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집: 찾아오시는 아버지 1960년 05월 22일, 한국 전본부교회 Page #216 Search Speeches

기도

마태복음 25:29-46

아버지, 저희들의 어려움 때문에 무한히 눈물을 흘렸던 것을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어려울 때는 이를 갈며 가슴을 쥐어뜯곤 하였습니다. 이것이 아버님 앞에 얼마나 용납받을 수 없는 처신이었던가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이런 일은 하늘의 슬픔을 잊은 배반자에게나 있을 법한 일로 하늘의 슬픔을 아는 무리에게는 꿈에도 당치않은 일인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기 도]

슬퍼도 기뻐하고, 어려워도 기뻐하고, 죽더라도 감사하는 것만이 아버지 앞에 조금이라도 자기의 책임을 하는 것이며, 찾아오시는 아버지의 형상 앞에 부끄러움을 피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았사옵니다.

지금부터 2천년 전, 택해 놓으신 이스라엘을 품기 위하여 오셨던 그리스도의 성상을 저희들이 다시 한 번 회상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저희들이 어떠한 자리에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옵니다. 저희들이 어느 한때에 찾아오신 아버지를 맞이하였고, 굶주린 아버지를 잡숫게 하였으며, 목마른 아버지를 마시게 하였으며, 헐벗은 아버지를 입게 하였으며, 어려우신 아버지를 찾아보았으며, 병든 아버지를 방문하였습니까? 그런 자리가 언제나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는 자리라 하셨사옵니다. 황공하옵니다. 당신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행한 것이 곧 당신께 행한 것이라 하셨사옵니다.

아버님, 저희 자신만으로는 뜻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저희 개체 외에도 전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희들이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 모습은 하늘에 대한 염려로 가득 찼사오나 그 누구도 그를 바라보며 염려해 주지 않았사옵나이다. 아버지의 뜻 하나만을 위하여 30여 년의 생애를 기울였고 그것만을 생애의 표준으로 삼고 나가셨으나, 그 심정을 알고 '당신은 수고하셔야 할 분이 아닙니다' 하고 위로해 드리고 안식시켜 드린 자가 아무도 없었사옵니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고을에서 저 고을로 쫓겨 다니시던 예수의 심정,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시면서도 지친 다리를 끌고 한스러움을 풀기 위하여 감람산 기슭을 거니시던 그 처량한 심정을 저희들도 몰랐사옵니다.

저희는 전체의 제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사옵고, 대(大)를 위하여 소(小)를 희생하는 것이 역사적이 철칙인 것을 알았사옵니다. 더우기나 천적인 섭리의 뜻을 세우기 위해서는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을 알았사오니, 자신의 슬픔을 억누르고 아버지의 슬픔을 더 염려하며, 자신의 걱정을 억누르고 아버지의 걱정을 더 염려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억누르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더 염려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런 아들딸이 된다 할진대, 하늘의 심정이 같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라고 하는 말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해보았으나 진정한 주의 모습을 알지 못했던 저희였음을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독생자라는 말은 귀가 닳도록 들었사오나, 독생자의 처참한 사정은 들어본 적이 없었사옵니다. 하늘이 영광의 구원섭리를 만민에게 무조건 허락한다는 엄청난 말은 많이 들었사오나, 아버지를 따라 나가던 믿음의 왕자인 예수의 모습에 대해서 저희들은 몰랐사옵니다.

아버지, 이제 저희들은 누구를 본받겠습니까? 어떠한 교단의 지도자를 받을 것도 아니었고, 어떠한 교회의 지도자를 본받을 것도 아니었사옵니다. 그들은 믿을 수 있는 자가 못 됨을 알았사옵니다. 저희들은 믿다가 낙망도 많이 해 보았고, 힘을 다하여 정성을 기울였으나 그 정성마저 유린당한 저희들이었습니다.

자신의 고통이 있을 때 당신을 저버리던 저희였고, 자신의 슬픔이 있을 때 당신 앞에 아뢰던 저희였고, 자신의 억울함이 있을 때 이 억울함을 맡아 달라고 당신 앞에 호소하던 저희였습니다. 이것은 효자의 도리가 아니고 충신 열녀의 도리가 아닌 것을 알았사옵니다. 저희가 슬픈 자리, 죽음의 자리에 처하는 일이 있더라도 당신이 억울함을 당하고 계신다면 그 억울함을 짊어지려고 하는 모습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될 저희들인 것을 알았사옵고, 저희가 땅 위에서 서기 힘든 어려운 자리에 서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 그런 자리에 계시다면 그 자리에 계시지 않게 해드려야 할 저희들인 것을 알았사옵니다.

이제 마음을 헤쳐 놓고 의지할 것은 교회도 아니고, 어떠한 교회의 지도자도 아니고, 교단도 아니고, 이 땅 위의 어떠한 정치적인 지도자도 아닌 것을 알았사옵니다. 역사에 숨어 있고 시대에 몰리고 있는, 깊은 심정을 지니신 주의 성상을 모시는 것만이 이 시대의 신앙자가 해야 할 일임을 저희들은 느끼고 있사옵니다.

아버님, 이제 더 무슨 말을 하오리까? 이 시간, 마음으로 당신을 대신하는 아들이 되고 딸이 되겠다고 맹세하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좋겠사옵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제까지 외친 것이 무슨 소용이 있사오리까?

