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집: 신앙과 나 1972년 08월 18일, 한국 청평수련소 Page #266 Search Speeches

하나님의 심정을 "고 나와야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심정의 세계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 심정의 세계라는 것은 어떤 것이냐? 자기를 중심삼아 가지고 전체를 희생시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주의는 지금까지 인간의 사상을 중심삼아 가지고 실험하다가 전부 다 실패한 경력을 이루어 놓은, 인간 스스로 패자임을 직고할 수 있는 시대, 세기말적인 시대에 있어서 그러한 주장을 갖고 나온 것입니다. 지금 이 세계는 전부 실패로 귀결되어 있고, 실패에 봉착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최후의 단말마적인 비운에 처해 있는 것이 지금 세계의 입장인 것입니다.

가정이면 가정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자기 중심삼은 사랑을 가지고 역사는 출발했고, 그 역사의 목적을 추구하던 것이 절망 가운데 왔기 때문에 우리 인류는 무엇을 중심삼아 가지고 새로운 사랑을 부르짖어야 되느냐? 인간을 초월한 새로운 신앙적인 관점에서 하늘이라는 것을 개재시켜 가지고 하나님의 심정을 들고 나와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 앞에 한 번밖에 없는, 최후의 하나의 방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방법마저도 깨지고 실현되지 않게 될 때는 이 세계는 망할 것이요, 금후의 인류세계는 암흑의 세계로 종결될 것입니다.

절대자이신 하나님은 이러한 세계적 종말을 이미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이 종말적인 비운의 역사를 가로막고, 이것을 도피하고 초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내세운 것이 신앙의 길인 것입니다. 그 신앙의 길은 어딜 가기 위한 것이냐? 개인생활의 행복의 터전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기말적인 비운의 역사를 초월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한 출발이기 때문에, 그 출발 당시부터 주장하는 것은 누굴 사랑하라고 하겠느냐? 인간을 사랑하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간은 지금까지 인간끼리 사랑해 나왔습니다. 자기를 중심삼고 자기들끼리 사랑했고, 혹은 자기의 종족끼리, 민족끼리 사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랑을 주장해 가지고는 반드시 실패의 역사가 올 것이라는 것을 하나님은 아시기 때문에 인간 끼리끼리 사랑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중심삼고 사랑해 나오라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 "네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눅 10:27)"는 출발적 지혜를 인간 앞에 제시하신 것입니다.

사랑의 길을 찾기 위한 것이 원리에도 약간 얘기되었지만 재창조의 역사인 것입니다. 사랑의 본질적 역사는 받고자 하는 역사가 아닙니다. 받고자 하는 역사였다면 천지창조는 출발도 못 했을 것입니다. 그렇잖아요? 하나님이 주기 위해서, 자기로부터 기원이 돼 가지고 흘러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는 데 있어서 이 단계적 창조 세계가 생겨난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주체적인 입장에 서 가지고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서부터 사랑이 출발하는데, 그것은 자기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자기가 전부 전체에 흡수돼 가지고 전체의 뼈가 되든가 살이 되든가 둘 중의 하나가 되기 위해서 가는 길이 사랑의 길입니다.

남자는 주체고 여자는 대상이기 때문에, 그 둘이 하나되어 가지고 하나는 뼈와 같은 존재요, 하나는 살과 같은 존재가 되어 일체되는 자리에서만이 비로소 사랑을 중심삼은 부부일신이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그래 가지고 부모를 중심삼고 자녀를 중심삼고 일신이 되는 것입니다.

일체적인 이념을 막연하나마 우리의 사랑을 중심삼고 말했지만, 그 사랑을 중심삼은 일체의 이념은 인간만으로서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만 가지고는 불가능합니다. 왜 그러냐? 현재 우리가 직시하고 있는 세계적인 문제 가운데 제일 문제되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청소년 윤리문제입니다. 20세 전후된 아들딸들이 부모를 불신합니다. 또, 새로 결혼한 사람들이 몇 개월도 안 되어 서로를 불신합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지금까지 인간을 중심삼은 가치의 내용을 제시해 나오던, 인륜도덕의 중심 표제이던 사랑이라는 문제가 여지없이 파탄되는 시대에 왔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사랑을 어디에서 찾을 것이냐? 찾을 길이 없습니다. 부부끼리에서 찾지 못하고, 부자간에서 찾지 못하고, 가정에서 찾지 못한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인간들이 기준으로 하던 사랑을 어디에 가서 찾을 것이냐? 다 잃어버린 때에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인간의 사랑을 찾더라도 마찬가지의 결과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위주한 사랑 가지고는 모든 것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