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집: 우리가 살 길 1986년 02월 19일, 한국 리틀엔젤스예술회관 Page #88 Search Speeches

철학과 종교

그러면 철학이란 뭐냐? 정의를 내리면, 철학은 참된 인간이 무엇이냐는 것을 알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아무리 봐도 내가 내가 아닙니다. 나는 제2의 존재예요. 결과적 존재지, 원인적 존재가 아닙니다. 내가 결과적 존재라는 것을 알았으니 원인적 존재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묻게 될 때, 이건 기필코 절대적인 신에 귀일하는 거예요. 그래서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문제예요.

오늘날 인류가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기 전에 제1의 원인 되는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신에 대한 내정을 현실 생활권 내에 전개시킬 수 있는 그러한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결과적 존재가 이상적으로 완전해질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좀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철학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내 문제의 완결을 추구하는 반면에, 내가 제1의 존재가 못 되고 제2의 존재의 입장에 있으니 제1의 존재의 규명을 위해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철학이라는 과정을 통해 가지고 전부 연구해 나가는 거예요. 그것을 역사를 통해서 수천 년 동안 연구해 나왔지만 실패작입니다. 전부 다 몰락했습니다.

중세에는 유신론을 중심삼고 하나님을 제일주의로 삼던 그것이 희미했기 때문에 인본주의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인본주의를 중심삼은 계몽사조를 거쳐 가지고 이분화되어 하나는 공산주의의 유물사관으로 떨어져 나갔고, 하나는 민주주의의 유심사관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양대 사조로 분립되어 가지고 세계 인류를 품고 흘러 나오고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철학이 하나님이 어떻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철학은 하나님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상이라는 명제를 걸어 놓고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철학을 통해 허덕이던 역사적인 지도자들은 전부 다 실패작으로 끝났습니다. 거기에 반해서 종교라는 것은 무엇이냐? 종교와 철학이 갈림길에 있습니다. 철학은 종교를 통해서 신을 찾아 나가는 길이요, 종교는 신을 만나 가지고 신과 더불어 살자는 것입니다. 다르다구요.

그렇기 때문에 철학의 인식론을 통해서 인간을 해명했다 하더라도 정적인 인격의 신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 하는 데는 논법이 없습니다. 생활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정적인 결착점을 어떻게 얻느냐 하는 문제는 철학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종교는 무엇이냐? 직관을 통해 가지고, 영적인 체험을 통해 가지고 대면해서 하나님과 더불어 같이 살자는 거예요. 하나님과 같이 사는 데는, 하나님과 같은 개인이 되고, 하나님과 같은 가정을 이루고, 하나님과 같은 민족을 이루고, 하나님과 같은 국가, 하나님과 같은 세계를 이루어 가지고 세인완성(世人完成)하여 우주로 전진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종교라는 거예요.

그러면 오늘날 레버런 문 같은 종교 지도자가 왜 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이런 요란한 일을 하느냐 이거예요. 다른 종교 지도자들은 신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세계적 방향을 해결 못 했습니다. 보라구요. 기독교가 지금 세속화됐고, 불교가 세속화됐고, 모슬렘과 힌두교가 세속화됐고, 세계의 모든 종교들이 전부 다 세속화됐습니다. 이제 그런 종교와 그런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을 통해서는, 세계에 있어서 단 하나의 이상적인 종교의 형태를 갖추어 절대적 신의 이상권을 가지고 생활완성과 국가완성, 세계완성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것은 이미 실험이 다 끝났습니다. 실패작으로 끝났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