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집: 환고향하여 성전을 개축하라 1991년 10월 19일, 한국 국제연수원 Page #159 Search Speeches

자기 처지를 망각하고 식구라" 이름만 붙잡고 있" 선배"

이렇게 볼 때에, 여러분의 부모와 선생님 사이에도 그와 같이 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하나의 기준을 두고 섭리의 푯대를 향해서 주욱 나가는 데 있어서─여러분들은 청춘시대입니다.─20대부터 깃발을 들고 세상이 뭐라 해도 난 목적지를 향해 간다고 출발해 가던 그 기준이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이렇게 변함없이 지금까지 나왔던 거라구요. 여러분 부모들은 선생님을 맨 처음 만났던 그때서부터 10년이 지나고 20년이지나고 세월이 지날수록 그 사이에 선생님이 나아가는 생활과 그 가는 길과 여러분의 부모들이 생각하는 기준과는 그 처해 있는 환경여건이 복잡다단하다 이거예요.

그리고 자기가 관계되어 있는 모든 정서적 관계가 순조롭지 않아요. 한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부모도 있고, 친척도 있고, 사랑하던 스승도 있고, 전부 갈래갈래 중심삼은 것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데,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중심이 못 되어 있어요. 열 사람이 영향을 주면 몇 사람의 영향을 받아 가지고, 직행을 하지 않고 지그재그 지그재그…. 이게 문제 되는 것입니다. 맨 처음에는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거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1년, 2년, 3년, 4년, 사회가 복잡해지고 환경이 어려워지고 자기 일가, 일신에 어려움이 생기면 생길수록 지그재그가 될 뿐만 아니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뭐 `이러면서 가는 것이지!'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됐느냐 하면, 선생님이 가는 길은 직행하는데, 자기들이 가는 길은 지그재그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수십 년 동안하다 보니 뜻을 위해 간다는 길은 10분의 1, 혹은 5분의 1, 혹은 수십분의 1밖에 가지 못한 결과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 자리에 있어서도 선생님을 부모라고 부르던 마음, 선생님이라 하는 그 심정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 이거예요. 자기가 그런 혼란 가운데 있어서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아니라 떨어져 있는 것조차 모르고 옛날과 같은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화근이에요.

1천 마일에 떨어져 있든가 혹은 5백 마일, 2백 마일에 떨어져 있더라도 가야 할 길을 달려가서 하나로 합해야 할 텐데 가지도 못하고 `식구니까, 부모니까, 같은 밥 먹고 같이 사니까.' 전부 다 이렇다는 거라구요. 그리고 형제들 가운데도 사회를 중심삼고 볼 때, 천태만상의 계급이 있다 이거예요. 여러 형제가 있으면 맏형이 가는 길, 맏누나가 가는 길, 사회 배경을 중심삼은 그 가는 길에 인연돼 있는 것이 다 다르다는 거라구요. 그것을 식구라는 이름을 가져 가지고 `부모는 식구와 같은 입장에서 같이 먹고 사는 것이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처지를 망각한 데 있어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여러분의 부모는 모르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산을 넘어갔다가 돌아오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은 생각하고 잠 자고 주저하고 있다가 돌아오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돌아와 가지고 만나는 것은 그저 있어서 만났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것이 역사 앞에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가를 자기들이 자인해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자인하기는커녕 체면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갖춘 무엇이 있으면 그것을 그냥 상대적으로 대해 주기를 바라는 이러한 모순된 환경이 여러분의 선배들, 부모들 배후에 깃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된다 이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