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집: 분립에 의한 천주의 고통 1988년 08월 14일, 한국 본부교회 Page #263 Search Speeches

영향력을 잃어버린 종교

그러한 과거의 구교를 중심삼은 봉건시대를 생각해 보게 될 때에, 그것이 책임 못 하여 하나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이상적 하나의 일체권을 이루지 못하고 분립되어 나온 것입니다, 두 패로. 그것이 전부 다 인본주의와 신본주의 형태를 갖추어 가지고, 가인 인생관, 아벨 인생관을 거쳐 가지고, 유물론적 인생관, 유심론적 인생관으로 결착되어 가지고 해결짓지 못한 것입니다.

옛날에는 그랬잖아요? 아무리 세계가 싸우더라도 한국은 세계가 싸우나마나 그렇게 걱정 안 했어요. 옛날 그대로 살면 한국은 살 수 있는 거예요. 거 왜 그러냐? 그때는 교통의 거리가 요원했습니다. 여기서 미국 가려고 해도…. 그렇잖아요?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뭐 두 달이 걸렸다나요? 배로 70일이 걸렸어요. 70일 걸려 관계를 맺는 그런 시대권 내에 있어서는 거 뭐 내가 오늘 사는 것이 70일 후에 될 일은 상관할 필요가 없었어요. 70일 후에 되어지는 그 모든 생활이 나를 찾아와 이마를 맞대고 부딪칠 수 없는 때였으니까 이게 엇갈리는 거예요. 얼마든지 염려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시대가 되었느냐? 세계의 사건이 오늘날 내 사건이 되었어요. 세계의 사건이 오늘날 우리들의 사건이 되었고, 세계의 변천이 오늘날 우리의 생활 환경을 뒤집어 놓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 문화, 문화의 배경이 다른 모든 전통, 습관성을 완전히 뒤집어 놨다는 거예요. 그래 가지고 자꾸 변해 나가는데 변하면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크게 확대되어 나가면서 뒤집어 놓는 거예요. 그러니 이 우주는 크게 변하면서 큰 곳을 향해 하나의 세계를 향해 달음질치면서 뒤집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거기에 보조를 못 맞추는 개인들은 옥살박살, 가정·종족·민족·세계도 완전히 깨져 나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도 그런 운세에 지금 몰려 가지고…. 더더우기나 대한민국이 비참한 것은 남북이 분립되어 있는 것입니다. 남북이 분단의 한을 품고 있는 동시에 동서 문화의 교차점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고통받고 있는 것이 우리 조상이 남겨 준 전통 문화 배경을 중심삼고 그걸 찾아 세우기 위해서 한국이 혼란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관도 없는 거예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상관없는 것인데 이것이 와 후려 가지고 맞부딪치고 있다 이겁니다. 대한민국의 전통 문화는 어디 갔느냐? 없어요.

또, 아시아 지역은 지금까지 유교 문명권, 종교권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시아가 종교권인데, 중심적 주체로 되어 있는 이런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아시아권이 격투를 벌이며 웽가당 뎅가당 깨져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기독교도 마찬가지예요. 기독교도 전부 다 깨져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자꾸 분립하면 작아지는 거예요. 그 삼키는 것이 역사적 진리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예요. 삼켜 버렸다 하더라도….

자, 그런 의미에서 옛날 모든 성자들은 하늘을 가르쳤습니다. 공자 같은 양반도 하늘을 알았어요. 공자 가라사대 `위선자는 천이보지이복하고 위불선자는 천이보지이화니라(爲善者 天而報之以福 爲不善者 天而報之以禍)'고 했습니다. 천(天)이예요, 천. 또 `원형이정은 천도지상이요, 인의예지는 인성지강이라(元亨利貞 天道之常 仁義禮智 人性之綱)'고 했습니다. 그런 말들을 다 했는데 그런 도덕적인 가치의 중심이 완전히 깨져 나간 거예요. 유교도 무성했고, 기독교도 무성했고, 회교도 무성했지만 종교가 뭐냐, 필요 없다 이겁니다.

종교라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 몇천 년 전통적 배경을 중심삼고 제도와 의식에 의해 가지고 세계적 판도를 갖고 있는 것인데, 그것이 오늘날 생활환경, 급변하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배경을 갖고 있음으로 말미암아, 인간들이 세계문제를 중심삼고 뒤넘이치고 있으므로 옛날 문제는 여기에 따라올 수 없어요. 뒤넘이칠 수 없는 거예요. 버티고 있으니 자연히 멀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돌면서 자꾸 가니까, 여기는 버티고 있으니 멀어지는 거예요. 멀어지니까 종교라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 없다는 결론까지 나온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분립된 비참상을 직시하고 있는 현세에 있어서 민주주의를 붙드느냐, 공산주의를 붙드느냐? 이것들은 서로 자기가 먼저라고 해요, 자기를 중심삼고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