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집: 하나님의 일선에 선 우리들 1960년 12월 11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5 Search Speeches

인간이 처한 실상과 절대자

섭리의 뜻을 이루어 나가는 데 있어서 눈물의 고비를 피할 수 없는 이 억울한 사정이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이뇨? 그것은 인간이 절대자가 지향하는 하나의 위치를 포착하지 못하고 변할 수 없는 그 위치에서 변할 수 없는 관계를 맺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 결과가 벌어졌다고 단정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잘나고 아무리 만천하에 자기의 이름을 드날리며 호령할 수 있는 자가 있다 할지라도, 뒤넘이칠 때는 그도 쓰러지는 운명에 놓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역사노정에 민족을 지도한 중심, 혹은 애국자가 있었고 하늘을 중심삼고 이 세계 인류 앞에 선에 접근할 수 있는 진리를 표명했던 성현 현철들이 많았지만 그들도 역사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 역사의 제물이 되어 사라졌던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주의나 사상, 우리가 지니고 있는 관념, 우리가 세우고 있는 생활의 목표 등은 어떤 것인고? 그러한 것들 역시 변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원칙적인 중심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하나의 과정적인 것밖에는 안 됩니다. 과정적인 것들은 하나로 합해지지 않습니다.

완전무결한 중심이 세워질 때에는 자신의 갖춘 바를 만천하에 자랑하면 자랑할수록 그것이 오히려 부끄러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됩니다.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성공자라 할지라도 무엇인가 물결쳐 들어와 자기의 마음을 흔들어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절대적인 하나의 완전한 존재, 변할래야 변할 수 없는 뚜렷한 하나의 핵심 존재가 이 세계에 침투하여 이 시간도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을 가진 선한 사람들은 그것을 향해 전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중심을 잃어버린 인간입니다. 이것을 종교적인 용어로 말하면 타락의 보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통하고 분한 타락의 보응입니다. 이것은 창조 이후 타락의 역사노정을 거쳐온 우리의 선조들도 원치 않은 것이요, 현재의 인간들도 원치 않는 것이요, 미래에도 원치 않을 것입니다. 이런 한스러운 오점과 한스러운 타락의 보응으로 인류는 사방으로 휘몰리어 이리 쓰러지고 저리 쓰러지고, 이리 찢기고 저리 깔리면서 죽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태어난 인간이기에 고통스런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 있는 우리들임을 알아야만 됩니다.

그러면 하늘이 원치 않은 타락이 벌어졌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될것이냐? 만일에 이것을 해결해 주실 수 있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지극히 서러운 일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좌우 양대 진영으로 갈라져 대결하고 있지만, 이 역사적인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출산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는데 인간이 구상하고 계획한 그 무엇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념에 젖어 있고 사상에 젖어 있고 주의에 젖어 있는 우리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신경을 동원하고 힘을 다하여 새로운 동산, 새로운 이념세계를 향하여 달려가게 할 수 없습니다. 이 일은 인간이 아닌 절대자, 천주의 중심의 가치를 결정하실 수 있는 한 분을 통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고마운 것은 이 세상의 어떤 주의가 아니요, 어떤 단체도 아니며, 어떤 지도자도 아닙니다. 이런 처참한 환경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진 절대자가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중심을 잃어버리고 본향을 잃어버려 아무런 가치도 찾아볼 수 없이 파멸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 이상 고마운 일이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어떤 주의나 사상을 넘고 자신의 인격과 가치를 넘어 하나님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양심이 있는 한 이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