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집: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 1971년 03월 07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82 Search Speeches

충신과 효자의 위상(位相)

한 나라에 비운이 찾아들게 될 때, 그것은 군왕이 당하여야 할 운명이지만, 그것을 군왕이 당하여야 할 운명으로 남기지 않고 자기가 당해야 할 운명으로 알고, 생명을 바쳐 그 국가의 비운을 막기 위하여 죽음길을 자처하고 나서 가지고 국가를 살리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만고의 역사가 찬양할 수 있는 충신의 반열에 동참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한 가정에 있어서 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위에 널려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모시고 효도하는 그런 생활 환경에서 부모 앞에 효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뭇사람이 전부 다 부모를 배척하고 자기 스스로 가야 할 길을 피할 때, 단 하나밖에 없는 자기 생명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가야 할 그런 길에 있어서 부모를 위하려는 입장에 선다면, 그야말로 환경을 초월한 자리에서 효성의 도리를 했기 때문에 효자로 세워 놓을 수밖에 없는 사실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 행복이 어디 있으며 불행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오늘날 세상에서 아는 것처럼 현재의 입장에서 잘살고 뭇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자리에 선 사람들이 행복할 것이냐? 아무리 그러한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내일을 계승할 수 있는 소망과 더불어 현재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은 두말할것없이 불행한 날이 찾아올 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뭇사람들이 보기에 불쌍한 자리에 있고 삼천만 민족이 모두 동정하는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또 수난과 어지러운 환경 가운데 극복할 수 없는 최고의 어려운 자리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그런 무대에서 새로운 소망을 품고 진일보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할진대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는 그 사람으로 말미암아 새로이 개척이 되고 새로이 방향을 갖추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로 말미암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이 비참하고 불쌍한 처지에서도 소망을 갖고 진일보하겠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말미암아 그 나라의 운명은 새로이 개척되고 그 나라의 비참상이 해결되어 새로운 시대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