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집: 찾는 사람들 1972년 10월 29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02 Search Speeches

사명을 다해 오지 못한 종교와 세기말적인 오늘의 현상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외적인 문화세계는 발전해 나왔지만, 내적인 인간의 모든 가치와 본연의 세계를 추구하는 종교가, 외적인 발전과 더불어 보조를 맞추어 내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할 입장에 선 종교가 내적인 발전을 하지 못하고 지금에 와 가지고는 이것이 퇴폐해 가고, 부패해 가고, 낙후해 가는 실정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하나님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점점점 적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교인이라고 하게 되면 그 누구나 흠모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인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점점 적어져 가는 것을 우리는 바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생각하게 될 때, 외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나온 인간과, 내적인 종교를 발전시켜 나오던 하나님이 여기에서 하나되어 나가지 못하는 자리에 섰다든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없다든가 하는 결론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인류를 구하기 위하여 인류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오는 그 배후에서 종교라는 것이 사상의 뒷받침을 하면서 이것을 밀고 나올 수 있는 입장에 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결과가 이루어질 수 없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하나님이 바라는 어떠한 목적을 일치시키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인간의 행로가 되지 않았다든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이 인간을 저버렸다든가, 그렇지 않으면 종교가 사명을 해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종교가 사명을 못했든가 그 어떠한 면에 병폐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같은 보조로 발전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을 우리는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시점에서 볼 때, 인간들이 가는 길이 과연 종교이념과 일치할 수 있는 생활방향으로 가고 있느냐 할 때에, 그렇지 못한 것을 우리는 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개개인의 생활을 중심삼고 그 주변 환경을 살펴볼 때, 그 환경은 나를 소망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여건들이 점점 희박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매일의 생활에 있어서 주위에 스며드는 공포감에 휩쓸릴 수 있는 절박한 사정에 우리가 몰려 들어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화와 세계는 과학문명을 중심삼고 하나의 세계를 이를 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하나가 아니라 점점 갈라지는 현상을 우리는 직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을 두고 볼 때, 그 환경이 우리가 소원할 수 있는 안식의 곳,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통일의 세계로서 끌고 갈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경지에 점점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중심삼고 볼 때, 위협을 받는 생활권내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라 가정과 어떤 민족이나 국가도 그러한 운명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세계를 지도하고 있던, 전자유세계의 선도적인 입장에 서 있던 미국 자체도 그러하고, 공산세계를 지도하고 있던 소련 자체도 그러한 것을 우리는 현시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서로 서로 화합하여 미래의 이상형을 중심삼아 가지고 소망의 일념을 다짐하면서 서로 협력하여 개척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서로 투지가 앞서 있고, 분쟁이 앞서 있고, 자기를 주장하며 양보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는 풍조가 고조되는 사실을 두고 볼 때, 아무래도 이 세상이 가는 길이, 아무래도 이 현재의 세기말적인 현상이 오늘날 우리 인간 앞에 행복을 소개해 줄 수 있는 길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 오늘날 흘러가는 이 정세는 하늘이 있다면 하늘의 뜻과 말할 수 없이 동떨어진 자리에 섰지 않느냐 하는 것을 결론지어도 모순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현세계를 새로운 길로 조정해 나가야 할 사명을 짊어진 것이 종교라면, 이것을 소화시켜서, 하나의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세상과 타협하고, 세상을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앞에 끌려가는 현상이 되었습니다. 세속화된 종교로 머물게 됨으로 말미암아 자연히 하나님이 이 세속화된 종교를 통하여 원하던 소원의 길을 이를 수 있는 가망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있어도 이 세상을 저버리지 않을 수 없고, 멀리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