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집: 신앙과 나 1972년 08월 18일, 한국 청평수련소 Page #309 Search Speeches

전통적 터전을 이어받을 수 있" 사람이 되어야

선생님은 외국 다니면서도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일본에 가서 일곱 시간, 여덟 시간 이야기를 했는데 그쯤 되면 다리가 막 저려옵니다. 다리가 저려오는 거라구요. 서 있으니까 다리가 저리는 거예요. 여러분은 모를 겁니다. '서 있는데 다리가 저릴 것이 뭐야. 피가 통하지 않아야 다리가 저리지' 할 것입니다. 서 있으면, 피가 전부 다리로 모이기 때문에 저린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리 저린 것이 문제가 아닌 거예요. 나는 모인 청중을 천국과 지옥의 삼팔선을 넘겨야 할 책임이 내 다리에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선을 넘겨 놓았는데 다시 넘어오는 것은 선생님이 책임을 안 집니다. 왔던 것보다 나아야 된다는 거예요. 어떤 것과 같으냐 하면 타잔이 줄을 타고 건너가는 것과 딱 같습니다. 획 건너가 가지고 건너편 나무가지에 올라서야 하는데 건너서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 여기에도 도달하지 못하면 저기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떨어지게 되는데 어디로 떨어지느냐면 악어굴에 떨어집니다. 딱, 그런 식이라구요. 그런 것을 느끼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모험을 해야 됩니다. 내디딘 자리에서부터, 뒤에서부터 해볼 수 있으면…. 넘어질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넘어지고, 찰 수 있는 대로 최대로 차야 됩니다. 이런 모험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정탐꾼의 놀음과 같은 것입니다. 그와 같은 심정을 갖고 하는 거예요. 비가 오는데 우산을 안 썼더라도 비 오는 것도 모르고, 빗소리도 못 듣고 그 말소리만 울려나야 되는 것입니다. 그런 놀음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책임자는 불쌍한 거예요. 불쌍한 거라구요. 그래서 선생님을 세상 사람이 동정하지 못하니까 하늘이 동정해 주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 보세요.

어떤 때는 골이 터질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기절할 경지까지 갈 때가 있어요. 그렇게 골이 아프다구요. 그때 '순교의 역사에 빛나는 순교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영광으로 알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 아픔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몸이 쇳덩어리인가요? 어떤 때는 선생님이 몸이 지쳐 가지고 들어가자마자 이불도 덮지 못하고 옷도 다 벗지 못하고 쓰러져 잘 때가 있습니다. 일어나 보면 다리에 바지가 반쯤 걸려 있다구요. 그럴 때는 몇 시간 안 잤는데도 일어나면 몸이 얼마나 거뜬한지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놀음을 해먹을 수 있는 거예요. 알겠어요?

여러분은 그러한 전통적 역사 위에 선 사람들입니다. 만일에 여러분이 스승이 닦아 놓은 그러한 터전을 유린하는 날에는 어디 가서도 설 수가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몰라도…. 오늘 아침에도 선생님은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무도 안 일어날 시간에 일어나 여기에 왔다구요. 선생님의 마음은 딱 죄 지은 사람이 형장에 나가는 그 마음입니다. 이 짐을 어떻게 푸느냐? 이 짐을 벗는 해방이 벌어지게 될 때는 소리를 지르고 감사에 떨며, 눈물로 전체가…. 참 말할 수 없는 자리에 서서 하늘 앞에 감사의 기도를 어떻게 올릴 것이냐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길은 좋아서 가는 길이 아닙니다. 알겠어요? 죽으러 가는 길입니다. 지금 내 나이가 쉰세 살이지만, '쉰 살까지는 가자' 했던 거예요. 지쳐 가지고 가다가 못가는 날에는 할 수 없지만 갈 수 있는 날까지 가는 거라구요. 문제는 뭐냐 하면, 내가 만약 죽는 날에는 누가 하늘을 붙들고 위로해 드릴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누가 하나님 대신 세계를 위해서 안타깝게 싸울 것이냐는 거예요. 그것이 문제라구요. 여러분이 그 전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언제 갈지 모르는 거예요. 알겠어요? 이런 말 들으면 섭섭하지요? 선생님은 언제 갈지 모르는 사람이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경계선까지 내가 하늘의 비밀을 보관하고 나갈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철없이 생각하는 사나이가 아닙니다. 틀림없이 알고, 틀림없이 갖고 있지만 입을 열어 번복하지 않는 사나이입니다. 천만 사연을 다 통고하더라도 그 사연만은 통고할 수 없는 내용을 가진 비밀의 사나이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예」 이것을 어디다 털어놓을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