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집: 십자가 상에 있는 예수의 고난 1964년 12월 27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219 Search Speeches

가족과 세례"한과 유대교단으로부터 몰림받은 예수

그러면 이렇게 가정에서 몰리고 친족에게서 몰리고 교단에서 몰리고 민족 앞에서 몰린 예수는 어디로 가야 했던 것이냐? 할 수 없이 맨 비참한 자리를 찾아갔다는 것입니다. 그 시대에 있어서 뭇 사람이 환영하고 뭇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자리에 선 사람들은 단념하고, 할 수 없이 비천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간 것입니다. 어찌하여 예수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해야만 되었던가? 예수는 이 땅에 와서 누구보다도 고귀한 자리에 선 사람들을 제자로 삼아야 하고, 그 시대의 제사장 교법사들을 전부 그의 휘하에 두고 유대 나라를 재창건해야 할 사명을 가진 주님인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민족적인 기대는 뒤로 하고 비참한 무리들을 찾아가게 되었던가? 이러한 것을 오늘날 기독교에서 말할 수 없이 원통해하고 슬퍼해야 할 일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여러분이 가슴 깊이 새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미천한 자리를 찾아가던 예수는 최고의 자리에서 민족을 수습하고, 이스라엘 나라를 수습하여 만방에 널려 있는 나라들을 장중에 휘어 잡고 악을 심판하여 원수의 국가를 전부 항복시킨 후 아버지 앞에 영광의 제사를 드릴 수 있는 통일의 한 날, 승리의 한 날을 그 마음에 얼마나 고대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크나큰 소망과 크나큰 책임, 크나큰 사명이 그 가정으로부터, 세례 요한 일파로부터, 유대교로부터, 그 시대의 지도자로부터 배척을 받아 여지없이 일그러진 그러한 환경에서 이것을 다시 수습 해야 하는 내적 고충은 순탄한 길을 가는 사람의 몇 백배 이상이었습니다. 이러한 고충을 품고 가야 했던 애절하고도 불쌍한 예수였음을 우리는 알아야 하겠습니다.

어찌하여 예수가 감람산 기슭에서 그토록 애절한 기도를 하나님 앞에 올려야 했으며, 어찌하여 이거리 저거리로 몰려다녀야 했는가? 그가 가는 곳곳마다 어찌하여 배반자의 무리를 대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던가? 이것이 수수께끼라면 수수께끼요, 인간적인 사정으로 보게 되면 있을 수 있는 일이로되 하늘편에서 볼 때는 분하고 원통한 사실인 것입니다. 이런 일을 저질러 놓은 유대교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하며, 세례 요한의 책임이 얼마나 크며, 요셉의 가정과 마리아의 책임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되겠습니다.

예수는 어디로 갈래야 갈 수도 없었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 등 무식한 어부와 세리를 찾아가던 그 발걸음마저 민족이 곳곳에서 막고 있으니 갈곳이 없었습니다. 어디를 뚫고 갈래야 갈 곳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 민족을 저버리고 이방으로 갈 수도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복귀섭리의 뜻을 중심삼고 4천년 동안 수고한 터전이 이스라엘 민족이기 때문에, 민족적인 모든 것을 판결지어 가지고 내적으로라도 이끌고 가야 된다는 것입니다. 민족은 잘못했지만 책임진 분야에서 그들을 어떤 조건이라도 세워서 하나님 앞에 내적으로라도 상속받아 가지고 가면 모르되, 그 상속을 받기 전에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예수였음을 알아야 됩니다.

예수는 세계를 갖기 위해 오신 분이요, 하늘땅을 품기 위해 오신 분이요, 만민을 통치하기 위한 주권자로 오신 분이요, 만세의 영광이 그로 말미암아 지상에 이루어져야 할 그런 중심적인 존재로 오신 분인데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영광을 전부다 이땅에 주기 위하여 오셨지만 이스라엘 민족이 배반함으로 줄 수 없는 사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을 포옹해 주어야만 했던 예수의 억울하고 분한 사정을 우리들은 알아야 합니다. 세계적인 소망, 천주사적인 소망을 품고 환경을 개척해 나간 예수였습니다. 그런데 불신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바라보게 될 때 저주를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그럴 수도 없는 예수였습니다. 왜냐하면 역사적 책임을 짊어진 예수 자신이 이스라엘 민족을 대하여 저주해 버리면 4천년 동안 수고한 하나님의 수고가 여지없이 깨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망하는 것은 분하고 원통하지 않지만, 하나님의 수고가 깨져 나간다는 것입니다.

만일 오른손에 쥐려 했던 것을 쥐지 못하면 왼손으로라도 쥐고 나아가 격돌해서 하나님이 남기신 뜻과 수고한 터전을 상속받아, 그것을 다시 세워 드릴 수 있는 어떠한 조건이라도 남기지 않으면 안 될 예수였습니다. 분하고 원통하게 한 이스라엘 민족과 유대교을 저주하고 싶었으나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나가야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심정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