어느 한날 그와 같은 동지를 하늘이 그리워하지 않은 때가 있었사오며,어느 한날 그러한 동지가 핍박받게 될 때 하늘이 그의 편이 되지 않은 때가 있었사옵니까? 쓰러지는 자리에서는 같이 쓰러지셨사옵고, 한탄하면서 싸우는 자리에서는 같이 싸우신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기에 그런 자리에서도 주라고 부를 수 있는 외로운 모습이 도리어 그립사옵니다. 이와 같이 의지할 바 없이 한스러운 이 땅을 저버리고 아버님만을 붙들려는 심정의 동지가 되기 위해 애쓰는 무리를 아버님께서는 몹시도 그리워하신다는 사실을 저희들이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이들의 마음문을 여시어서 당신이 임하시옵고, 복귀노정에서 맺힌 당신의 한을 푸시옵고, 저희들이 마음으로 아버지를 모시는 기쁨과 영광이 이 세계 온 천지의 만물에게까지 미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날을 아버지께서 무한히 고대하신다는 것을 알았사오니, 저희들도 그날을 위하여 싸우고 또 싸우며, 울고 또 울며 나아가는 자들이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아버님, 오늘 이들 앞에 섰사온데 무슨 말씀을 하오리까. 오라 하시는 당신의 음성을 듣고 가야 할 책임을 느낄 적마다 부족한 자신임을 아버지 앞에 아뢰지 않을 수 없사옵고, 사망의 물결을 막아야 할 적마다 아버지의 권고를 듣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아버지를 모시는 영광의 제단까지 '나는 이렇게 아버지 앞에 충성하겠습니다' 하는 마음의 기준을 세워 달려나갈 줄 아는 저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원하옵나이다.

이제 여기에 나온 아들딸들, 이들은 누구를 따라가는 자가 되지 말게하여 주시옵소서. 먼저 자기의 마음을 통하여 느껴지는 천적인 심정에 끌리어 갈 줄 아는 자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진정한 자, 진실한 자에게는 지도자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천륜은 내 양심과 더불어 영원한 스승으로 계신 것을 알았사옵고, 영원한 주인공으로 계신 것을 알았사옵고, 영원한 신랑으로 계신 것을 알았사옵니다. 가까이 있는 하늘이 부여하신 본연의 그 자체, 당신을 높이는 내 본연의 자체를 찾기에 급급해야 할 자신인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 시간 모든 말씀을 아버지의 것으로 친히 맡아 주관하여 주시옵고, 저희의 생명을 당신 것으로 하여 주시옵고, 당신이 친히 주관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드리면서, 모든 것을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상대적인 세계에 그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었사옵니다. 그러기에 예수도 천국이 네 마음에 있다 하시며, 내가 너희 안에 있고 너희가 내 안에 있기를 고대하신 것을 아옵니다. 이 마음을 넓히시옵소서. 이 몸을 낮추시옵소서. 넓히고 낮추어야 할 저희의 마음과 몸이 것을 알았사옵니다. 이 한 가슴에 한을 품었다 할진대 이것도 잊어버리고 넓혀야 할 것을 알았사옵고, 원수를 대하여 미움이 싹틀 때에도 마음을 넓혀 잊어버려야 할 것을 알았사옵니다.

수고하고도 보수를 바라지 않고 몰아치는 억울한 자리에 처할지라도 복을 빌어 주어야 할 노정인 것을 알았사옵니다. 하늘이 왜 이런 길을 가라고 하시는가도 알았사옵니다. 하늘이 이렇게 가셨기 때문이요, 그래서 이렇게 오라고 하시는 것이 원칙인 것을 알았사옵니다.

예수는 만왕의 왕으로 이 땅 위에 오셨사오나 만주의 주 되신 모습을 낮추시어 죄인의 발을 씻어 주셨사옵고, 죽음의 무리를 위하여 피를 흘리셨사옵니다. 이제 저희들, 숭고한 그 인격 앞에 머리 숙이고 감격하여 말을 잃은 채 한없이 흐느껴 울 줄 아는 아들딸이라도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그런 무리가 필요한 것을 알았사옵니다. 말 많은 세상에서 당신의 사람을 찾는 일은 많았사오나, 말로써 아버지 앞에 인연된 적은 없었던 것을 알았사옵니다. 오로지 심정만으로 되어질 것을 저희들이 알고 있사오니 여기에 모인 당신의 아들딸들, 이제 자기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립고 보고 싶은 그 마음은 아버지 속에 있게 하여 주시옵고, 애달픈 그 심정은 저희의 가슴 깊이 숨겨져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아버지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자, 예수와 성신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자, 선한 일을 위하여 죽어간 선지선열들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로지 심정을 대신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증거의 아들딸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어려운 길, 험한 고비를 다 지내고 당신 앞에 무릎을 꿇은 아들딸들이오니, 이 시간 축복하여 주시옵고 분부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많은 말씀을 하였사온데, 이제 또 무슨 말씀을 하오리까. 친히 맡아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전하는 자의 마음이나 대하는 자의 마음이 하나가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고, 하늘이 동하면 동하고 정하면 정하여 심정적인 인연을 맺고 돌아갈 수 있는 아들딸들이 되고, 심정적인 인연을 그 마음에 옮겨 주고 기뻐하실 수 있는 아버지가 되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이 시간 같은 심정으로 머리 숙인 수많은 형제들 위에도 같이하여 주시옵기를 부탁드리면서,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