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집: 아버지와 나 1959년 07월 12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47 Search Speeches

타락인간의 문제점

기독교에서 인간은 타락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사회를 보거나 추궁하여 해명해 볼 때 시인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어떤 죄악된 근원으로 말미암아 오늘날과 같은 결과의 사회를 이루어 놓았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곡절이 원인이 되어 가지고 오늘의 결과적인 사회가 되었고, 그 결과적인 역사노정 위에 내가 서 있으며, 그 결과적인 내 자체로 말미암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민 중에 제일 큰 고민은 무엇이겠는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부모를 잃어버림으로 말미암아 하는 고민, 잃어버린 부모를 찾기 위해서 하는 고민, 이 이상 더 큰 고민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응당 가져야 할 부모를 갖지 못한 자리에서 하게 되는 고민, 응당 자녀를 가져야 할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식을 갖지 못하는 고민, 그 이상 큰 고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타락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간과 하늘이 개재되어 있습니다. 또 여기에는 어떠한 이념과 일치되지 못한 내가 개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타락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들어가게 될 때, 타락은 상대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선하지 못한 것을 느끼면 선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요, 또 더 높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더 높아질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 하나에서부터 전체까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떠한 사정에 의해 엉클어진 사건은 많을 수 있으되 심정에 엉클어져 있는 문제는 단 한가지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부모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인간이 부모를 잃어버리고 하나님이 자녀를 잃어버림으로 끊겨진 인연을 다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잃어버렸던 인연을 다시 맺고, 잃어버렸던 기쁨을 다시 찾고, 잃어버렸던 행복을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면 죄악된 역사임을 인정하는 우리, 죄악의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인정하는 우리, 자기의 마음과 몸의 싸움으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 이 모든 것을 무엇으로 해결될 것인가? 그것은 훌륭한 체계를 갖춘 어떤 철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고 어떠한 이념이나 혹은 관념적인 신앙으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단 하나 심정을 걸어놓고 해결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 심정의 세계는 전과 후가 없고, 높고 낮음이 없으며, 시작이자 끝이요 끝이자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 심정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먼저 염두에 두어야 되겠습니다.

인간의 슬픔이 무엇입니까? 타락으로 인하여 에덴에서 참된 주인을 잃어버린 것이 슬픔이요, 천지만물을 지으신 그 이념과 더불어, 그 지으신 심정과 더불어, 그 지으신 생명력과 더불어 화하여 노래할 수 있고 영원한 행복을 생활권에 끌어들여 생활할 수 있는 그 인연을 잃어버리 것이 슬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