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집: 고향 1989년 02월 12일, 한국 본부교회 Page #283 Search Speeches

나라를 생각하며 괴로워한 젊은 시절

아마 인간은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나이가 젊었을 때는 고향을 떠나고 싶어합니다. 저도 이제 70이 되어서 옛날 어렸을 적부터 철들어 가지고 생각한 것 등 모든 과거의 일들을 생각해 볼 때, 그때는 대한민국의 8도, 물론 그때는 13도였지만, 13도 가운데 함경도가 어떻게 생기고, 평안남도가 어떻게 생기고, 황해도가 어떻게 생기고, 그다음엔 강원도로부터 경상남북도·전라남북도·충청남북도가 어떻게 생겼느냐 하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그건 여러분도 다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20대 전후해서 전국을 돌던 생각도 회상됩니다.

그때에 느끼던 모든 것이, 간절히 바랐으면 바랄 수 있는 상대적 나라―자기 나라지요―에 대한 것을 보고 느끼게 될 적에 그 고향이, 그때는 나라지요. 그 나라가 행복하고 평안했더라면 그렇게 인상적인 것이 없었을 거예요. 그러나 어렵게 사는 마을 마을을 거치고, 혹은 산야를 넘나들면서 느꼈던 것이 `이 불쌍한 민족' 그런 거였어요. 그런 생각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러면서 나는 이 민족 가운데 한 사람으로 태어나 가지고, 그 불쌍한 민족인 동시에―그때는 왜정시대였어요, 왜정시대―외세의 짓밟힘을 받으면서 자기의 심중과 자기의 생활환경을 자랑할 수 없는 비참상, 그 모든 내적인 고충이 크면 클수록 환경이 어려운 민족을 바라볼 때 그 충격적인, 기가막힌 사실들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을 지금 생각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그다음엔, 한국이 이렇다 할 때는 일본이 어떻고, 중국이 어떻고, 세계가 어떻고…. 이렇게 더 넓혀 생각하게 될 때, 일본이나 외국을 나가 보게 되면 대번에 비교되는 것이 뭐냐 하면 자기 나라와 비교되는 거예요. 여러분도 다 그럴 거예요.

우리 나라가 일본이라든가 그 이외의 선진국, 잘사는 나라들과 비교해 보게 될 때,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 비교되는 환경에서 차이를 느낌과 동시에 거기에서 환영을 못 받고 혹은 격리를 당하고, 자기 스스로 고충을 위로하는 환경이 못 됨으로 말미암아 사방으로 그런 고충에 에워 싸여 가지고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심적 고통을 주었던 모든 환경적 여건들이 나라에 대한 부족을 다시 탄(歎)하게 되고, 앞으로 이런 부족한 나라를 어떻게 좋은 나라로서 이끌어 가느냐 하는 문제들을 두고 볼 때, 그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미치기에 부족한 자신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할 때에 거기에서 미쳐지는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