮지만, 당신이 날 이렇게 해 가지고 기쁠 게 뭐 있느냐? '고 하면서 남편을 위해 동정의 눈물을 홀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눈물 흘리는 데에도 종류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일을 굶을 수밖에 없는 아주 처량하고 형편없고 불쌍한 가정이 있다고 합시다. 먹지 못하고 사흘간이나 굶고 사는 처지가 얼마나 불쌍해요? 여기에는 자기들이 불쌍한 것을 느끼고 사는 아들도 있을 것이고, 아버지도 있을 것이고, 어머니도 있을 것이고, 손자도 있을 것입니다. 열 식구라면 열 식구가 전부다 사흘씩 굶었으니 오죽하겠어요. 불행 중의 불행이라고 느낄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그 가족들이 사흘만 굶으면 어떻게 된다는 어떤 소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끝장이 난다고 하면 어떻겠어요? 이런 자리에서는 기가 막힐 거라구요.

기가 막힐 것이지만 여기에도 눈물의 가락이 식구마다 전부 다르다는 것입니다. 수양을 많이 쌓은 할아버지는 '내가 80여년의 생애를 사는 동안 배고픈 사람의 사정을 몰랐는데 이렇게 3일 동안 밥을 못 먹는 자리에 처해 보니 인생에 이러한 골짜기도 있구나. 이야! 참 좋은 교훈을 내가 체험했다'고 하면서 그런 자리에서도 멋진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저놈의 영감, 정신이 나갔어. 먹을 것이 없어 죽겠는데 가만히 들어앉아서 무슨 공상하노? '하면서 야단법석을 떠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식구들도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할 겁니다.

이것을 열 사람을 딱 벌려 놓으면 거기에는 세계적인 정상이 다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것은 한가지인데 그 내적인 깊이와 모양과 사정은 열 사람 모두 다르다 이겁니다. 천태만상이라는 것입니다. 외형적으로 볼 때는 전부다 눈물을 흘리고 탄식과 절망 가운데서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통곡해야 할 사정이지만, 어떤 사람은 도리어 거기에서 인생의 깊은 골짜기의 맛, 인정의 깊은 인연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찬스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사회에서 발견할 수 없는 깊은 정서적인 흐름이 여기에서 뿌리를 박을 수 있는 단 한 번밖에 없는 귀한 찬스로 소화시킬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그런 자리에 있는 것에 대해 못살겠다고 몸부림치고 그것을 저주와 원망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천태만상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