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집: 참사랑을 중심한 통일된 가정 1990년 11월 29일, 한국 국제연수원 Page #181 Search Speeches

존재의 선유조건

자, 하나님이 있느냐, 없느냐? 그거 얘기 좀 해 보자구요. 여기서 구체적으로 얘기하려면 재료와 증거물을 가지고 역사성을 통해서 얘기해야 되는데,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간추려서 얘기해 보자구요.

오늘날 세상 사람들이 알기를, 소위 지식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알기를, `인간은 진화되어서 태어났다. 원숭이가 우리 할아버지다' 합니다. 여러분들에게 원숭이 손자라고 하면 기분 좋아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매일같이 만나서 하루에 한번씩 사흘만 `이놈의 자식, 이거 틀림없이 원숭이 손자구만' 하면 멱살 잡고 싸울 것입니다. 자, 그러면 인간이 진화된 사람이냐, 창조된 사람이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아직까지 학계에서도 역사적 배후를 밝혀서 확정지은 결론이 없습니다. 그럴 성싶다는 추리적 논단에서 왈가왈부할 뿐이지 결정론적인 입장에서 단언을 내릴 수 없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말이예요. 이 우주는 어떻게 돼 있느냐 하는 질문에 오늘날 세계의 소위 과학자들이 말하기를 `우주는 힘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막연한 말입니다. `힘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문제되는 것이 뭐냐 하면 그 힘이 그냥 와다닥 나와서 존재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주를 형성하는 힘이 한꺼번에 확 나타나는 것이냐, 아니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타나느냐? 모든 존재는 시간과 과정을 거쳐서 현존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론적인 결론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주도 한꺼번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과 과정을 거쳐서 생성됐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 힘 자체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 힘이 생겨날 수 있는 어떤 인연이 필요하고 작용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우리가 남녀간에 서로 사랑한다 하게 될 때도, 사랑은 힘을 중심삼고 부딪칩니다. 그러면 남자 여자의 모든 것을 끌어당길 수 있는 그 힘이 순식간에 생겨요? 순식간에 `나는 너와 떨어져 못 살겠다. 죽자' 그렇게 됩니까? 먼저 눈을 맞추고, 손길을 맞추고, 걸음을 맞추고, 말을 맞추고, 냄새를 맞추고, 귀를 맞추고, 오관 감정을 전부 다 맞추고 난 다음에 마음이 통할 때 여기에서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나오기 전에 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기라는 것이 작용 없이 나타날 수 있느냐? 아니예요. 그렇기 때문에 힘이 있기 전에 선유조건으로 필요한 것이 작용입니다. 오늘날 학자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합니다. 작용이 먼저냐, 힘이 먼저냐 할 때는 작용이 먼저입니다. 그런 논리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작용 가운데 혼자 벌어지는 작용이 있느냐? 작용을 이렇게 추리하게 되면 공산주의자들도 방향성을 인정해야 되고, 방향성을 인정하면 목적이라는 것을 제시해야 되기 때문에 그들의 변증적 논리가 파괴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것을 제일 싫어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론 추구에 있어서 작용이라는 것은 혼자 하는 법이 없습니다. 작용을 하려면 반드시 주체와 대상 관계가 필요한 것입니다. 관계가 필요해요. 오늘날 세상도 모두 관계의 세계 아니예요? 부처의 관계, 정부 대 정부 관계, 개인 대 개인관계, 가정관계, 사회관계, 학문관계, 모든 것이 관계로서 벌어져 있습니다. 관계라는 것은 혼자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주체와 대상, 플러스 마이너스라는 내용을 중심삼고 작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나오기 위해서는 힘이 있기 전에 작용이 있어야 되고, 작용이 있기 전에 주체와 대상 개념을 인정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우주가 생겨나기를, 어떻게 보면 이 우주는 이중적으로 돼 있다는 것입니다. 옆으로 보면 이중적으로 돼 있어요. 그게 왜 그렇게 돼 있느냐? 이게 문제입니다. 왜 이중구조로 돼 있느냐? 여러분들도 이중구조로 돼 있지요? 몸이 있고, 마음이란 분이 계시지요? 여기, 아저씨 몇 살이오? 「예순 일곱입니다」 내 동생이네. (웃음) 나도 나이 많은 사람이구만.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말부터 시작하니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게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