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집: 나라의 뿌리와 향토애 1988년 08월 28일, 한국 한남동 공관 Page #101 Search Speeches

절대 신세지지 말라

또, 누구 신세지지 말라구요. 절대 신세지지 말아요. 독자적으로 해라 이거예요. 알겠어요? 「예」 신세 안 진다는 게 뭐예요? 앉아 가지고 편안하게 생활하지 말라 이거예요. 고생하라 이겁니다. 불쌍한 집에 저녁 때 가서 먹을 것이 없거든 쓱 가서 동냥해다가 도와주고 그러라는 거예요. 그거 싫어요? 해봤어요? 안 해봤지요, 그건? 못사는 사람 있으면 자원봉사하는 선생들 열 명이면 열 명을 데리고 동냥 자루를 둘러메고 어디에 가 가지고 동냥을 해서 한 달 먹고 뭘할 수 있게끔 해주는 거예요. 그런 게 수치가 아니예요. 그게 위대한 거예요.

선생님 자신도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이 안 해본 것이 없어요. 거지 노릇까지 다 해봤다구요. 밥도 얻어먹고 별의별 짓 다 했다구요. 그게 창피한 게 아니예요.

여러분들이 대학을 나왔으면 다 선생의 자리에서 남과 같이 호사하고, 떵떵거리고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는 것인데,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들이 땅을 바라보면서 땅하고 친구하고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고 산다는 사실이…. 그렇게 살면 땅이 나를 쳐들어요. 땅이 다 들어 주는 거예요. 악돌이들은 높아지면 땅이 내려가게 하지만, 우리는 땅이 받들어 주는 거예요. 선생님 역사가 그렇지 않아요? 땅이 받들어 주는 겁니다.

지금까지 일하던 대로 죽지 말고 살아서 옛말을 할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그렇습니까?' 하면 `그렇습니다' 할 수 있고, 어린이들까지 `그렇습니다' 할 수 있는 전통을 남기면 거기에 틀림없이 비석이 설 겁니다. 알겠어요? `아무개 여사님' 하는 거예요. 여사님이 되는 거지요? 여사님. 젊어서 죽어도 말이예요. (웃으시면서 말씀하심)

저 누군가요? 열여섯 살 난 처녀 거 누구던가요? 「유관순」 유관순 아가씨예요? 「할머니」 「언니」 유관순 아가씨라고 그러나요, 여사라고 그러나요? 「언니요」 그건 너희들이 그러는 거지, 일반은 유관순 여사라고 하잖아? 아, 시집도 못 갔는데 여사라고 하고 말이예요. 「언니라고 합니다」 그건 너희들이니까 언니지. (웃음) 일반이 말할 때는, 글 쓰는 사람들이 유관순 여사라고 하지, 유관순 언니라고 해? (웃음)

이제 그럴 수 있는 기념비가 새겨진다면, 이다음에 영계에 간 선생님이 한국을 척 돌아볼 때 비석을 바라보고 말이예요, 가서 `야, 네가 옛날 수고하던 곳에 가서 비석 보고 왔다' 하면 여러분은 기분 좋겠나요, 나쁘겠나요? `홍실이 순녀 어디 갔니?' 하고 선생님이 불러 가지고 그런 말을 할 때 기분이 좋겠어요, 나쁘겠어요? 「좋습니다」 나쁘지 않지 않지 않지? (웃음) 그건 좋다는 거예요.

그렇게 알고 열심히 해야 되겠다구요. 남자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 닮았으니까 뭐 부탁도 필요 없지요. 그렇지요? 「예」 선생님은 뭐 누구, 어머니 아버지 훈시받아 가지고 했나요? 하나님도 나한테 훈시 하나도 안 했다구요. 부려먹고 못살게 하려고 했지.

하나님 대신 세상에서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하나님이 너 하고픈 것…. 칠십이 되도록 한번도 하고픈 것 못 해봤는데 내가 왜 이 길을 막고…. 내가 그럴 수 있는 자유를 준 거예요. 자유를 준 거라구요. 내가 세상에 없는 악마의 놀음을 하더라도 하나님은 다 눈감아 준다는 거예요. 악마야 될 수 없지만 말이지요. 세상에 전부 다, 사탄들이 전부 다 선한 사람을 학살시킨 것의 몇배나 악한 사람을 치더라도 사탄세계나 하늘이…. 선생님이 그런 것을 안 하니까 그렇지. 그렇게 알고 열심히 활동하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