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집: 새문화 창조의 역군 1969년 10월 03일, 한국 동구릉 (경기도 구리) Page #162 Search Speeches

도의 세계의 멋

그러니 여러분은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서러워 말라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예」 여러분들은 지금 자기 나름대로 많은 꿈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돌담을 쌓을까? 무슨 담을 쌓을까? 선생님에게도 꿈이 많았습니다. 세개 이상의 학위를 따지 않고는 살지 않기로 칼을 꽂고 결심한 사람입니다. 선생님 성격은 세개 이상의 학위를 따지 않고는 누구를 가르치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여러분은 뭘 할 것이냐? 그 이름과 더불어 생애의 말로를 어떻게 단장할 것이냐? 대학에서 교수 이름이나 받아 가지고 분필 가루를 마시면서 이럭저럭 살다가 죽을 것입니까? 그러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문제를 얼마나 생각해 봤습니까?

선생님은 돈을 버는데 있어서도 그 누구한테 지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정치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앞으로 관심이 있다 할 때는 그것도 다 낚아챌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사탄까지도 낚아채는 놀음을 지금까지 해 나온 사람입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왕자를 타고 앉아 가지고 사탄으로부터 항복받고 나온 역사를 가진 사람인데 그런 것 하나 낚아채지 못하겠습니까?

요즈음에 사람들이 `문 아무개가 앞으로 대통령 하려고 그런다'고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큰 것입니까? 그런 것은 안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래 봬도 미국에 가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만나 가지고 조여놓고 온 사람입니다. `당신이 1953년에 있었소?'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앞뒤 사정을 쭉 이야기하면서 대한민국 전쟁에서 휴전 협정을 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이면 뭘합니까? 다 흘러가 버리고 마는 거예요. 대통령을 위해 생명을 바칠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어요? 만일 목숨을 바친다 하더라도 그 발판을 중심삼고 계산해 봐서 자기의 장래에 짭짤한 이익이 나올 것 같으면, 주머니가 두둑해질 것 같으면 바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을 위해서 죽겠다고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여러분도 죽을 수있습니까? 「예」

지금이 밤입니까? 낮입니까? 몇시예요? 오늘이 며칠입니까? 「10월 3일입니다」 10월 3일이면 좋은 날이군요. 무슨 말이예요? 「개천절입니다」 무슨 절이라고요? 개천을 치는 날이라고요? (웃음) 그래 선생님을 위해 죽을 자신이 있어요? 「예」 죽으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그야말로 국물도 안 남을 텐데 그래도 좋습니까? 「예」 이게 도의 세계의 멋입니다.

선생님은 쇠고랑도 많이 차 봤습니다. 선생님이 감옥에 들어가면 `아무개 들어왔다' 하고 소문이 납니다. 그러면 다음날 왜놈들이 쑥 들어와서 인사를 해요. 그런데 그것은 반가와서 하는 인사가 아닙니다. 선생님이 정말 여기 와 있나 없나를 보는 것입니다. 학생 때에도 감옥 출입을 보통으로 한 사람입니다. 또 왜놈들의 고문대에서 뱃심도 많이 부려 본 사람입니다. 그런 역사가 많은 사람이예요. 맷집 좋게 생겼지요? 선생님은 일본 녀석들한테 고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들의 고문은 아주 지독했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을 잡아다가 그때처럼 지져대고 하면서 고문을 하면 옷에 똥을 싸면서 하지 않은 것도 했다고 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말해서 안 될 때에는 손톱을 자른다 해도 손톱을 잘릴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됩니다. 선생님을 위해 죽겠다고 할 패들이니까 그쯤은 괜찮겠지요? 손톱 하나 잘리는 것쯤은 괜찮지요? 「예」 백명을 대신하여 대표로 한사람의 손톱을 자르자 할 때 손을 내놓을 사람이 있으면 손을 한번 내놔 볼래요? 전부 다 손이 뒤로 돌아가는구만. (웃음)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데는 웃음으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세계의 문화를 연결하는 데는 웃음과 노래가락으로 안 돼요. 앞으로 세계의 친선관계는 지금과 같은 보통의 세계 사조 가지고는 안 됩니다. 환경의 교차로를 통하여 엮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아야 돼요. 세계문화를 하나의 문화로 화합시키기 위해서는 생명의 교차로를 거쳐야 됩니다. 어느 나라의 충신이, 자기 나라를 대신하여 희생해 가지고 이쪽 문화에 상대방 나라가 굴복할 수 있게 하는 전통을 세워 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