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집: 21세기 한국의 비전과 남북통일 1986년 03월 20일, 한국 서울 힐튼호텔 Page #41 Search Speeches

'아카데미 가족' 이라" 말

지금 소개를 굉장히 하다 보니 내가 하늘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높은 자리에서 여러분을 내려다보고 얘기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은…. 교수님들은 단상에서 매일같이 말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의 사정을 잘 알 거예요. 높은 자리에서 말하기가 심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서 어떻게 뛰어 내려오느냐 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 선생님들이 나를 끌어내려 주는 놀음을 해줘야 되겠다는 겁니다. 그렇잖아요? 음악을 하더라도 높은 소프라노를 계속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높은 데 올라가 있는 나를 여러분들이 발 밑창으로 끌어내려 주면 좋겠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입니다.

오늘 저녁에 이렇게 모인 이 모임의 주체는 평화교수협의회입니다. 그 협의회를 통해서 전남·북에 계시는 여러 고명하신 교수님들이 여기 참석하셨습니다. 나를 만난 것도 처음이고, 또 나를 이렇게 대하는 것도 처음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주제를 중심삼고 말하겠는데, 나는 아카데미 교수들 대해서 지금까지 말하기를 아카데미 패밀리, 아카데미 가족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역시 그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82개 국에 평화교수협의회가 있지만 그 나라에서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하고, 그렇게 가르쳐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저녁도 그 습관성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여러 선생님을 아카데미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딱 터놓고 높은 사람 낮은 사람 없이…. 그렇잖아요? 한 식구가 아침에 모여서 식사할 때, 할아버지 식사하는 방법, 할머니 식사하는 방법, 아버지 식사하는 방법, 어머니 식사하는 방법, 더 나아가서 손주나 애기들이 먹는 방법이 다를 게 없습니다. 입에 넣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지 마시고 터놓고 형제와 같이….

여러분을 연령으로 보게 되면 내 윗분 되시는 몇 분도 계시리라 봅니다. 곽교수님 같은 양반은 내 윗분 되신다고 보는데…. 또 그다음에는 내 연갑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내 아래 되는 사람도 있다고 보는 거예요. 내 나이 지금 예순 일곱입니다. 이만하면 나이 많은 사람으로 보는 것 아니예요? 이제 뭐 죽더라도 누가 동정할 사람이 없을 만큼 많이 산 연령이다 그 말이예요. 그러니까 말을 해도 뭐 조심스럽게 말할 단계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그거 용서하시고 말을 좀 들어 보시라구요. 그러시겠어요? 그러시겠다면 말을 하고 그러지 않으시겠다면 말고…. (웃음, 박수)

나이가 많으면 말이예요, 말할 때 목이 자꾸 마른다구요. 입이 마른다구요. 그러니 용서하세요. (물을 드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