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집: 참된 여자들이 갈 길 1991년 11월 03일, 한국 국제연수원 Page #294 Search Speeches

선생님의 흥남감옥 생활

북한에서 쇠고랑을 차고 흥남 갈 때에 어떻게 살아 남았느냐? 공산주의를 내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일등 모범수가 됐다 이거예요. 그거밖에 없습니다. 소장으로부터 모든 직원들이, 감시하는 정보원까지 전부 다 `저분은 참 훌륭한 분이다. 노동자 중에서도 일등 노동자인데 단 하나, 사상이 같지 않아서 그렇지. 저분은 모든 기술을 우리 민족 앞에 가르쳐 줄 수 있는 재료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그랬어요.

감옥 생활 중에 비료공장에서 비료를 가마니에 담는 데에도 챔피언이었습니다. 하루에 책임량이 1천3백 가마니예요, 1천3백 가마니. 열 사람이 한 팀이니까 한 사람의 책임량이 130가마니입니다. 여러분 130가마니면 여기 꽉…. 천 가마니면 큰 부잣집 천석꾼 정도 되는 것입니다. 그건 전부 다 죽으라는 거지요. 거기에 비료산이 있는데 비료산도 그거 전부 다 굳은 산입니다. 그것을 곡괭이로 파서 하루에 열 사람이 1천3백 가마니의 책임량을 해야 돼요. 알겠어요? 그걸 못하면 밥을 줄여요. 그걸 하는데 제일 어려운 것이 뭐냐? 오뉴월 복더위 지열에 끓는 가마에서 나오는 김에 땀으로 목욕하면, 빤스를 입고 있어도 땀이 척척 흐르는 것입니다. 거기에 들어가 있으면 그게 전부 다 유산이기 때문에 살에 닿으면 막 쓰려요. 이것이 한 가마니에 40킬로그램이거든요. 이걸 두 사람은 벌리고 두 사람은 10킬로씩 딱 집어 넣는 거예요. 그때 그걸 덜어 내고 그러면 안된다구요. 과학적으로 딱 해 가지고 정량이 맞아야 돼요.

비료 공사 하면서 거기 들어가게 된다면 말이에요, 이거 저울 한번 옮기는 데 5분 이상 걸려요, 평균 잡아 가지고. 저울에 달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산이 멀어지면 저울이 여기서 한 3미터, 4미터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딱 던지면 가 앉아야 돼요. 그러니 그걸 누구도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챔피언이었어요. 하루에 1천3백 가마니를 다 그 놀음 하는 것입니다. 죽으라는 거지요. 거기에는 어떤 장사도 못 견뎌 내는 것입니다. 거기서 그런 모든 것을….

한 반이 열 사람인데 시간에 관계없이 8시에 시작해서 12시 전에 끝나도 1천3백 가마니 책임량에 합격만 되면 그 다음엔 노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원래는 5시까지 일하는데 12시에 끝내고 점심 먹고 쉬게 될 때의 그 쾌감이라는 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우리 같은 사람은 거기에 있어서 챔피언이 되다 보니까 일하는 사람이 모두 내 뒤만 따라다녔다구요. 아침에 나오면서 전부 조를 편성하거든요. 매일같이 할 수 없다구요. 그러니까 조를 편성하게 되면, 내가 변소에 갔다 오기만 하면 기다렸다가 전부 다 서로가…. 그러다 보니 그 속에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전부 다 모이고 거기서 내가 대장이지요. 가마니 묶는 것에서부터 끌어내어 트럭에 싣는 것까지 아주 과학적으로 딱 공식화돼 있다구요.

그렇기 때문에 일한다는 생각을 안 해요. 딴 생각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 같은 사람은 미래의 프로그램을 짜는 것입니다. 국가와 세계적인 모든 것을 재료로 삼아서 말이에요. 그런 생각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들하고 똑같이 땀을 흘리지만 피곤한지를 모른다구요. 이렇게 하는 것이 전부 정신적으로 힘이 되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이러다 보니 매번 표창할 때마다 내가 모범 노동자로 뽑히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모범 노동자. (박수) 그래 가지고 살아 남은 거 아니예요?

그리고 감옥에 있다 보니 전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입니다. 여러분, 간유 있지요, 간유? 간유가 얼마나 비려요? 그 비린 간유에다 밥을 말아 먹어도 비리지가 않아요. 그것을 술잔에다 한 컵 그냥 퍼부어 마셔도 비리지가 않아요. 그만큼 기름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그게 얼마나 고소한지 모릅니다. 그만큼 굶주린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하다가도 밥이 그리워 가지고 자기 죽을 것도 모르고 밥 때문에 그저 힘들게 일하는 거예요. 그렇게 일하러 나갔다 들어오게 되면 밥을 절반밖에 안 주거든요. 거기서 절반 가르는 게 죽을 지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있는 기를 써 가지고 일하러 나갔다 들어와 가지고 밥을 먹다 죽는다구요. 밥을 깨물지 못하고 간다구요. 그러면 사람들이 그 밥을 꺼내 먹어요. 그런 세계라구요. 그건 상상이 미치지 않는 세계입니다.

그 세계에 가 가지고 그들을 위로해 주고 그들을 가르쳐 줘야 된다구요. 내가 많은 사람을 살린 셈이지요. `이 공장에서의 삶은 몇 개월 동안 이러한 증상이 벌어지고 또 벌어지는 거다. 몇 개월은 이러이러하게 되니까 이 고비를 넘지 않으면 반드시 북문 출입하게 된다. 그러니 내 말 들어라.' 해서 많은 젊은 사람들이 선생님 말대로 생활한 덕분에 죽어 가는 가운데서 살아 남은 것입니다. 사람들이 선생님의 제자가 됐다구요. 알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감옥 가서도 가르쳐 줘야 돼요.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은 저녁에 물 주면 그 물을 안 먹었다구요. 안 먹고 수건에 딱 넣었다가 물을 전부 다…. 그 물 한 컵이 그게 귀한 것입니다. 밥보다 더 귀한 거라구요. 조그만 방에서 오뉴월 복 지열에 누워 있으면 바람이나 통하나? 이렇게 물을 짜게 되면 땀에 전부 다, 뭐랄까, 암모니아 유산이 녹은 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걸 긁으면 전부 다 살이 벗겨져요. 그런 판국입니다.

그런 판국에서도 자기 몸을 관리해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물을 안 먹고 수건에 적셔 두었다가 새벽이 되면 반드시 한 시간 전에 일어나서 냉수마찰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산 암모니아 때문에 피부가 전부 죽어 버려요. 자기 몸을 관리할 줄 알아야 된다구요. 그 와중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거기에 속해 있는 8백 명,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부 나를 존경해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어도 비밀정보는 내게 다 들어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