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집: 이론을 갖춘 실천자 1986년 02월 08일, 한국 한남동 공관 Page #82 Search Speeches

인간의 가치가 땅- 떨어진 이 세상

그래서 현재는 그래요. 공산주의는 사상이 있지만, 민주주의는 사상도 없다구요. 민주주의는 정치체제예요. 사상이 아니예요. 관이 없다구요. 개인 생활관이 없고, 사회 생활관이 없고, 국가 생활 이념관이 없고, 세계 생활관이 없어요. 그 체제에서는 하나의 주류 방향성에 일치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개인을 꿰 놓더라도 가만히 있고, 가정을 꿰 놓더라도 가만히 있고, 회사를 꿰 놓더라도 가만히 있고, 사회를 꿰 놓더라도 가만히 있고, 대한민국을 꿰 놓더라도 가만히 있고, 미국을 꿰 놓아도 가만히 있고, 세계를 꿰 놓더라도 '좋다, 이것이다!' 할 수 있는 그런 무엇이 없다구요. 그게 문제입니다. 그러니 개인은 개인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대한민국은 대한민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아시아는 아시아대로, 세계 각국에 요지경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인간들이 참 반성을 많이 해야 돼요. 바다에 나가 보면 말이예요, 바다에는 어족이 많아요. 그 어족을 보면 신비합니다. 어떻게 해서 제철이 되면 찾아오는지.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그걸 알 겁니다. 정어리면 정어리, 오징어면 오징어, 그다음에 동태면 동태, 그다음 제일 많은 고등어면 고등어, 그 떼거리가 4월, 5월이 되면 틀림없이 찾아오더라 이겁니다. 5대양을 무대로 흐르는 물결 따라 거쳐 다니다가 철이 되면 어떻게 그곳을 틀림없이 찾아오느냐 이겁니다.

더우기나 여러분이 잘 아는 알래스카의 연어도 말이예요…. 연어잡이를 내가 지금 하고 있습니다. 내 배를 가지고 잡고 있고, 금년에도 일본에서 제일 많이 연어를 잡아서 판 사람이 나라구요. 유명합니다. 북양, 알래스카를 개발하는데 그 기지를 내가 사 버렸다구요. 해양사업 분야에서도 내가 문제의 인물이예요. 거기에 또 이단자예요. (웃음. 박수) 내가 지금 왕창왕창한다구요.

그 연어 같은 거 생각해 봐요. 요건 맨 처음에 치어, 조그마한 새끼를 몇 달 동안, 반 년이고 얼마고 길러 가지고는 말이예요, 내보내는 거예요. 내보내면 그 흐르는 물을 따라가는데, 그 활동무대가 4천 마일입니다. 그런 커다란 무대인데 거기를 떠난 고기가 말이예요, 4년 만에 알을 깔 때가 되면 그 자리로 떡 찾아와요. 그건 오늘날의 과학의 힘으로 어떻게 증거할 도리가 없어요.

그거 얼마나 신비스러운 겁니까? 하나의 조그만 미물인 연어라는 고기도 그런 신비의 내용을 가지고 일생을 춤을 추면서 놀음놀이를 하고 있는데, 이 욕심 많은 인간이 왜 몇천 년 동안 욕심 한번 성사하지 못하고,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복잡하게 사회환경의 변천에 부딪쳐 이제 끝을 내 가지고 살려 달라고 야단하고 있느냐 이겁니다. 이건 살릴 희망성도 없는 사람이예요. 이게 문제예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그걸 알아야 돼요. 이 만물세계를 보면 전부 다 공적인 길을 갖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요? 태양계를 보면 태양을 중심삼고 지구가 돌고 있고, 지구를 중심삼아 가지고 달이 돌고 있지 않아요? 지구도 공전(公轉)하는 공로(公路)가 있는 거예요. 그 방향에는 변함이 없어요. 천년 역사, 만년 역사를 비웃으면서 '네가 변하면 변하지 나는 변하지 않아' 이러고 있다구요.

