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집: 수난의 길과 해방운동 1971년 09월 19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205 Search Speeches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어떤 분이냐 하고 묻게 되면 '절대자요, 유일무이하며, 전지전능하신 분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러한 분과 인간과의 관계는 어떠한 관계냐? 오늘날 기독교에서는 '하나님 아버지'라고 말은 합니다만 그 아버지란 말이 어떤 의미에서 부르는 아버지냐? 다만 명사를 존중시하기 위해서 부르는 막연한 아버지냐, 아니면 정말 그러한 내용을 가진 아버지냐? 그 내용은 어떠한 것이냐 하는 문제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면 어떤 아버지냐? 오늘날 우리가 육(肉)을 통해 태어난 부모를 중심삼고 볼 때 그 부모와 하나님과는 어떠한 관계냐? 이게 막연하다는 거예요.

여러분 가운데 신비스러운 체험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우주의 근본을 찾아들어가서 우주의 근본이 뭐냐 하고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제시하고 우주의 근본을 찾아들어가게 될 때에, 우주의 근본은 이 만상의 세계를 대신해 있는 사람이다, 인간이다. 그러면 인간의 근본은 무엇이냐? 인간의 근본은 생명이다. 그러면 생명의 근본은 무엇이냐? 사랑이다. 사랑이 없으면 생명이 생겨나지 않는다. 사랑의 근본이 무엇이냐 하게 될 때 여기서 인간 이상의 것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런 분이 하나님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사랑이라는 명사를 들고 나오게 될 때에, 그 사랑이라는 명사는 혼자 있어 가지고는 성립될 수 없는 말입니다. 사랑은 반드시 상대적 관계를 가질 때에 쓸 수 있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사랑'이라는 말을 하게 될 때에 하나님 자신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상대가 있어 가지고 그 상대와 절대적인 사랑의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상대적 여건을 마련한 입장에 서지 않고는 사랑이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데는 상대적 여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러면 그 상대가 누구냐? 그 상대가 동물 중의, 혹은 만물 중의 어떤 것이 될 수 있느냐? 그건 사람 이외에는 딴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어떤 동물이든지 하늘을 추앙하고 혹은 하늘을 숭배하는 종교의 형식을 가진 그런 동물은 없습니다. 인간만이 고차적인 하늘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두고 볼 때, 하나님이 사랑의 근원지라면 그 사랑에 상대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나타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는 답은 저절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랑의 닻을 어디에 내리려고 할 것이냐, 사랑의 뿌리를 어디에 내릴 것이냐 하는 문제를 두고 볼 때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랑 자체가 동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랑하려면 어떤 격위(格位)의 자리에서 사랑하려고 하느냐? 주종관계 (主從關係)의 자리에서 사랑하려고 하느냐? 그거 원하는 사람이 있어요? 절대적인 사랑의 주체라면 절대적인 사랑의 상대를 가져야 됩니다. 그런 입장에서 사랑해야 절대적인 사랑이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종이라는 입장은 반드시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안팎이 하나되어 가지고 신경이 한 방향을 통해서 투입되고 주입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모든 일이 딴 목적을 중심삼고 관계되어 있는 입장에 있는 것이 종의 자리 입니다. 이것은 사랑의 흐름에 있어서 그 동기를 같이할 수 없는 것이요, 바라는 최고의 상대적 여건을 같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외적 여건을 관계지을 수 있는 자리가 종의 자리입니다.

그러면 인간을 종의 자리에 두고 하나님이 사랑하려고 했느냐? 그렇다면 그것은 참다운 사랑이 아닙니다. 어디까지 올라가느냐? 양자로 사랑하려고 했느냐? 로마서 8장을 보게 되면, '아마 아버지'라고 부르며 양자를 추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양자다. 그러면 하나님이 우리 인간을 양자로 두고 사랑하기를 바라느냐? 그거 원하는 사람이 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양자 이상입니다. 양자 이상이예요.

사랑이라는 문제를 두고 볼 때 사랑은 정서적인 내용을 제시했는데 그 사랑이 중심으로 설 수 있는 그 핵은 무엇이냐? 이것을 찾아들어가게 될 때 자연적인 결론으로서 하나님은 우리 인류의 아버지가 되어야 할 것이고. 우리 인간은 그의 아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외의 길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명사를 들고 나온 하나님을 우리가 추구하게 될 때, 그 추구하는 기준이라는 것은 주종관계의 어떤 종이 아니라 어떠한 상대-그 상대는 내용 없는 상대가 아니라 절대적인 내용을 같이하고, 운명을 같이하고, 목적을 같이하고, 환경을 같이할 수 있는 입장에선 상대-적 관계를 중심삼은 사랑 관계를 중심삼고 태어난 존재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을 결론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자리가 어디냐? 하나님은 아버지가 되고 우리는 아들이 되는 자리입니다. 만일에 그 이상의 자리가 있다면,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또 그 자리를 원하는 거예요. 인간의 욕망은 최고를 원하기 때문에 만일 그 이상의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우리 인간에게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인간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응당히 하나님은 인류의 아버지가 되어야 되고, 인간은 하나님의 아들이 되어야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