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집: 제일 귀하고 좋은 것 1988년 05월 03일, 한국 대전교회 Page #18 Search Speeches

주인의 자리- 있" 사람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 것이다

주인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나쁜 주인이 있고, 그다음엔 좋은 주인, 또 그다음엔 나빴다 좋았다 하는 주인도 있다는 거예요. (웃음) 얼룩덜룩한 것 있잖아요? 그러나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나쁜 주인이 있고, 좋은 주인이 있고, 그다음에 나빴다 좋았다 하는 주인이 있다 이겁니다.

그러면 나쁜 주인이 되기 쉬워요, 좋은 주인이 되기 쉬워요? 어떤 주인이 되기 쉬워요? 「나쁜 주인요」 얼룩덜룩한 주인하고 나쁜 주인하고 어떤 게 더 나빠요? 「얼룩덜룩한 거요」 얼룩덜룩한 것이 좀 낫지요. (웃음) 하얀 바탕에 노랑물이 들어 알룩달룩하더라도 물이 덜 들었으니 완전히 노랑이 되는 것보다 낫잖아요? 둘 다 가지고 있으니…. (웃음) 그렇게 봐야 됩니다.

그건 그렇고, 그러면 나쁜 주인 되기가 쉬워요, 좋은 주인 되기가 쉬워요? 「나쁜 주인요」 「좋은 주인」 (웃음) 보편적으로 볼 때, 길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물어 보라구요. `세상에는 요사스러운 선과 악이 있고, 나쁜 것 좋은 것이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그만큼 인생을 살았으면 체험도 많이 해보고 감정도 많이 해봤을 건데, 살고 난 오늘의 결론이 뭡니까? 좋은 주인이 되기 쉽소, 악한 주인이 되기 쉽소?' 하고 묻게 될 때 어떤 대답을 할 것 같아요? 「나쁜 주인입니다」 저 나이 많은 분들, 대답해 봐요. 「……」

자, 그러면 주인말고 나쁜 사람 되는 것이 쉽소, 좋은 사람 되는 것이 쉽소? 「나쁜 사람입니다」 그건 누구를 막론하고 나쁜 사람 되는 것이 쉬울 겁니다. 그건 연습도 하지 않고 배우지도 않고, 생각을 안 하더라도 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행동만 하면 그건 틀림없이 나쁜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러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되고, 많이 배워야 되고, 많은 훈련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좋은 사람이 된다 이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아까 말한 제일 좋은 게 뭐냐고 묻는 그 자체가 얼마나 실례예요? 충청도 사람들은 전부 양반이라서 그런 말을 물어도 실례가 안 됐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따지고 보게 된다면 아무리 양반된 충청도 사람이라도 그중에 진짜 양반이 몇 사람이나 되고, 악바리들이 몇 마리나 될까요? (웃음. 녹음이 잠시 끊김) 문제가 큽니다.

여러분 동네에서 한번 찾아보라구요. 예를 들어 사대부 가문의 부자집에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가 살고 있다고 합시다. 층층시하에서 살고 있고 모든 면에서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하자구요. 그 집 할아버지가 20명의 식솔을 거느리고 살 때, 그 20명 전체가 언제나 좋아하는 할아버지 되기가 쉬워요, 어려워요? 「어렵습니다」 얼마나 어려워요? 그래, 좋은 할아버지 되려면 할머니 앞에 좋은 할아버지가 되어야 됩니다. 그다음엔 아들한테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됩니다. 며느리 앞에 좋은 시아버지가 되어야 돼요. 또 그다음엔 손자 손녀들 앞에 좋은 할아버지가 되어야 돼요. 그다음엔 사촌, 팔촌, 모두에게 좋은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냐 이거예요. 그래서 `저 집은 좋은 사람들이 사는 집이다'라고 인정받기가 얼마나 힘든 것이냐 그겁니다.

그런 집이라면 천년이 되어도 싸움 한 번 안 하고 말다툼도 안 하고, 언제나 웃음이 넘쳐 흐르는 그런 가문이 되고 집이 되어야 할 텐데, 사실이 그렇더냐? 한번 헤쳐 보게 되면, 오만 가지 사연이 많을 겁니다. 매일 부딪치며 후닥닥 하고, 뭐 어떻고 어떻고, 옆으로 가다 부딪치고, 좌우로 가다 부딪치고, 상하로 가다 부딪치고, 뭐 오만 가지 사정이 다 엉클어져 살고 있을 거라구요.

자, 그러한 환경을 바라보는 그 할아버지가 `내가 주인이다. 주인 됨을 자랑하노라. 헤헤헤 훌륭한 주인이지' 이러면서 배를 내밀고 자랑하겠어요, 어떡하겠어요? 주인 자리에 있을수록 어떻게 되겠느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속 짐이 얼마나 무거워요! `할아버지 못 해먹을 거로구만'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도 `요놈의 땅강아지 같은 할머니는 그저 원없이 같이 살았는데 언제나 긁어 먹기만 하누만' 그러면서 언제나 깽깽거리는 사연이 참 많을 거예요.

아들 녀석은 보기에 소처럼 생겨 가지고 정말 미욱하다 이겁니다. 그래, 한마디 하면 퉁 하고, 아버지 말을 이건 뭐 이웃 동네에서 찾아오는 우편 배달부가 가짜 편지 갖다 주는 것만큼도 반갑게 생각지 않는다는 거예요. 가짜 편지, 알지요? 그런 사연들이 참 많이 얽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 할아버지 일생이 행복한 거예요, 불행한 거예요? 「불행합니다」 불행한 거요, 행복한 거요? 「불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