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집: 최후의 전선 1976년 03월 01일, 한국 대구교회 Page #335 Search Speeches

제일 무서운 무기" 빚지우" 것

인생철학이 딴 데 있는 것이 아니예요. 간단해요. 복받겠다고 허덕이지 말라구요. 동네에 뽐내 가지고, 가장해 가지고 '내가 대접 받겠다' 하는 그런 가식이 필요 없어요. 동네에 빚지우자는 거예요. 환경에도 빚지우고, 생활에도 빚지우고, 심정에 빚지우면 완전히 굴복하는 거예요 알 만해요, 모를 만해요? 저 나이 많은 아저씨도 알겠어요? 저 머리가 허연 아저씨?「예, 알겠습니다」

아저씨한테만 묻노니, 얼마나 빚을 지우고 살겠소? 대한민국과. 그 마을과, 그 군과.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에, 더 나아가서는 세계에, 더 나아가서는 하나님 앞에 얼마나 빚을 지울 것이냐 묻게 될 때, 자신이 없거 들랑 하늘 보기를 부끄러워하고, 땅을 보기를 부끄러워하고, 사람 보기를 부끄러워하면서 자기가 죄인인 것을 자각하는 자리에 서거들랑 그 할아버지의 갈 길에는 구원이 있을 것입니다.

나이 많아서 자기 아들딸이 있다고 '아, 어른을 대접해야지' 소위 경상도 양반이라고 해 가지고 말이예요. '어른 대접해야지, 에헴. 야 아들 며느리야! 좋은 것이 있으면 나한테 갖다 먹여야 돼. 그게 효의 도리야' 그런 시시한 생각을 하지 말라구요. 죽을 때까지 밤이든 낮이든, 거동하기에 힘들거든 마음으로라도 빚을 지우라구요. 아들이나 며느리한테 손자들한테 빚을 지우라구요. 그런 건 얼마든지 있어요.

늙은 사람들은 밤잠 안 자는 복이 있다구요. 나이가 많으면 잠을 왜 안자느냐? 그 잠이라도 안 자야지. 잠만 자면 어떻게 되겠어요? 잠을 깨서는 일하다가 고단해진 아들 며느리가 있으면 찾아가 봐서 이불을 덮어 주고, 자기가 깨어 있으면 일어나 있으면 자기 이불을 갖다 덮어 주고 빚을 지워 보라구요. 그러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죽을까봐 그 아들 며느리는 후들후들 떨 거라구요. 이건 '에이, 나한테 빚지워라. 빚지워라' 빚지우라는 건 다 싫어합니다. 에미든 애비든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다 싫어한다구요. 맞아요. 안 맞아요?「맞습니다」

제일 무서운 무기, 제일 강한 화살, 제일 멋진 총탄이 있고 포가 있다면 이 포탄이예요. 알겠어요? 이 포탄을 맞으면 왕도 옥살박살 깨지는 것이요. 포악한 악당의 괴수도, 독재자도 깨지는 것입니다. 그렇겠어요. 안 그렇겠어요?「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무기를 지녔습니다. 내 손에 무기를 쥐고 있어요. 말뿐이 아니라 심정적 무기를 지녔어요. 인간을 대표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정을 대표해서 이 무기를 쥔 거예요. 하나님에게 빚지우고 싶어하는 그런 심정이 가득차 있거든 그 심정을 내가 이어받아 가지고 내 손이 가는 대로 그 빚을 지울 수 있게끔 내가 노력하자는 거예요.

그런 사람은 하나님의 안방에 자동적으로 들어가요. 하다 보면, 떡 잠자다 보면 혼자 자는데 하나님 품에서 품겨 자는 걸 발견할 것입니다. 내 손이 시커먼데 밤에 눈을 떠 보면 황금빛같이 서광이 비치는 손길을 볼 것입니다. 얼음판 위에 누워 처량한 객사의 신세가 될는지 모르지만 천국의 보좌에 누워 자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것이 사실이예요, 사실.

그런 걸 알았기 때문에 문선생이라는 사람은 지금까지 싸워 왔어요. 만약에 그것이 없다면 제일 고독한 사람이예요. 제일 불쌍한 사람입니다. 내 사정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어머니 아버지도 모르고 처자도 몰라요. 여러분들도 모르는 거라구요.

그렇지만 내가 책임에 있어서 빚을 안 지고, 사명에서 빚 안 지고, 심정에서 빚 안 지려고 불철주야 허덕이는, 역사를 대표해서 최고로 허덕이는 사나이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내가 유언이 있다면 '나는 빚 안 지기 위해서 최후의 끝까지, 생명의 일각까지, 꺼질 때까지 허덕이고 간 사나이다' 하는 말을 비석의 비문으로 남기는 거예요. 이것이 유언이 될 거예요. 알겠어요?

빚이야 갚겠으면 갚고 말겠으면 말고, 갚고 싶거든 만민 앞에 갚아라 이거예요. 그러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문화세계가 창조되고, 새로운 천지에 평화의 왕국이 개문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