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집: 21세기 한국의 비전과 남북통일 1986년 03월 20일, 한국 서울 힐튼호텔 Page #212 Search Speeches

우주 가운데 제일 귀한 것은 사'

그러면 이 우주 가운데 제일 귀한 것이 무엇이냐? 물건과 인간을 비교하게 될 때, 인간이 귀하다는 것은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럼 인간세계에서 인간이 제일 귀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냐? 보석이예요? 따지고 보면 생명이라구요. 생명이 귀하지요? 더 나아가서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무엇이냐? 그것은 나도 모르겠는데…. 자, 그러면 사랑은 어떨까요? 사랑이 귀해요, 생명이 귀해요?교수님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내가 이 평화교수아카데미를 만들어 가지고 지금까지 가르쳐 온 말이 뭐냐? 세계 국경을 넘어서 우리 교수협의회에 들어온 교수님들은 전부 다 아카데미 패밀리(academy family;학술 가족)라는 말을 써요, 아카데미 패밀리. 그러니까 오늘은 높고 낮은 것 다 제쳐놓고, 뭐 선생이고 무엇이고 다 제쳐놓고 형제와 같은 자리에서 문답하면서 말해 보자구요. 형님과 같이 혹은 동생과 같이 이러면서….

생명이 귀해요, 사랑이 귀해요? 「어느것 하나 안 귀한 것이 없습니다」 아, 그러니까 딱 조건을 세워 놓고 물어 보는 것이 아니예요? 둘 다 귀하기 때문에 그중의 하나를 선택하자는 거예요. 교수님이 그렇게 대답하면 시험 점수 그거 안되겠는데…. (웃음)

자, 내가 답변해 줄께요. 젊은 청소년들, 20대가 되기 전 청소년 시대에는 마음이 붕― 뜬다는 거예요. 그때는 가을이 되어 나뭇잎이 달려서 한들한들하다가 떨어져서 딸랑딸랑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고 그러는 시대라구요. 모든 면에 동화(同化)할 수 있는 시대예요. 거 무슨 마음이 그렇게 만드느냐? 사랑이 움직이기 때문이예요. 그때는 시인이 아닌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시인. 문인이 아닌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구름을 봐도 신비롭고, 매일같이 보던 해인데도 사춘기에는 전부 다 입체성으로 느껴진다는 거예요. 전부 다 신비로워요. 나무를 봐도 그렇고, 꽃을 봐도 그렇고….

그러면서 무엇을 추구하느냐? 그 느끼는 감정과 더불어 주파가 가는 데는 상대를 추구하게 된다는 거예요. '아, 상대는 저렇게 아름답겠지. 상대는 저렇게 훌륭하고 놀랍겠지. 그 상대가 나를 이와 같이 마음으로, 내가 시를 읊듯이 불러 주겠지' 이런 생각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여러 선생님들도 사춘기 시절에 잘 느꼈을 거예요.

그래 가지고 얌전한 아가씨들도…. 사대부 집안에서 담 너머 세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사춘기만 되면 부모가 아무리 구박을 해도 쓰윽 목을 뽑아 가지고 세상 구경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 무엇이 그렇게 만드느냐 이거예요. 생명이 그렇게 만들어요, 사랑이 엉킴으로 말미암아 사랑의 작용이 그렇게 만들어요? 이것은 틀림없이 사랑이라는 작용이 조화를 부려 가지고 그렇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습니다. 안 그래요?

그러면 사랑이 뭐가 귀하냐? 사춘기의 젊은 청춘들은 서로 눈이 맞고 마음이 맞고 그다음에 불이 붙게 되면, 뭐 아버지 말이든 할아버지 말이든 아랑곳없이 가서 부딪쳐 가지고 문제가 폭발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생명이 '스톱!' 하고 브레이크를 건다 하더라도 깨진 주렁박처럼 생명이 떨렁떨렁 굴러 떨어져 나가더라도 그 길을 가려고 한다는 거예요. 안 그래요?

좋아요. 그럼 내가 하나 묻겠어요. 생명이 먼저예요, 사랑이 먼저예요? 국민학생들한테 묻는 것처럼 이래야 재미있지, 나 혼자 얘기하면 목도 쉬고 말하기도 힘들어서 이렇게 하는 거예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것과 같습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할 때에도 달걀이 먼저냐, 사랑이 먼저냐? 이렇게 해야지요. 그렇게 물어야지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가 아니예요. 내가 묻는 것은 달걀이 먼저냐, 어미 아비의 사랑이 먼저냐 이거예요. 숫놈 암놈의 사랑이 먼저냐 하는 걸 묻는 거 아니예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중요하지요. 어떤 것이 먼저냐고 묻잖아요?

자, 그러면 결론을 짓겠어요. 뭐 그러다 보면 내가 할말을 못하겠어요. 이것 가지고 자꾸 싸우다 보면, 이것을 풀이하다가 보면 시간 다 보내겠으니 넘어가자구요.

그래서 생명이 먼저냐 사랑이 먼저냐 묻게 되면, 사랑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아야 돼요. 이 사랑은 부모의 사랑입니다. 부모의 사랑은 하늘과 땅을 합한 대표적인 사랑이예요. 참된 사랑은 우주가 흡수되는 것입니다. 우주가 화합하려고 하는 거예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사춘기 시대에 마음이 붕― 뜨고, 우주를 품고 노래를 할 수 있고, 걸음걸이 거동거리가 천하를 주름잡을 수 있는 그런 신나는 마음과 그런 경지에 왕래할 수 있도록 요사스러운 작용을 하는 것은 사랑의 마음 외에는 없습니다. 생명의 힘 가지고는 못 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생명에 앞서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에 뿌리를 두고 내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이것을 확실히 알지 않으면 풀지 못한다구요. 풀리지 않는다구요. 전후가 잘못되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이 되고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이 된다는 겁니다. 거꾸로 된다는 거예요.

오늘날 교수님들 이런 말을 처음으로 나한테서 듣겠지요. 생명에 앞서 사랑이 먼저였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사랑에 뿌리를 두었어요. 그 사랑의 조화에 동참한 자라는 것입니다. 그래 내가 왜 귀하냐는 것을 알아야 됩니다. 생명은 다 마찬가지인데 왜 내가 귀해요?

여기 오신 교수 선생님들은 명예가 제일 아니예요? 자기를 누가 조금만 무시하면 높은 명예와 권위의식으로 일보도 양보를 안 해요. '한 마디 단어라도 내가 더 아니 너는 나한테 굴복해야 된다' 그런 게 아니예요? 여러분은 이것을 알아야 돼요. 사랑에는 우주가 화합할 수 있고, 우주를 끌고 다닐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