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집: 기다려 주세요 1972년 08월 27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63 Search Speeches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위한 선결문제

우리 인간이 절망에 부딪치게 될 때에는 인간과 하나님이 같은 소망의 길을 찾아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이 지고지선(至高至善)이신 하나님과 더불어 보조를 맞출 수 없는 악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될 때 거기에는 끝날과 더불어 새로운 길이 우리와 방향을 달리하고 찾아올 것이 틀림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리적인 결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 그러면, 그런 때가 된다면 피할 수 있는 길은 어떤 길이겠느냐? 자기를 생각하고 현재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때를 피해 갈 길이 없다는 겁니다.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피할 길이 없다는 거예요. 왜? 자기만을 생각했다는 것 자체는 이미 절망할 수밖에 없는 자체를 생각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요? 자기의 가정을 생각하는 것은 절망한 가정을 붙들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의 나라를 생각하는 것은 절망한 나라를 붙드는 것입니다. 세계를 생각하는 것은 절망한 세계를 붙드는 것이다 이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세계적인 부정을 제시할 수 있는 색다른 자기를 어떻게 발견하느냐 하는 문제가 문제될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이 끝날을 부정할 수 있는 자기를 어떻게 발견하느냐 이거예요. '현재의 부정이다. 현재의 극복이다' 하는 이것이 현재의 실존철학을 중심삼아 가지고 논의되고 있지만 신이고 무엇이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것을 찾기 전에 부정할 수 있는 내가 되는 것이 선결 문제인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를 어떻게 부정하느냐 이겁니다. 오늘날 이 세계를 부정할 수 있는 나, 혹은 나 아닌 또 다른 무엇을 어떻게 발견하느냐 이겁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길이, 혹은 그러한 가능성이 없는 한 우리 앞에 이상적인 세계, 하나의 세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현재가 그런 때입니다.

민주세계를 지도하고 있는 선진국가, 미국 같은 나라가 세계를 책임질 수 있겠느냐? 민주세계의 그 이념을 실천하여 세계화시킬 수 있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국이냐? 이미 실험을 끝낸 그 틀거리를 우리는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이것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결론을 지을 수 있는 실험이 끝났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실패의 결과로 해결지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현재 직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공산주의 가지고 그렇게 될 것이냐? 그것도 이미 실험이 끝났습니다. 이제는 무엇 갖고? 민주세계도 아니요, 공산세계도 아닌 무엇을 갖고?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주장하던 최고의 이념, 세계관이라는 것은 망상적이나마, 혹은 몽상적이나마 혹은 추상적이나마 어떻든간에 그것을 고대해 나오던 그 길이 이미 다 끝나 버렸다 이거예요. 실험해 봐 가지고 끝났다 이겁니다.

그러면 무엇을 바랄 것이냐? 그러기에 만일 인간 외에 어떤 무엇이 있거들랑 이제는 손을 들고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하는 자체가 되어야 하고 '우리는 안 됐습니다' 하는 현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인간의 자체 정비를 어떻게 서두르느냐 하는 문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모든 것을 맡깁니다. 하나님에게 모든 것을 당신 앞에 맡깁니다. 죽는 것도 당신에게 있고, 사는 것도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왕 죽일 바에는 오늘의 이와 같은 자리에서 죽이지 마시고, 당신이 소원하시는 방향에 접근시켜서 기쁘게 죽을 수 있는 자리에 세워 주십시오' 해야 합니다. 여기서 살겠다고 하는 사람은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죽겠다고 하는, 새로운 각도의 소원을 희망하면서 죽겠다 하면 살 길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거예요. 이러한 입장에 서 있는 것을 우리가 세포로 느낄 수 있는 현재가 아니냐 이겁니다.

이런 것을 하나님이 알고 보고 있다면, 만일 하나님이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상에 와 가지고 권고한다면 '야, 너희들 살겠다고 해라' 이렇게 가르치겠느냐 이겁니다. 아니라구요. 그 답이 무엇이냐면 죽기를 바라야 살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밖에 답이 없다구요. 자기를 보호하고 자기를 위하는 자리에서는 살 가능성이 없지만, 자기를 포기하고 새로운 그 무엇을 찾아 나가는 사람에게는 살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 다른 어떤 문제를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바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