또, 조그만 참새들도 가만 보라구요. 이거 뭐 짹짹짹짹 할 때는 애기들이 그저 장난감으로 알고 잡아죽이려고 하고 말이예요, 맘대로 할 수 있는 참새지만, 이 참새가 집을 지을 줄을 안다구요. 새끼를 낳아 가지고 기르다가 새끼가 위험하게 될 때는 자기 생명을 초월할 줄 알아요. 그것이 천년 만년 가더라도 변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인간세계는 왜 이렇게 변했어요? '부모의 사랑이 없다. 부모의 사랑이 뭐가 필요하냐' 이럽니다. '동물과 같이 어미 아비가 좋아서 사랑해 가지고 날 낳았지, 날 생각하고 낳아 주었어?' 하고 반대하고 이런다는 거예요. (웃음) 어미도 필요 없고, 새끼도 필요 없어요. 미국 같은 데서는 새끼 파는 건 보통이예요. 뭐 죽이는 사람도 많아요.

인간이 잘한 게 뭐예요? 아, 미물, 아주 이 조그만 동물들도 역사의 변천을 비웃으면서 자기들의 전통적 생애노정을 뚜렷이 자랑하고 있는데, 인간이 왜 요 모양 요 꼴이예요? 개미 떼거리만도 못해요.

개미는 말이예요, 장마가 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후 변동으로 말미암아 장마가 질 것 같으면 '아이고, 죽을 길이 생겼으니 이동하자!' 하면서 대이동을 하는 거예요. 개미 이동 하는 것 봤지요? 산보 가려고 그러는 게 아니예요. 피난가는 겁니다.

지금 북한에서 여기에 내려와 사는 분들 가운데는 북한에 식구들을 두고 온 분들이 있을 거예요. 이거 피난은 가야 하겠으니 여편네 남편네 다 남겨 놓고 자기 혼자 딸랑딸랑 내려와 가지고 살고 있으면서 '아이구, 북한에 있는 우리 패들 어떻게 되었을까?' 이러고 있다구요. 이게 뭐예요? 이게 사람이예요? 인간의 가치가 뭐예요, 이게? 그걸 생각할 때는 자연 앞에 부끄러워 가지고 얼굴도 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래도 세계주의 됐어요?

이놈의 사람들은 우뚝 서 가지고 바라보게 되어 있다 이겁니다. 모든 동물은 기어다니는데, 왜 사람은 서서 다녀요? 이거 보기 좋소, 보기 싫소? 동물세계에서는 제일 못생긴 게 사람이라고 한다구요. 왜? 서서 다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몰라서 그렇지. 답을 그렇게 한다구요. 자기들 같지 않으니까 제일 나쁘다고 할 거 아니예요?

왜 서서 다녀요? 왜 서 있게 되었느냐 이거예요. 그게 문제예요. 그렇기 때문에 옛말에 그러지 않았어요? 만물지중(萬物之衆)에 유인(惟人)이 최귀(最貴)라고…. 누가 그렇게 결론을 지었어요? 그걸 만세의 격언으로서, 진리로서 만민의 표준으로 세운 게 누구예요? 왜 이렇게 되었어요? 우리가 그럴 수 있는 본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 최귀(最貴), 최귀가 뭐예요?

요즘에는 미국 같은 데 가게 되면 할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근친끼리 생활하는 사람이 15퍼센트 내지 20퍼센트에 달하고 있어요. 라디오 방송에 어머니를 옆에 놓고 아버지와 사는 딸이 나와서 아버지하고 회담을 해요. 그거 이해돼요? '어머니가 딸하고 사는 아버지를 보고 가만히 있느냐?', '어떡하겠어요? 세상이 그런 걸' 하며 난장판이지요. 그게 사람이냐 이거예요. 이러다가 어떻게 될 거예요? 어떻게 될 거예요, 이게? 이제는 할 수 없이 머리를 땅에 박고 살아야 해요. 세상살이 하려면 그렇게 사는 수밖에 길이 없다 이거예요.

이런 여담을 하려면 끝이 없어요. 그렇지만 이런 사실들을 우리 같은 사람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포로 느끼고 환경을 점프해 가지고 소화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세밀히 아는 겁니다.

미국의 감옥 같은 데의 얘기를 하면 뭐라고 할까, 입을 벌릴 수 있는 사연이 많습니다. 그거 다 모르지요? 미국 사람들 겉치레한 것만 보고 있으니 말이예요, 늙어 죽게 된 기생이 화장을 하니 예쁘장한 색시같이, 10대 소녀같이 되니까 '아이구, 미인이다' 하고 호려 보니 박색(薄色) 할머니라는 걸 몰랐다는 거예요. 응? 그렇게 되어 가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