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집: 고향 1989년 02월 12일, 한국 본부교회 Page #296 Search Speeches

평안도 지방의 결혼 '습

이렇게 보면 그 모든 재료 가운데서 제일 잊히지 않는 재료가 뭐냐? 그건 정서적인 면이예요.

우리는 형제가 많습니다. 형제가 많아요. 뭐 이런 얘기 하다가 시간이 벌써 한 시간이 됐구만. 그만둘까요? 얘기해요? 「좋습니다」 보라구요. 우리 맏누님이 말이예요, 내가 여덟 살쯤 됐을 때 시집을 갔어요, 아마 내가 8년 이상 10년 어린데, 우리 맏누님이 열 일곱살에 시집을 갔다구요, 나이도 적은데. 아, 이거 어떤 남자가, 매부라는 사람이 왔는데 말이예요, 그 매부가 뭔지 그때는 몰랐지요. 매부라고 하니 그저 그렇게 알았지. 아, 매부가 쓱 한번 선보고 가 가지고는, 약혼을 하고는 말이예요, 한번 이제….

평안도는 여기 서울과 다릅니다. 이남과 달라요. 신랑이 장가를 왔다가면 말이예요, 돌아와요. 돌아와 가지고는 그냥 그대로 색시를 데려가지 않습니다. 그건 좋은 풍속이라고 봐요. 왜? 그 신랑이 신부의 친척을 모르거든요. 집안 가문을 모른다 이거예요. 이래 가지고 장가를 갔다가 돌아와요.

3일, 혹은 일주일, 될 수 있는 대로 오래 있다 오는 처가가…. 그건 뭐 부모들도 좋아하고 그런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못 가게 하는 거예요. 이 철부지한 것은 가 가지고는 말이예요, 잘 먹여 주고 매일같이 잔치하거든요. 그건 뭐냐 하면, 그 일가가 백 집이 있으면 백 집의 일가가 전부 다 촌수를 따라 가지고 반살기(반살미)를 하게 되어 있다구요. 작은 잔치를 하는 거예요. 이러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돌아다니면서 얻어먹는 것이 근사하거든요. 그래, 못 했으면 그다음에, 장가왔을 때보다 간 다음에 해줘야 될 걸 생각하는 그런 풍습이 있다구요. 미풍(美風)이지요. 미풍은 미풍이지만 그건 소모가 너무 되긴 돼.

이래 가지고 장가가 가지고 첫번 처가에 가 가지고 오래 있을수록 인심이 좋다고 하는 거예요. 신랑네 집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가 `이 녀석이 왜 이렇게 돌아오지 않노? 색시한테 빠졌나?' 하기도 하고, `빠지긴 뭐 갑자기 그렇게 빠지겠나?' 하고, 이래 가지고 오기를 기다려요.

그렇게 한번 장가와서는, 색시집에 와서 인연을 맺고 돌아가 가지고 말이예요, 그다음에 날을 받아 가지고 데려가는 거예요. 어떤 때는 3년도 기다릴 때가 있어요. 왜 그래야 되느냐 하면,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어요. 신랑의 가문이 대갓집인데 그 사돈의 팔촌까지 어떻게 다 아나요? 그러니까 교육을 하는 거예요. 시아버지, 즉 아버지는 어떻고 어머니 성격은 어떻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가 가지고 요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 하고 교육을 하는 거지요. 그렇게 문중 전체를…. 그래 가지고 시집을 가는 거예요.

그런데 이 총각 녀석이, 뭐 매부라는 녀석이 왔는데 가만 보니까 잘생기지도 못했더라구요. 우리 누나는 얼굴이 두리두리한데 요건…. 요즘에 보니까 그래야 되겠다는 것을 내가 알지만 말이예요. 얼굴이 갸름하고 곱살한 남자가 왔어요. 우리 누나는, 저 문씨네 딸들은 장군 같습니다. 몸들이 튼튼하거든요.

아, 와서 이러고 저러고 하더니, 그다음 갔다 오더니 이게 누나를 도적질해 간다 이거예요. (웃음) 와 가지고는 말이예요. (웃으심) 그런데 데려가는데 어머니 아버지가…. 시집가는 딸을 보내 놓고는 말이예요, 어머니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데리고 있던 딸을 보내니까 얼마나 긴장해요? 얼마나 숙연해요? 시집보내는 것이 죽는 것과 아마 한 몇 촌 되는 모양이예요.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나는 모양이지요?

또 그것도 그럴 거예요, 부모야. 시집 보내게 되는 그 시집의 가문을 알 수 있어요? 도적놈의 가문인지 무슨 가문인지…. 별의별 녀석들이 다 있을 것 아니예요? 그러니 그것이 돌아와 가지고 소식을 듣고 자리잡을 때까지 부모는 조마조마하다구요.

오늘날 통일교회 부모들은 복판에 앉았어요. 복판에 앉았다는 게 중앙에 앉았다는 게 아니예요. 복더미, 복덕판에 앉은 거와 마찬가지예요. 이 쌍것들은 말이예요, 자식을 가졌으니 걱정을 하나, 딸을 가졌으니 걱정을 하나. 딸은 못생겼어도 선생님이 다 시집보내 줄 거야, (웃음) 아들이 못생겼어도 선생님이 장가 보내 줄 거야 하고 생각하고 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