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집: 과학의 구심성과 절대가치 1975년 11월 28일, 미국 뉴욕 월돌프아스토리아호텔 Page #91 Search Speeches

과학의 구심성과 절대가치

경애하는 의장, 저명한 과학자, 그리고 존경하는 교수 및 학자 여러분! 본인은 오늘 이 국제과학통일회의에 참석하신 여러분에게 뜨거운 환영의 뜻을 표하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하는 바이며, 아울러 여러분의 참석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본 회의는 1972년 11월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으며, 그후 매년 개최하여 2차 회의는 다음해 11월 동경(東京)에서, 3차 회의는 런던에서,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곳 미국에서 다시금 제 4차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인은 매년 본회의에 계속 참석해 오신 교수님들에 대하여 특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계속적인 참석은, 여러분들이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철저히 연구해 오는 동안 전인류의 복지라는 공동목표에 여러분들의 노력을 경주(傾注)해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모든 분야에 있어서 사람들은 그들의 연구범위를 좁고 제한된 분야로 좁히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그들은 전체의 목적이나 그들의 과제의 구심성(求心性)을 상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됨으로써 그들은 제 분야간에 조화로운 통합을 통하여서만 생성(生成)되고 또 기능(機能)하게 되는 생명력이란 것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며,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과학의 근본적인 동기와 목적으로부터 멀어져 갑니다. 극단적으로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발명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행복을 파괴하고 있는 실례(實例)를 발견하기까지 합니다.

과학의 분화(分化)는, 생명이 산재(散在)한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몸과 비슷합니다. 우리들의 인체구조를 살펴보면, 거기에는 몸이 생명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수백만 개의 세포가 상호관련된 망상조직(網狀組織)으로 되어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중심적이며 주체적인 두뇌가 있는데, 이것으로부터 메시지와 명령이 척추와 신경 끝을 통과하여 모든 세포에게 도달되어 수백만 개의 세포가 조화 있는 기능을 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주체적인 것으로서 인체의 어떤 부분과도 밀착된 관련을 가진 눈은 눈으로서의 개체 목적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몸 전체의 목적에 이바지합니다.

인체의 모든 부분은 이중목적(二重目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 하나의 아픔은 몸 전체에 고통을 줍니다. 그리고 반대로 각 세포가 건강하면 몸 전체가 건강하게 됩니다. 각 세포들 가운데 정상적인 관계나 질서가 파괴되면 인간은 병들게 될 것입니다. 인간사회의 구성단위나 집단의 이상적인 조직과 구조는 인체의 구조와 같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관계와 질서를 상실한 오늘의 사회는 마비되고 병들었습니다. 무엇인가 절망스럽게 잘못되었습니다. 혼돈과 혼란된 의식으로 충만된 인간은 좌절하게 되었습니다.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 오염되고 고갈된 자연자원만이 당면한 문제는 아닙니다. 사회의 병은 바로 인간존재의 본질속에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간은 그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건전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산업혁명이나 기술혁명만이 아니고 보다 큰 인간 의식의 혁명입니다. 사화문제의 해결은 자연과학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법규를 초월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사회과학, 예술, 종교 등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앞에서 말한 문제들은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한 세대의 것만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에 영향을 주는 인류역사의 궁극적인 것들입니다.

이러한 인간 의식의 혁명을 통하여 인간은 대단히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모든 인류의 평화적인 공존을 위하여 그의 연구결과를 사용하도록 인도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이상은 오로지 개체목적과 전체목적을 완전하게 조화시킬 때만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연구분야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자연과학분야에 있어서도 순간적인 개체목적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전인류를 위한, 다른 여러분야를 통합한 폭 넓은 전체목적과 더불어 달성되어야 합니다.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우리는 연구결과의 참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특수 연구분야를 통합하기 위하여 우리는 보다 큰 설계와 청사진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통합을 이루어 나가려는 공통이상을 실현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국제과학통일회의(國際科學統一會議)의 주요 목적은 우리들이 그러한 청사진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그러한 청사진에 관련된 몇 가지 생각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인간은 그의 마음이 시간과 공간에 제한받지 않는 최고차원(最高次元)의 근원에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아 그 자신 안에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원은 우주적인 마음, 혹은 모든 존재의 제일원인(第一原因) 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인간은 그의 생명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하여 우주에 있어서의 절대가치 (絶對價値)의 구심성(求心性)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인류가 국가나 종족을 초월한 형제자매들이며 하나의 인간가족으로서 살아가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우리는 참된 평화와 행복의 이상세계를 향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과학은 그의 영역 밖에서부터 검토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과학정책은 사회를 전체로 다루는 가운데 결정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과학이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인류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는 전체목적의 가장 중심점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다시 말하면,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의미를 갖게 하기 위하여, 인간은 전체적인 입장에서 가치의 기준을 토의하고 또 확립해야 합니다. 과학은 볼 수 있는 외적 사물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과학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분야나 정신적 차원의 내적인 것을 이해하는 데 과학의 구심성과 절대가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들 두 영역은 통합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외적인 세계에 놓여 있는 중심점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최고 차원의 형이상학적 세계의 중심점과 연결되어 있는 외적인,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의 중심점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후자를 불변의 축(軸)으로 해서, 전자가 수수작용으로 영원히 그 주위를 돌게 되면 시공(時空)의 모든 존재에서 절대적인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본인은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귀중한 연구결과를 기탄없이 발표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인류복지라는 전체목적을 포함하는 공통문제를 폭 넓은 관점에서 토론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훌륭한 전공분야의 지식을 통합된 방법으로 활용한다면, 인류사회에 현존하는 모든 문제들을 관찰하고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인은 믿는 바입니다. 그렇게 되면, 존재세계에 있어서의 과학의 구심성과 절대적 가치는 확립되고 찬양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대한 과제에 여러분들이 기탄없이 기여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