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집: 인생의 갈 길 1971년 01월 08일, 한국 춘천교회 Page #313 Search Speeches

하나되려고 한다면 나를 버려라

그러므로 하나되려고 할 때는 내가 없어야 됩니다. 내가 있으면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그런 경지에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이것은 틀림없습니다. 둘이 하나되려 할 때 자기를 고집하면 절대 하나가 못 됩니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내가 네 안에 있는지 네가 내 안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희미한 경지가 되어야 하나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것을 알아야 됩니다.

나와 제일 가까운 것은 바로 `나'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 제일 가까운 나를 왜 모르느냐? 만약에 누가 와서 `네 얼굴은 이렇다'고 하게 되면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사람의 기분도 천태만상이거든요. 웃음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저씨를 만났을 때 웃는 웃음과 누나를 만났을 때 웃는 웃음의 맛이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분석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다르다는 거예요. 새콤하든가, 시든가, 짜든가, 시큼털털하든가, 여러 가지 맛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웃는 표정도 천태만상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웃는 얼굴이라도 때에 따라 다릅니다. 눈만 살짝 웃을 때도 있고, 코만 살짝 웃을 때도 있고, 입술만 살짝 웃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귀만 살짝 웃을 때도 있고 머리만 살짝 웃을 때도 있습니다. (웃음) 모두 하하 웃으니까 같게 보이지만 다르다는 것입니다. 세포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웃을 때도 천태만상의 모습이 나오는 것입니다.

만약에 사람이 한 가지로만 웃는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자기 아내가 웃을 때마다 언제나 `하후후'하고 웃으면 어떻겠어요? 한 서너 번, 열 번만 그렇게 웃어 보라구요, 어떤지. 일년, 혹은 십년씩 그걸 보고 살 수 있겠어요? 정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히히히' 하고 웃고. 어떤 때는 `헤헤헤', 어떤 때는 `후후후'하고, 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맛이 있고 재미가 있지, 항상 똑같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자기 얼굴이 언제나 똑같다고만 하면서 들여다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어제 아침에 볼 때는 못생긴 것 같더니 오늘 아침에 보니 그래도 근사한 축에 들어가는군' 하면서 보게 되면 기분이 좋은 것입니다. (웃음) 그렇기 때문에 자기 얼굴을 모르면 모를수록 행복의 요인과 접할 수 있는 인연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자기와 가까운 상대일수록 잘 모르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서로 남편과 아내에게 `나는 당신 때문에 당신은 나 때문에 있으니 우리는 둘이 아니라 하나다'라고 할 수 있는 경지에 들어가게 되면 여자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게 서로 분간이 안 갈 때가 있는 것입니다. 그럴 정도로 서로를 좋아하며 하나되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쿠, 우리 남편은 수염이 있으니 남자지'하는 생각도 안 듭니다. 수염이 났더라도 남자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거라구요. 그저 좋기만 하지요. 좋아할 때는 수염 같은 것은 있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만져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지 않고는 하나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 포화상태라는 말을 알고 있지요? 다 올라갔다가 내려오려고 해도 더 이상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는 상태 말입니다. 거기에서 하나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확실히 아는 거예요, 모르는 거예요? 「모릅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확실히 아는 것보다 모른다는 것입니다.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