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집: 참을 찾아가는 길 1964년 03월 26일, 한국 전주교회 Page #288 Search Speeches

초창기 부산-서의 활동

또 여기에서 생각할 때, 선생님이 한 12년 전에 이 길을 출발하면서 저 범일동에 선생님이 집을 지었어요. 제비둥지와 같은 집을 지었습니다. 부산에서 제일 꼬라비, 꼬라비였어요. 집을 짓는 데는 삽이 있어야지요. 삽을 빌리려 해도 빌려 줘야지요. 피난민들이 전부 다 돈만 생긴다면 다 팔아먹으니까 안 준다 말이예요, 이게. 전부 다 그런 녀석들인 줄 알고.

동네는 전부 다 집을 지었는데 선생님은 삽도 없지 돈도 없지 어떻게 해요? 삽이 있어도 안 주는 거예요, 부엌에다 갖다 숨겨 놓고. 그래, 할 수 없이 부삽으로 했다구요. (판서하시면서 말씀하심) 삽이 이래야 될 게 아니예요. 그런데 이게 전부 이렇게 되었다구요. 이게 전부 다 이렇게 되어 있다구요. 그래서 요만한데, 여기는 이렇게 깨져나가고, 요건 떨어져 나가고, 이런 것 가지고 했다구요. 곡괭이가 있어야지요. 그런 삽 가지고 터를 닦았다구요. 또, 벽돌 만드는 기계가 있어야지요. 그걸 빌려 주지 않아요. 그래서 미군부대 가서 레이션 박스 있잖아요? 그걸 가자다가 귀퉁이를 째 가지고…. 뭐가 있어야지요. 이걸 펴 가지고 넓혀 가지고, 흙을 파다가…. 그놈의 집을 지어 보라구요. 흙이 참 많이 들어간단 말이예요. 이만한 것 가지고 가서 이겨보면 한 덩어리밖에 안 돼요. 그래 가지고 제비둥지 같은 집을 지었어요.

그때 모일 때, 저 이북에서부터 만났던 식구들이 이남에 내려와 가지고 패잔병이 되었어요. 옛날의 선생님을 잊지 못해서 찾아오는 것입니다. 주일날이면 그곳에서 예배를 봤어요. 집은 조그만한데 그 집이 얼마나 유명한지 몰라요. 누가 땅을 주나요? 그러니까 산비탈을 깎아 가지고, 누가 말하지 않으니 산비탈을 가로 따 가지고…. 비가 오면 말이예요, 그 방에서 샘이 솟아요. 얼마나 멋져요, 이게. 아주 최고의 21세기의 문화주택이예요, 이게.

그러니 할 수 있나요? 이놈의 땅을 한 반자쯤 파 가지고 돌을 갖다가 수문을 내는 거예요. 수문을 내 가지고 그다음에는 그 위에다 온돌을 놨어요. 그 온돌 아래에는 샘물이 흐르는 거예요. 그런 유명한 집이예요. 그렇지만 태평천국이예요. `아이고, 어찌하여 이런 신세가 되었던고! 옛날 하늘의 축복의 약속을 보게 되면 천지를 주름잡고도 남을 수 있는 약속이었는데 어찌하여 이 지경에 떨어뜨렸노!'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감사합니다. 어젯날은 그랬지만 오늘은…. 나는 이 하늘과 땅을 무대로 삼아 하늘과 땅이 바라보는 거기에 있어서의 한 주연 배우가 되어서 움직인다. 이런 자리를 통해서 천지와 호흡하면서 명령하고….' 그런 마음을 가져야 되는 거예요.

그때는 내가 부두노동 하던 때예요, 부두 노동. 옷은 미군 작업복 하나를 위에다 입고 그다음에 즈봉은 시퍼런 한복, 곁바지 같은 것을 입은 거예요. 여름에는 있을 수가 있나? 속은 곁바지 입고 겉에는 시퍼런 것 입고 그렇게 다녔어요. 아주 그거 멋져요. 고무신짝을 떡 들고 나서면 아주 근사하지요. 아주 동양식 서양식 합했다 이거예요. (웃으심) 그래도 그걸 입고 갈 데 다 가는 거예요.

내가 2월에 피난 나왔는데 피난 중에도 우리 통일교회는 감옥 끝으로부터 출발하는 거예요. 피난생활 가운데도 제일 힘들지요. 그런 생활을 했어요. 이건 밤에는 잘 데가 있어야지요. 부산에 내려가니 인산인해가 돼 가지고 어디 뭐 구멍 있는 데는 다 들어가 박혔고 어디 뭐 있을 만한 데는, 처마끝까지 전부 다 만원이거든요. 그러니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거기에 가서 또 끼어 자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러니 어떻게 해요? 밤에는 밤일을 나가는 거예요, 낮에는 자고. 거 밤에 떨던 생각이 지금도 아득해요. 그러던 때라 저녁에는 아주 춥거든요. 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런 때도 선생님은 `아버지 걱정 마시옵소서, 아버지의 가신 발자국을 내가 기쁨으로써, 탄식으로 걸어가신 아버지의 발자국을 소망으로써 이을 수 있는 내가 되겠습니다' 그랬어요.

그렇게 일해 가지고 돈을 이렇게 받아 가지고 나오는데, 어디를 가나 춥거든요. 그러니까 팥죽 파는 아주머니한테 가는 거예요. 초량역으로 쓱 나오면 팥죽장사 하는 아주머니들이 많아요. 누더기 이물을 싸 가지고 통이 식지 않게 해 가지고 와서 파는데 그 팥죽통을 끌어 안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그 아주머니가 뭐라고 안해요. 팥죽도 잘 팔아 주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세계를 꿈꾸고 있는 이런 사나이가 선생님은 자기를 잘 안단 말이예요. (녹음상태 불량으로 일부 수록하지 못함)

선생님은 노동자도 되어봤어요. 선생님은 무엇이든지 해요. 곡괭이를 들게 되면 광부도 될 수 있어요. 선생님이 동바리도 잘 세우지요. 탄광에 가서 광부와도 전부 친구가 되는 겁니다. 거기서 교육을 다 시켰어요. 그게 얼마나 멋지냐 말이예요. 내 이 거룩한 인생행로, 남아일생의 행로에 있어서 인생들이 가지 못하던 그런 곡절의 노정을 갈 수 있는, 한 기록을 남기는 인간철학을 갖고 있는 거예요, 인간철학. 인생철학이 아니예요. 인간철학이니 생활과 모든 쓰레기 구덩이도 다 파는 거예요. 자기의 마음세계에서만 허덕이는 인생철학이라 할는지 모르지만 이것은 인간철학이예요. 생활분야의 특별한 그런 면에서 곡절의 모든 것을 풀고 나가는 이게 얼마나 멋지냐 이거예요. (녹음이 잠시 끊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