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집: 오셨다 가시는 예수 1959년 06월 21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333 Search Speeches

기도(Ⅲ)

이 시간 성경 말씀을 대하니 당시의 장면을 연상하게 됩니다. 죄없는 예수님께서 하늘이 보내신 사명을 지닌 몸으로 빌라도 법정에 나타나신 슬픈 장면을, 역사는 이미 지나갔으나 심정으로 다시 회상하여, 그때의 예수의 마음과 몸을 붙들고 눈물지을 수 있는 저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하늘을 품고 땅에 대한 구원섭리의 뜻을 품고 30여 년의 생애를 사신 예수가 자신을 구주로 대해주는 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구주로 모셔주는 한 가정을 찾지 못하고, 구주로 따르는 한 민족을 거느리지 못한 채, 한스러운 운명의 날을 맞아야 했던 역사적인 서러움의 날을 회상하게 되옵니다.

저희들은 예수의 심정을 통할 수 있고 예수의 사정을 통할 수 있으며 예수의 소원을 알 수 있어, 그를 대신하여 눈물지을 수 있고 그를 대신하여 공분의 마음에 사무치는 모습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사옵니다.

원치 아니한 때에 십자가의 길을 가셔야 했고, 때 아닌 때에 사명을 종결지어야 했던 예수였기에, 할 말도 다 못하고 심정에 세운 비장한 각오와 결심의 행사도 하지 못한 채 한을 남기고, 또 안고 가셨사온데 그 심정을 아는 자가 어디 있사옵니까?

아버지님이시여! 하늘을 우러러 보는 예수의 눈에는 만민을 대한 서글픈 눈물이 고였었고, 죽음을 앞에 둔 그의 초초한 형상은 인류를 대신한 모습이었음을, 오늘날 저희들도 뼈에 사무치게 알지 못하거니와 그 당시의 사람들 가운데도 그토록 처절한 고난을 당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안 자가 없었사옵니다.

제사장 가야바를 위시하여 전체 이스라엘 교단은 예수를 빌라도 법정에 넘겼사옵니다. 새로운 복음의 말씀을 가지고 새로운 생명과 복된 이념과 사랑의 실체로 나타난 예수였사온데, 그 예수를 붙들고 '나에게 생명을 나눠 주시옵고, 우리 민족 앞에 새로운 이념을 세워 주시옵고, 고난을 당한 우리에게 생명의 원천을 옮겨 주시옵소서'라고 호소한 생명이 없는 것을 바라보실 때 예수를 보내신 하나님도 예수도 한없이 슬펐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예수를 알고 모셔야 할 민족이 오히려 그를 반대하고 죽음의 길로 내몰기 위해 날뛰었으니 뜻을 품고 온 예수는 얼마나 불쌍하였사옵니까?

하늘의 심정을 통하고 예수의 심정을 통해야 할 민족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수께서 민족을 염려해야 했고, 원수에게 끌려가는 예수의 슬픔도 모르고 원수의 장중에서 놀고 있는, 사망권에 있는 민족을 바라보고 '아바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하신 예수의 심정을 저희들이 더듬어 느낄 수 있게 하여 주시옵기를, 아버지,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십자가라 하면 저희들은 이름만으로만 알았습니다. 예수가 간 골고다 산정이 예수에게 있어서는 지옥이요 죽음의 형장이었던 것을 저희들은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오니 이제는 저희들이 십자가를 생각할 때, 예수의 몸이 찢기는 아픔보다 4천년 동안 쌓여온 하나님의 한의 심정이 찢기는 서글픔이 얼마나 컸던가를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가 십자가에서 살이 찢겨 피를 흘린 것이 서러움이 아니라, 심정을 짜내야 했던 것이 더 서러운 일이었음을 알 수 있는 저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여기에 모인 무리 가운데 진정한 당신의 아들딸이 있사옵니까? 예수가 흘린 피를 무시하고 하늘의 복을 받기를 바라는 자가 있사옵니까? 예수의 심정을 밟고 하늘의 뜻을 대하고자 하는 자가 있사옵니까?

울고 울고 또 울어도 한이 풀릴 수 없는 슬픔의 한날을 기억하고, 예수의 죽음에 대해 끝도 없이 통곡할 수 있는 무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삼천만 민중이 새로운 이념을 흠모하여 우는 민족은 되나 하늘을 위해서 눈물 흘릴 줄 모르는 민족이 될까봐 두렵사옵고, 수많은 교단이 예수의 심정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의 인연을 거절할까봐 두렵사옵니다.

몰림받는 자리에서 제단을 쌓고 아버지를 부르는 불쌍한 저희들을, 아버지, 긍휼히 보아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가진 것도 없고 자랑할 아무것도 없사옵니다. 오로지 뜻 대한 심정을 품고 아버지의 마음을 대신하여, 예수의 죽음을 대신하여, 예수의 십자가의 고통을 대신하여, 이 민족을 대표하여 울 줄 아는 저희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사옵니다.

아버님, 나라를 붙들고 우는 백성은 그 나라를 사랑하는 무리이옵니다. 분열된 교계를 붙들고 우는 참다운 청년남녀가 고대되고 있사옵니다. 골고다 산정에 생명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하늘이여, 민족이여, 세계여, 인류여 남겨진 심정을 길이길이 받들라'고 호소하시던 예수의 심적인 친구가 되게 이끌어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아버지의 심정을 통한 자라 할진대 아버지의 깊은 심정을 살필 수 있고, '아버지여, 나를 제물삼아 이 땅 위에 심판의 조건을 세워 주시옵소서'하시던 예수의 사정을 알 것이옵니다.

오늘 모인 당신의 아들딸들, 마음은 어디에 머물러 있으며, 몸은 어디에 있는가를 스스로 명시하고 슬픈 역사의 흐름에 있어서 나는 어떤 입장에서 움직이고 있고, 어떤 감정과 사정을 갖고 있는가 스스로 살필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여 아버님을 반역하는 자들이 되지 말고, 타락으로 말미암아 아버님의 심정에 슬픔이 생겼사오니 당신을 붙들고, 당신과 더불어 슬퍼할 줄 아는 아들딸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슬픔이 끝나지 않는다 할진대 아버지께서 영광의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고, 아버지의 심중에 사무친 원한과 슬픔을 해원하지 못할진대 천국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사오니, 슬픈 역사를 다 지나가게 하고 역사의 고비고비에 널린 슬픈 사정들을 털어버릴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식구들이 가슴을 헤쳐 놓고 사정사정을 아버님과 연결시키지 않으면 선의 동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기를, 아버지,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이 시간 모였사오니 친히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으로 이들을 권고하고자 하오니 같이하여 주시옵소서. 인간의 내용을 갖고 말하지 말게 하여 주시옵고, 전하는 자의 마음과 받는 자의 마음이, 전하는 자의 심정과 받는 자의 심정이 공히 아버지의 심정을 통할 수 있게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부족한 저희들이 아버지 앞에 황공함을 느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고 아버지를 붙들고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이 시간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이 시간도 몰리고 지친 식구들이 외로이 무릎을 끓고 하늘을 향하여 기도하고 있는 줄 아오니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시옵고 그들의 보호자가 되어 주시옵고 그들을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그 마음 그 심정 위에, 아버님, 같이 하여 주시옵고, 아버지께서 대해 주시고 보호해 주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간절히 부탁드리고 원하옵나이다.

모든 것을 맡기었사오니 뜻대로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주의 이름으로 기도하였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