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집: 복귀의 행로를 찾아서 1971년 04월 11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338 Search Speeches

종교와 철학이 해결해야 할 궁극의 문제

그러면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는 무엇을 요구하여야 할 것이냐? 우선 자기를 위한 요구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인류의 한(恨)권내에서 초월적인 자아를 어떻게 발견할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몸부림을 쳐 나온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요, 철학이요, 종교가 분담해 온 사명이었습니다.

종교가 바라고, 철학이 바라고, 모든 진리가 탐구하여야 할 최후의 궁극적인 기점이 어디냐 하는 문제를 두고 볼 때, 지금까지 막연한 것입니다. 철학은 지금까지 인생의 문제를 중심삼고 그 존재의 가치와 기원을 찾기 위해서 몸부림쳐 나왔지만, 그 존재를 발견했을 때에는 어떻게 될 것이냐? 그 존재를 발견하는 자체보다도 발견하고 난 후에 수난의 길, 곤경의 길, 역경의 길에 부딪치게 될 때는 더 큰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인간이 타락으로 말미암아 한의 권내에 사무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렇다 하는 기준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 후에 첩첩이 가로놓이고 엇갈려져 있는 것을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뭐냐? 자기 일생의 문제보다도 더 큰 우주에, 혹은 인류를 중심삼은 사랑입니다. 인간끼리의 사랑이 아니라 절대자 하나님과 상관되어 있는 사랑의 문제가 부딪혀 온다 할 때 그 해결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될 것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볼 때, 인간 자체를 중심삼고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느냐?

하나님은 인간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금후에 인류에게 찾아올 더 비참한 수난의 길을 생각하고 철학이나 종교를 세운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중심삼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자기 인생 자체의 생명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하나님은 아시기 때문에, 하나님이 먼저 어려운 문제를 책임져 나오시고 인간들이 최후에 찾아야 할 사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인류역사와 더불어 관계를 맺고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종교를 세워서 하나님의 사랑을 제시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많아서 그것을 자랑할 수 있다 해도 그 사랑 앞에 있어서의 자랑에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자랑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것은 육신과 더불어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격을 중심삼고 볼 때에 세계적인 가치의 내용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그의 일생이 다하여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의 인격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아지는 것입니다.

인격 가운데서도 보람있는 인격을 지탱시키고, 가치있는 인격의 내용을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이것은 사랑 문제에 귀결됩니다. 동포를 얼마나 사랑했느냐, 민족을 얼마나 사랑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민족을 위해서 살았다고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라 할 때, 위해서 살았다는 그 배후의 구체적인 내용이 애국자의 기준을 결정짓는 것입니다.

효자 중의 효자는 어떠한 효자냐? 대한민국적인 효자냐? 대한민국의 역사에 없었던 그런 효자가 있다고 합시다. 그 역사적인 효자는 대한민국에서는 제일이지만 세계무대에 연결시켜 볼 때, 그가 효자 중의 효자라는 것을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겠느냐? 인기가 있고, 혹은 부모의 외적인 모든 사연에 응할 수 있는 입장이 있다고 할지라도 효자가 아닙니다. 심정문제에 귀일점을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평탄한 자리에서 부모에게 효도한 그런 효자였느냐, 아니면 모순되고 상충된 종의 자리에서 부모에게 효도한 효자였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간으로서는 가히 측량할 수 없는 역경 속에서 인간의 희생적인 심정의 내용을 깊이 느끼면 느낄수록 세계적인 효자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