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집: 회고와 현재 1970년 12월 27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184 Search Speeches

하나님과 인간이 처해 있" 현재의 입장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떠나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중심삼고 과거를 생각하고, 자기를 중심삼고 현재를 생각하고, 자기를 중심삼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데 있어서는 나쁜 것을 중심삼고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좋은 일을 중심삼고 과거를 생각하려 하고, 현재를 생각하려 하고, 미래를 생각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좋은 과거를 가지고 나와야 되는 것이고, 현재에 있어서도 좋을 수 있는 입장을 개척해야 되는 것이며, 또한 그 이루어진 터전 위에 미래의 보람 있고 가치 있는 결과를 그리며 나아가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그 결과가 자기 자체의 생활뿐만 아니라 민족과 세계에 좋은 것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한 입장에 처해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인간들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가 생각하게 될 때, 우리 인간이 그러하듯이 하나님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 하나님 자신을 중심삼고 보게 되면 하나님 자신이 창조하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창조물이 설정되는 과정을 거쳐 창조목적 완성의 중심체로서 인간을 지으시던 과거를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원치 아니했던 타락의 결과를 가져온 뒤부터 지금까지의 비참한 복귀역사를 거쳐 나온 것을 생각하실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과거를 중심삼고 볼 때, 그 회고 가운데 잊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처음에는 물론 창조의 위업이 성사되어 나가는 결과를 두고 무한히 기뻐하셨겠지만, 무한한 소망과 무한한 기대를 가지고, 내일의 창조의 실현을 과시할 수 있는 중심인 사람을 보고 온갖 희망과 희열의 대상으로 바라보시던 기쁨의 한때가 있었겠지만 그러한 기쁨이 변하여 생긴 생각지도 않았던 이 엄청난 타락의 결과 때문에 천세 만세를 거쳐오면서 한스러운 투쟁의 역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될, 다시 개척자의 사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하나님 자신의 입장, 그것도 소망을 두고 하는 개척이 아니라 그 마음마음마다, 대하는 사사건건마다 슬픔을 개재시켜 슬픔의 한 고개를 넘을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고 나오시는 하나님이신 것을 생각하게 될 때, 그 과거는 회상하면 할수록, 회고하면 할수록 슬픔을 가중시키는 회상이요, 회고가 될 수 있었던 역사인 것을 우리는 짐작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천국복귀를 개척해 나오시는 하나님의 현재의 입장을 두고 볼 때, 과거와 현재가 다른 것이 무엇이냐? 오늘날 이 넓은 천지 가운데에는 수많은 종교인들이 있고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에 지금까지 슬픔을 지니고 나오신 하나님 앞에, 과연 에덴 동산에서 잃어버린 하나님의 소원을 되찾아 드릴 수 있는 종교단체나 혹은 그런 종교를 믿는 자녀들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면, 막막한 현재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재에 계신 하나님은 기쁜 하나님이 되시기는 커녕 도리어 슬프신 하나님, 소망을 가질 수 없는 하나님, 낙망 속에서 후회하시는 하나님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