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집: 봄의 예찬 1968년 04월 21일, 한국 동구릉 (경기도 구리) Page #72 Search Speeches

봄을 맞이하며 느끼고 배워야 할 것

오늘날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류들은 슬픔과 고통 가운데 살고 있지만, 이것을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생활 자체에서 마음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벗어나고 싶고, 해방을 맞고 싶은, 즉 봄날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의 소원을 지니고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세계는 수많은 인류가 서로 마음을 터 놓을 수 있고, 기쁨의 봄을 맞이한 것같이 서로 화동하며 살 수 있는 세계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타락한 오늘의 세계인 것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우리들이 봄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것은…. 하나님을 중심삼고 혹은 인류의 시조인 아담 해와를 중심삼고 이 봄과 같은 시절을 맞이하였더라면, 오늘날 인류에게는 타락이 없었을 것인데, 이 봄과 같은 계절을 맞이하지 못한 것이 타락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구속과 제재를 느껴야 되고, 싸움의 과정을 거쳐야 되고, 그 고통스러운 환경을 타개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만 되겠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환경을 타개해 놓고 새로운 인류의 시조가 하나님과 더불어 봄날을 맞이해서 새로운 천지를 향해 출발하는 그 세계를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처해 있는 우리들은 이 봄을 맞이할 적마다 인류의 시조가 하나님을 중심삼고 봄날을 갖지 못한 한을 깊이 느끼면서, 그러한 때를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되겠습니다.

봄은 해방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지루한 동삼삭(冬三朔)이 지나가고, 모든 만물이 자유로운 환경을 맞이해서 자기 본연의 생명력을 자기 나름대로 자연과 온 세계 가운데 드러내는 해방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바라볼 적마다 우리의 마음도 봄을 맞이한 듯이, 그야말로 자유스러운 해방을 맞이한 듯이 자기 나름의 본연의 모습과 본성의 모습을 활짝 피워서 그 가치를 자랑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이 되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되겠습니다. 봄을 맞이하게 될 때마다 이런 해방된 환경 속에 안기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인 것을 엿보게 될 때에, 우리 자신들도 이 봄절과 같이 자유롭고 하늘과 땅이 화합하듯이 화동의 인연이 빚어질 수 있고, 내적 심정의 세계가 봄과 같은 해방의 기준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 봄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껴야 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보여지는 이 모든 자연은 새로운 결실을 표준으로 삼고, 자연스러운 환경 가운데 자기 나름대로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사방으로 발휘할 수 있는 해방권을 갖추어서, 생명에의 새로운 소생의 빛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바라볼 때, 우리들도 역시 마음의 세계에 있어서나 생활에 있어서 이와 같은 해방된 모습을 가지고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기 나름대로 생명의 가치를 온 천주 앞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 봄을 통하여 배워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