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집: 어제와 오늘 1978년 04월 30일, 미국 Page #84 Search Speeches

지식이 행복과 안일을 가져다 주지 못해

그다음엔 여러분들이 공부를 하느라고…. 뭐 여기서 무슨 대학을 가고 무슨 대학을 가서 박사가 되고 뭐가 되고 야단을 하지만 말이예요. 뭐 수건을 동여매고, 밥도 잘 못 먹고, 놀지도 못하고 말이예요, 쉬지도 않고 밤을 세워 가면서 공부해 가지고 박사 학위를 땄다 이거예요.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고 해 가지고 세상에 훌륭한 사람이라 하지만, 그 자신을 가만히 보면 비참한 일이 많다는 거예요. 마찬가지예요, 마찬가지. 아무리 노벨상 수상자가 되고. 지식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좁은 전문분야예요, 좁은 전문분야. 이 넓은 세상 가운데 조그만 굴을 뚫어 그 분야에 대해 알아 가지고 이 울타리 가운데 이러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을 보고 전체를 보게 될 때, 자기는 지극히 작은 거예요. 무엇을 안다고 자랑을 하지만 지극히 작은 것을 안다는 거예요.

자, 그것을 생각할 때, 안다는 것, 지식이 인간에게 행복을 갖다 주고 인간에게 안일을 갖다 주느냐? 그렇지 않다구요. 지식은,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아는 거예요.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거예요.

이래 가지고 뭐 학교에 들어가서 유명한 교수가 되어 가지고 해보라구요. 매일같이 분필이나 잡고 붙어 가지고 무얼 쓰고, 무얼 맡고…. 이러고 일생 동안 산다고 생각해 보라구요. 분필가루를 그저 먹으면서 큰소리를 했댔자 그 분야에서나 큰소리를 하지 세계에 무슨 영향을 미치고, 뭐 대번에 세계가 어떻게 되고, 그런 건 하나도 모른다구요. 뭐 세계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을 할 여지가 없다구요. 하나의 뜻이니 뭐니 생각을 할 여지가 없다구요. 모르는 사람보다 더 모른다 이거예요. 더 깊이 들어가 있으니까….

자, 그런 것을 생각해 볼 때, 지식이 있다고 해도 일생 동안 그저 책벌레로…. 자기에 대해서 자신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저 뭐 좋은 것, 누가 그 분야에서 말 한마디 하면 그걸 주어다 모아 가지고 또 비교 연구하고…. 그게 죽을 지경이라구요. 그러니 자기가 주장했다는 게 희미하다 이거예요. 자신이 없다구요. 또, 뭐 유명한 학자가 됐으면, 그게 뭐예요? 거기에 내 생명을 투입하고 내 전체를 투입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