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집: 산을 찾아가시는 예수의 슬픈 심정 1959년 01월 25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99 Search Speeches

예수님이 변"산을 오르시게 된 전후 사정과 비장한 결심

변화산에 올라갈 때에는 세 제자가 예수의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보기에 민족을 대표해서 택한 제자 입장이었으나 산에 오르시는 예수 앞에 아무런 도움의 조건도 세워드리지 못한 제자들이었습니다.

예수가 광야를 찾아나갈 때는 그래도 천사가 와서 수종을 들어 주었는데, 민족을 위하여 싸우고 민족을 위하여 죽음을 각오하며 변화산을 오를 때는 민족을 대표하여 따르던 세 제자마저 예수의 수종을 들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게 될 때, 슬픔으로 시작되어 슬픔으로 끝난 예수의 생애는 비통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예수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러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내게 있는 모든 정성을 다 들여 원하시는 뜻을 따라나가겠다고 기도했습니다. 역사적인 어떠한 선조들보다 굳은 지조와 충의와 성심과 노력을 기울여 3년공생애 노정을 걸었으나 민족에게 몰리었고 교단으로부터 몰림받았습니다. 친척과 제자들 어느누구 한 사람 자신의 편이 되어 주지 않는 가운데서 예수님은 하늘을 향하여 기도하는 생활을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심정은 자신이 외로운 자리에서 슬픔을 느끼는 것보다도, 하나님께서 인간을 대해 4천년 동안 수고해 나온 역사의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인가 하여, 하나님 앞에 자기의 심정을 고하기에 민망스러운 심정이었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알아야 되겠습니다.

그러한 심정에 사무쳐 있는 예수에게 민족에 대한 원망심이나 교단에 대한 원망심, 혹은 타락된 아담 해와에 대한 원망심이 나올 수 없었습니다. 누구를 원망할 여지가 없었던 예수였음을 우리는 알아야 되겠습니다.

옛날 선조들은 슬플 때 하늘의 위로를 받았으나 예수는 슬픈 자리에서도 슬프다고 기도할 수 없는 자신임을 깨달았다는 거예요. 기도하기 전에 흐느낌의 눈물이 먼저 예수의 무릎을 적시었으리라고 나는 봅니다. 그 모습은 하늘 땅 위에 죄인 중의 죄인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4천년 동안 수고의 역사를 거듭하여 섭리하셨던 하나님 앞에, 승리의 조건을 세우지 못하고 패배의 일로에서 서글픈 사정을 품고 변화산상에 홀로 나타나 하늘을 대해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서게 된 예수는 차마 입을 열어 기도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과 사정이 딱하였기에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와 모세를 보내시어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죽음을 의논하게 하셨습니다. 제자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슬픔에 잠길 것을 안 예수는 백성을 위하여, 또 이 후대를 위하여 하늘을 염려하실 것을 아시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놓고 슬퍼하셨던 것입니다. 죽음의 길을 걸어서라도 소망이 없고 앞길이 가로막힌 가운데 처해 있는 유대백성들을 살려야 할 것을 느낀 예수는 엘리야가 `아바 아버지여! 나만 남았나이다'라고 호소하던 그러한 기도의 심정으로 하나님 앞에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심정은 참으로 비통하였던 것입니다.

오늘날까지 우리 선조들이 하늘을 대하여 나오는 데 있어서 그 행한 일들이 이렇듯 슬픈 역사를 남겼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변화사상에서의 제자들이 자기들이 죄의 종족임을 알고 예수와 같은 심정으로 또는 예수 대신 민족의 서러움을 염려해 주기를 바라셨습니다. 예수를 위로해 드리고 예수 대신 기도해 주기를 원하셨으나 제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우리의 선조들이 걸어나온 역사노정의 실상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을 예고받은 예수는 그 죽음의 한날을 남몰래 준비했습니다. 예수는 자신의 죽음의 날이 점점 촉박해지고 사태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사랑하는 제자가 자신을 팔 것을 알고 자신이 십자가에 나가기 전에 먼저 세상의 모든 만사를 다 종결지어야겠다는 심각한 심정을 가졌습니다. 그러한 심정이 그의 몸마음에 어리었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앞에 놓고 최후의 길을 가야 할 구세주의 사명을 짊어진 자신임을 예수는 알았기 때문에 죽음의 길을 거친 후에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예수는 자신의 이러한 죽음으로 말미암아 역사적인 서러움과 시대적인 서러움, 그리고 미래의 서러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고개를 넘고난 후에까지도 저끄러진채 남아 있을 것을 염려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의 심정은 어느 때보다도 비장한 것이었음을 여러분은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심정에 사로잡혀 있는 예수를 알아준 사람은 땅 위에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 사정을 알아주는 하나의 제자도 없었습니다. 예수의 사정을 아는 분은 하나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는 자신만이 아는 서글픈 심정을 지니게 되었고, 역사적이요 시대적이요 미래적인 원한을 품게 되었고, 비운의 장벽과 검은 구름이 앞을 가로막는 환경, 죽음 앞에 몰리는 비참한 환경에 처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의 심정이 슬프다면 이 땅위에 어느누구보다 슬픈 심정이었을 것이요, 분하고 억울하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비할 수 없이 분하고 억울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