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집: 첫사랑의 혈족을 남기자 1992년 12월 13일, 한국 국제연수원 Page #260 Search Speeches

철학과 종교의 차이

만나기는 처음이지만, 나는 처음 만나기 때문에 여러분에 대한 소식을 잘 모르지만, 여러분은 나에 대한 소식을 여러모로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많이 들어서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러던 본인이 여러분을 앞에 놓고 이렇게 대하게 된 것을 생각하게 될 때, 감개무량합니다.

만일, 이런 일이 이제부터 40년 전에 있었다면 한국은 어떻게 되었겠느냐?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늘 하나님주의니 주체사상이니 해서 공산주의를 타도할 수 있는 주도적인 역사를 가졌다는 것, 사상계를 통해 영향을 미쳐서 그들을 제거시킬 수 있는 놀음을 한 것은 위대한 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련에 반기를 들어 가지고 정면대치해서 투쟁해 나온 사람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무모한 레버런 문이라는 사람입니다. 분명히 무모하지요? 소련이 어디라고…. 미국도 꼼짝못하고 놀라 자빠질 수 있는 나라인데, 전부 다 조정을 당하는 차제(此際)에 벌거벗은 한 사나이가 뒤도 없이 혼자 나서서 큰소리하니 누가 믿어 줘요?

그러니까 가지각색의 핍박과 혼란의 와중을 거치면서 오늘날 생존하는 이런 생애노정에 공산주의의 멸망을 목도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 세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무슨 말을 할까요? 원고는 안 써 가지고 왔습니다. 원고를 쓰게 되면 너무 딱딱한 내용이 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내용은 대강 정해 가지고 왔는데, 말씀을 한다면…. 여러분은 교육자들이니만큼 인생의 근본 문제로부터 우주의 근본 가치관의 기원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로 노심초사해 왔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는 반드시 신(神)의 유무가 개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철학이라는 학문이 생긴 것을 여러분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철학은 뭐냐 하면, 신을 찾아가는 길을 개척해 나온 학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이 철학이 손을 들었습니다. 유물론이라는 것이 공산주의 사회 기반을 중심삼고 사상계를 대혼란시킴으로 말미암아 신의 존재 유무를 놓고 상상할 수 없는 여지까지 끌어왔기 때문에…. 신은 이미 죽었다. 이런 말도 여러분이 잘 아실 거예요. 이제는 신이 절대 없다고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내려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들이 찾는 가치적인 내용들은 신과 연결되어야만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신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문제는 지극히 중대한 문제입니다. 금세기뿐만이 아니라 역사를 두고 어느 한 때라도 식자층을 통해서, 혹은 어떠한 성인들을 통해서라도 해결지어야 할 인류의 역사적인 과업인 것입니다. 이렇게 시대적인 과업이요, 역사적인 과업이 되는 것을 여러분이 아셔야 되겠습니다.

사상적인 면을 개척하는데 있어서는 신을 찾아 나가는 철학적인 세계의 관이 있지만, 그와 달리 신을 만나 가지고 신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있습니다. 신을 만나 가지고 신과 더불어 생활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계 인류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느냐 하는 문제를 탐구하여 나온 것이 종교입니다.

종교는 맨 처음부터 신과 더불어 생활하는 환경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그 생활무대는 개인의 생활뿐만이 아니고 가정으로부터 사회, 국가, 세계의 생활권까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신의 생활 이념을 세계화시키기 위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종이 문화적으로 다르고, 지역적으로 다르고, 역사적인 배경이 다르고, 또 습관이 다르니만큼 거기에 해당하여 적응될 수 있는 종교적인 내용을 중심삼고 신과 더불어 같이 사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종교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샤머니즘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신과 더불어 인간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그것이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샤머니즘화 된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만약에 그것이 방향성이 있었다면 우리 사는 개인 생활권과 가정 생활권과 민족 생활권과 국가 생활권, 세계 생활권을 통하여 위대한 종교로 나왔을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4대 성인은 있어도 4대 철인은 없습니다. 그 4대 성인들이 전부 다 종주(宗主)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교육자니까 분명히 알아야 돼요. 왜 종주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을 알아야 됩니다.

기독교의 예수만 해도 세계적인 기독교의 종주였고, 유교의 공자님도 종주였고, 불교의 석가모니도 종주였고, 그다음엔 회회교의 마호메트도 종주였습니다. 그 종주들을 들어서 4대 성인이라고 평한 것은 어째서 그랬느냐 이거예요. 하나님이 있다면 하나님과 가까이 살 수 있는 생활적인 저변이라든가 환경을 소개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사람이 그분들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철학과 종교는 달라요. 종교는 하나님을 찾아 가지고 생활을 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잃어버렸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찾기 위해서 나갔지만, 나중에는 무신론의 세계에 떨어져 가지고 하나님이 죽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지성을 통해서 최대의 사상적인 근원이 되는 신을 부정해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놀음은 다 했다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