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집: 우리들 참으로 같이 살고 싶구료 1986년 10월 11일, 한국 서울 롯데호텔 Page #268 Search Speeches

통일은 참된 사'으로만 가능해

그러면 잘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되느냐? 그 길이 무엇이냐? 문중이 잘되려면 문중을 대표하는 아버지로부터 그 아들 자체가 문중을 위해서 밤낮 문중이 아니면 살 수 없다고 해야 됩니다. 이런 사람이 그 문중의 주체가 되어야 됩니다. 그렇게 되어 가지고 그렇게 둘이 살아 본다면 그 문중은 흥하는 것입니다. 흥한다는 거예요. 날아가던 새도 학자님 문전에 와서 점심 못 얻어먹는다구요. 이거 뭐 아침부터 들어앉아 가지고 연구하느라고 얼굴도 못 보겠는 데?

지나가던 새가 점심이라도 얻어먹고 말이예요, 뭐 배고플 때 먹이라도 주워먹게 하려면 그래도 새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돼요. '참새야, 우리 같이 살자, 같이 살자' 이럴 수 있는 마음의 주체자를 찾고 있다는 거예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그렇지요? 강아지도 멍멍멍 하면서 자기와 더불어 좋게 살고, 아침이나 저녁이나 보게 되면 반기고 말이예요, 같이…. (녹음이 잠시 끊김) 그게 천리이치예요. 그게 천리예요. 간단합니다.

통일은 어디서부터 할 것이냐? 이게 문제입니다. 남북통일은 어디서부터 할 것이냐? 주먹으로? 힘으로? 힘으로 굴복시켜 놓으면 굴복당한 것이 굴복할 때보다 힘이 커지면 '이놈의 자식…' 하는 거예요. 그 세계는 통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요즈음에는 저 문 아무개가 애국자라고…. 나 그런 말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 갈 길이 바쁜 사람입니다, 밤이나 낮이나. 이번에 내가 여기 온 것도…. 미국에서는 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나 때문에. 아까 박보희도 얘기했지만 말이예요. 상원의원 하원의원들이 잘못하다간 모가지가 댕강댕강 길바닥에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다구요. 여러분은 모르지만 미국 CIA는 잘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다면 지금이 제일 위험한 때라구요. 여기 와 있는 것도…. 올림픽 대회를 유치하게 된 것도 내가 피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 피난 온 녀석이 도망다니면서 나가 다닐 수 있어요? 그저 앉아서 운동 구경이나 하고, 후원도 하면서…. 이때도 난 너와 더불어 언제나, 아침이나 저녁이나 같이 있고 싶은 마음 가진 것이 사실인데….

저, 코치가 그렇잖아요? 금메달을 타게 되면 코치를 붙들고 뭐 키스하고 눈물 흘리고 말이예요. 마음이 그렇다구요. '내가 바라던 이상의 조국을 넘어 천상세계와 통일의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하나의 친구로구나' 그렇게 봐요. 세상을 그렇게 보는 거예요. 만물도 그렇다구요. 벌레들보고도 '나하고 같이 살고 싶지?' 하는 거예요. 무엇 중심삼고? 돈? 지식? 아니예요. 사랑이예요.

자, 이제 시간도 많이 갔기 때문에 결론을 짓자구요. '남북통일운동연합'이라고 하는데 그게 보통 일이예요? 김일성을 어떻게 하고? 저 민정당을 어떻게 하고? 때려치우고? 그래야만 됩니다. 여러분 마음이 이남 땅에 살지만 이북에 사는 그들과 같이 살 수 있다는 나를 발견하고, 이북이 이렇게 어려운 곳이니 김일성의 독재정권을 알면 알수록 그 치하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비참하냐 이거예요. 남한 땅에 살지만 북한 땅을 바라보면서 밥을 못 먹고 목이 메어 가지고 불쌍히 사는 내 동포를 위해 눈물 흘리고, '당신의 어려움과 더불어 나는 살고 있다. 당신이 주체라면 대상의 자리에서, 이 땅 위에 주체가 없다면 내가 주체의 자리에서 어느 한 날 나타날 것이다' 이럴 수 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운동이 여기서 벌어진다면 이북의 복귀는 멀지 않습니다. 멀지 않아요.

오늘날 통일교회 교인들이 부산을 성지로…. 내가 범일동에서 살던 집, 제일 비참할 때, 테이블 요만한 것, 우리 식구 한 사람이 초상화를 그리고 내가 전부 다 치다꺼리하던…. 그건 뭐 비참한 거예요. 비참해! 그 집이 비참해! 그런데 왜 그 야단이냐 이거예요.

도탄 중에 있는 20세기 말기에 찾아올 사상적인 몰락, 몰가치 시대의 혼란스런 미래상을 중심삼고 눈물짓고, 그들과 같이 그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생활의 면모를 갖고 살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이거예요.

여러분, 세계에서 유명한 학자들, 그 학자들과 공부하게 될 때 그가 고생한 모든 것,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내가 그와 더불어 같이 느끼고, 보고, 행동할 수 있는 데에서 학자세계의 역사적 계통이 남아지는 게 아니예요? 그 정, 지식이 아닙니다. 정, 정의 교류가 인연맺어지지 않으면 그 학자 만났댔자 뭐해요? 그 신봉하던 대학자를 만나서 뭘할 거예요?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지' 이런 말보다, 그들 만나면 눈물이 앞서 가지고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사람, 어려운 자리에서도 같이 살고 싶은 희망의 한때의 동조자로서의 태도가 그 생활 이면에 엮어져야 할 게 아니냐 이거예요.

내가 교수 아카데미를 세워 놓고 고맙게 생각한 것이 있어요. 이거 본인이 여기 앉아 있는데 얘기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예요. 내가 댄버리 감옥에 들어갔을 때 이박사와 몇 분이 방문을 왔더라구요. 와 가지고 이박사가 척 나를 보더니 눈물이 핑 돈 거예요. 나보고 인사하면서 '레버런 문은 잘못 살지 않았다'고…. 이항녕 박사가 누구한테 머리숙여요? 세상에 제일 대꼬치 같고 말이예요, 자기이상 높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 사람 아니예요? 그 눈에 눈물이 핑 돌고…. 내가 없으면 아마 눈물이 뚝 떨어졌을 거라구요.

그것을 보고 난 후에 나는 바른길을 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내가 여기 와 있지만 내 슬픔이 저들 마음속 깊은 가운데 저들의 슬픔으로 이어지고, 내 기쁨이 저들의 기쁨으로 싹이 트고 있다는 사실, 이것은 놀라운 것입니다. 그걸 내가 자랑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레버런 문은 그걸 자랑하려고 하는 거예요. 내 명예? 명예는 흘러가 버리는 거예요. 한 시대에 흘러가 버려요. 역사를 초월해서 그 자리를 더듬을 수 있는 것은….

부모의 무덤이 10년 20년이 지나 삭아 없어지더라도 진정한 효자는 평장이 된 무덤을 품고 몸부림치면서 통곡하는 거예요. 그 원인이 어디 있느냐? 그 누가 이어받을 수 없는 단 하나의 깊은 골수의 심정을 이어받아 가지고 그 사정, 옛날 시대, 역사는 지나갔지만, 십년 수십년 생애를 거쳐갔지만 그것이 오늘의 현실에 살아 꿈틀거릴 수 있는 사실로 폭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천 년 전 것이 지배를 못 하고 천년 후에도 그 가는 길을 막을 수 없는 힘의 내연이 잠재해 있는 곳이 어디냐? 오로지 이곳밖에 없다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