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집: 신앙과 나 1972년 08월 18일, 한국 청평수련소 Page #351 Search Speeches

기도

사랑하는 아버님!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당신이 역사를 통하여 찾아오시던 나라와 세계와 천주를 수습하기 위한 중요한 책임자로 불러 모은 무리가 이 모양인 것을 생각할 때 면목없습니다. 아버지, 면목없습니다. 진정으로 면목없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심정의 세계를…. 이 땅 위에는 잘난 사람도 많고, 잘난 나라도 있지만 그 사람과 그 나라가 당신을 대하여 반기를 들고 있사옵니다. 죽고 쫓기는 무리이지만 당신을 추앙하며, 당신의 나라를 위하여, 당신의 나라를 이루기 위하여 당신을 흠모하며 발버둥치다가 지친 모습으로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그 얼굴을 당신께로 향하여 울부짖고 있는 무리가 이 무리이기 때문에, 당신께서 불쌍한 입장에 서더라도 이들을 버릴 수 없는 입장인 것을 생각하옵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슬픔으로 이어 나오신 아버지여! 슬픈 저희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더더욱 슬프셨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이 당신의 염려를 전부 다 막아 치우고, 금후의 사명을 다할 것을 아버지 앞에 맹세하였사오니, 이들의 갈 길을 아버지께서 지켜 주시옵소서.

이들의 처자들을 중심삼은 금후의 역사를 당신이 불쌍히 보아 주셔야 되겠습니다. 당신이 같이해 주셔야 되겠습니다. 하늘이 떠나게 될 때는 아무 그림자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옵니다. 당신이 믿고 오셨던 걸음이 불신으로 귀결될 때는 그 누구보다도 당신이 슬픔에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 이 자리가 두렵고 떨리는 자리인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옵니다.

자신을 세워서 하늘에 빚을 지우는 내가 되었던 과거를 저희들은 무한히 슬퍼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늘에 빚을 지우는 자리에서 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될까봐 마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늘의 빚을 가려주고 하늘의 짐을 짊어질 수 있는 보람있는 아들의 모습이 되고, 보람있는 가정의 모습이 되어야 되겠사옵니다.

그러면 저희들의 후손이 미래에 당산의 사랑의 보호권내에서 소망의 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 뜻을 위하여 죽을 수밖에 없는 길이 저희들의 갈 길인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나라를 걸고 밤을 새우고 세계를 걸고 몸부림치는 정상을 바라보시는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하여 눈물지으신다는 것을 아옵니다. 저희가 나라를 찾기 위하여 앞장서는 그때만이 아버지께서 저희를 대신하여 세계를 찾아 주겠다고 앞장설 수 있다는 것 또한 아옵니다. 심각한 내용이 폭발되기 전에는 아버지의 소원성취가 금후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저희들은 아직까지 저희들이 당하여야 할 비참의 기준까지 도달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아직까지 저희들이 겪어야 할 핍박의 화살을 다 받지 못하였사옵니다.

저희가 당신의 소신과 일념을 이어받은 자격자로서 사탄세계 앞에 자랑할 수 있는 모습이 못 되었기 때문에 소망하시는 나라를 바라보면서 역경의 자리에 머물러 계시는 아버지의 마음이 원통하고 안타까운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 마음을 억제하시면서 찾아 나오고 기다려 나오신 아버지를 이제라도 동정하고, 그 마음을 이어받을 수 있는 당신의 아들이 되어 당신의 가정을 남기게 허락하여 주옵길 간절히 부탁하고 원하옵니다.

아버님! 이제 팔도강산을 향하여 다시 출발을 하옵니다. 이제 돌아갈 때의 모습은 올 때의 모습과 달라져야 되겠고, 당신이 그리워 몸부림칠 수 있는 자식이 되어야 되겠사옵니다. 당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아침이라면 아침을 그리워해야 되겠고, 낮이라면 낮을 그리워해야 되겠고, 저녁이면 저녁을 기다려야 되겠사옵니다. 그 시간이 지나 버렸거든 밤 시간에라도, 자는 시간에라도 당신을 만나고자 하는 일념으로 자야 되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을 알고 당신의 밀명을 받은 사명자로서, 척후의 일로를 개척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당신이 마음속에 기억되고 당신의 생각 속에서 자랑하고 싶은 아들딸이 되어야 되겠습니다. 당신을 찾아가다가 쓰러지더라도 당신이 지켜 주시고, 더 높은 인격과 이상을 품은 당신께서 복 빌어 줄 수 있는 모습이 된다 할진대는 천하가 망하더라도 그 무리는 망하지 않을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사옵니다.

통일로 가는 길은 비참한 노정을 통하여 전통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될 때, 중대한 책임을 짊어진 사람은 과연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는 아내가 있다 하더라도 마음놓고 사랑할 수 없고, 아들딸이 있다 하더라도 마음놓고 사랑할 수 없는 길을 가야 되겠기에 행여나 당신의 뜻 앞에 빚을 지고 당신의 뜻과 어긋날까 염려하는 자리에서….

땅 위에는 이들이 얼마나 불쌍한 사람들입니까? 이러한 무리가 있거들랑 당신이…. (이후는 녹음 되어 있지 않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