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집: 국가와 우리의 사명 1971년 10월 09일, 한국 중앙수련원 Page #129 Search Speeches

누가 제일 불쌍한 사람인가

그러면 불쌍한 사람 중에 어떠한 사람이 제일 불쌍한 사람이냐? 그 모든 것을 하나도 갖지 못한 사람입니다.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고 형제도 없고 친척도 없거니와, 자기가 외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런 사람이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러한 불쌍한 자리에 처해 있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랄 때, 그 행복은 어디에서 찾을 것이냐? 자기 개인을 중심삼고 기뻐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고 해서 행복할 것이냐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자기를 불쌍하게 느끼게 했던 요건들을 전부 다 이루어 놓고, 그 가운데에서 자기가 갖고 싶었던 것들과 더불어 기뻐할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전에는 행복이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행복하다 하더라도 그 행복은 무엇인가 모르게 일면의 불행의 여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 행복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조건적인 행복은 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전체를 대표한 중심적인 행복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결론입니다. 자기와 가까운 것을 놓고 볼 때도 그러한 불행의 자리도 있지만, 거기에 가중하여 그 개인을 중심삼은 나라마저 없다면,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입장에 있다면 그는 더더욱 불행한 사람인 것입니다.

고아일지라도 사회환경이 잘 갖추어져 가지고 자선사업을 하는 단체라도 있는 국가가 있다면 그 고아를 국가에서 맡아서 키워 줄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인데, 고아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국가마저 없다 할 때 그 나라도 없는 고아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이런 문제를 두고 볼 때, 나라가 없고 종족이 없고 친척이 없고 부모가 없고 형제가 없고 혹은 가진 것이 없다면 이런 사람의 신세야말로 불쌍한 신세입니다. 그런 사람은 날 때도 불쌍한 사람이요, 자랄 때도 불쌍한 사람이요, 살 때도 불쌍한 사람이요, 죽어 가는 그날까지 승리라든가 영광이라든가 행복이라든가 하는 것을 자기 일신에 남길 수 없는 비통한 사람이 아니겠느냐. 이런 문제를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사람은 인연을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인연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이요, 태어난 자리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자기의 자주적인 입장이나 존재로서의 주체성을 세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 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무시당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존재가치를 존중시하려 해도 그 가치가 설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불행한 사람 중에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런 사람에게 소원이 있다면 그 환경을 박차고 다른 세계에 가서 그 모든 것을 보충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느냐? 그런 길이 있다면 소망이라도 가질 수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부모를 찾을 수 있는 소원이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 잃어버린 형제를 찾을 수 있는 소원도, 잃어버린 국가를 찾을 수 있는 소원도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그렇듯 고독한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만일 부모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있고, 형제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있고, 나라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에 죽음과 어떠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몇천만 번의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그 길을 갈 것입니다. 이왕에 비참한 고아의 몸이 되었으니, 그 몸을 몇백 번 투입시켜서라도 찾을 수 있는 길만 있다면, 그 길을 아니 갈 수 없을 것입니다. 죽더라도 그 길을 아니 갈 수 없다고 결의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