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집: 새문화 창조의 역군 1969년 10월 03일, 한국 동구릉 (경기도 구리) Page #158 Search Speeches

한국민은 계시적인 민족

이처럼 한국 사람들은 죽는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에 죽는 데는 도통한 사람입니다. 죽는 교육, 잘 죽는 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은 도의 정수교육입니다. 이 둘의 비유만 들더라도 근사하지요? 뭐 더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지만 말할 시간이 없습니다.

반찬을 봐도 그렇습니다. 서양 사람들의 반찬을 보면 시금치도 통째로 갖다 놓고 먹습니다. 또 요리도 싱겁게 한 가지로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 음식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맵기도 하고, 짜기도 하면서 조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숟가락 하나는 하나님을 상징하고 젓가락 둘은 아담 해와를 상징하여 결국 삼위기대를 나타냅니다. 그렇지요? 「예」

그리고 한국의 지역 이름을 보면 그 이름 자체가 그 지역의 내용을 나타냅니다. 명승지 같은 데나 이름이 좋은 데를 보면 이 이름 자체가 그곳의 지형과 같다는 거예요. 학고을 하면 학이 많은 고을이요, 금고을 하면 금이 나는 고을이라는 것입니다. 지역 이름을 자연 풍경과 그 지방에 적합하게 지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들이 모두 음양의 조화를 갖추어 지어졌습니다. 여러분의 고향 이름은 어때요?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지역 이름이 나쁘면 전부 다 바꾸려고 합니다. 고을 이름들을 보면 대개 좋습니다. 선생님의 고향 이름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주고을 덕산면 덕성동이지요. 지금은 덕언면으로 바뀌었지만 멋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름을 풀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은 세계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도 운에 관심에 많은 민족입니다. 그렇지요? 지지리 죽겠다고 하면서 살 궁리는 누구보다도 많이 합니다. 국회의원들도 점장이를 찾아가서 `내 신수가 좋습니까, 안 좋습니까? 합니다. 내가 알기로는 그러지 않는 녀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운수를 따라다니는 데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 무리들입니다. 이것은 극단적인 한 예가 될지 모르지만 대체로 한국 사람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한민족은 어떠한 민족보다 많은 혜택을 받아 어떠한 민족도 갖지 못한 우월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배경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멸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수하기는 한데 아직 자리를 못 잡았습니다.

우리 역사를 반만년 역사라고 하지요?

반만년 역사, 길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길고 긴 반만년 역사 동안 우리는 뭘 했습니까? 뭘 했느냐는 거예요. 요즈음에도 경부선을 타고 가면서 집들을 보면 아직도 초가 삼간입니다. 뭐 초가삼간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이구 정떨어지지요. 다른 나라의 돼지우리도 그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어떤 외국 여행자는 한국은 양돈이 참 발달했나 보더라고 했다는데 그것은 초가집들을 보고 한 소리입니다. 한국의 초가집을 보고는 그것이 모두 돈사(豚舍)인 줄 알고 그랬다는 것입니다. 이거 기분 나쁘기 짝이 없습니다.

5천년 역사, 반만년 역사를 가진 이 나라가 왜 그렇습니까? 자랑할 게 뭐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렇지만 자랑할 게 있습니다. 한국은 조그마한 나라입니다. 뭐라고 할까요? 면상(面上) 가운데에 조그맣게 붙은 사마귀 같다고나 할까요? 이 사마귀를 가진 미인은 화장할 적마다 기분이 좋겠어요, 나쁘겠어요? 나쁠 것입니다. 요것을 잡어떼어 버리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잠시의 아픔만 참아 내면 떼어 낼 수 있는 거예요.

아시아 지도에서 한국을 보십시오. 참 잘 생겼습니다. 그런데 기분 나쁘게 너무나 작습니다. 이렇게 작은 우리 나라를 다른 나라가 면상에 붙은 사마귀를 떼듯 떼어 버리려고 했으면 벌써 수천년 전에 없어졌을 텐데 5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씨알이 남아 있습니다. 골동품이 되어 박물관에가 있지 않고 지금까지 역사적인 문화를 가지고 이러고 저러고 해 가지고 남아졌다 이겁니다.

왜 많은 나라가 이렇게 작은 우리 한국을 못 떼먹고 못 떼어 버렸느냐? 그것은 한국 민족이 머리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역사에 비참한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외세에 몰렸던 그때마다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서 별의별 놀음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러자니 팔방미인이 되어야 했습니다. 어떤 때는 남자가 여자도 되고, 여자가 남자도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려니 자기에게 닥치는 일을 가려서 앞처리 뒤처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한민족이 남아졌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북해도에는 아이누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한민족보다 못합니다. 아이누족은 벌써 전부 다 일본화되어 버렸습니다. 중국도 수많은 민족이 합해 가지고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오직 한민족만이 남아진 것입니다. 그래도 머리가 좋으니까 이렇게 남아졌단 말입니다. 해석을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다. (웃음) 그렇게 해석해야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까? `우리 조상들, 이놈의 조상들' 하는 것보다도, `우리 조상 잘했소. 나라를 안 팔아먹고 남겼으니 고맙소' 해야 잠잘 때도 마음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머리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진 것이지요.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