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집: 봄철과 인간 1970년 05월 03일, 한국 통일동산 (구리시 교문동) Page #118 Search Speeches

절기와 인생

`봄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꽃을 연상하게 됩니다. 또 나비와 벌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새로운 것이 소생되는 계절을 연상하는 것입니다. 또 봄철은 일년 중에 영광을 상징한다는 것도 연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봄을 즐거워하지 않는 만물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한때를 위해서 준비했던 것을 드러내 보이는 잔치의 계절이라고 볼 수 있는 때도 봄인 것입니다.

이러한 봄날과 우리 인간과의 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입니다. 봄은 봄 자체로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봄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봄이 있기 전에 반드시 겨울이 있어야 되고, 겨울이 있기 전에 가을이 있어야 됩니다. 또한 가을이 있기 전에 여름이 있어야 되고, 여름이 있기 전에 봄이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거꾸로 올라가서 생각해 볼 때, 봄은 언제나 순환해서 다시 찾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단 한번밖에 없는 잊을 수 없는 봄절기는 언제냐? 여기에서 말하는 봄절기는 오늘 우리가 맞는 계절적인 봄절기가 아니라 인생 자체를 중심삼고 보는 봄절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인생을 중심삼고 볼 때 봄절기는 사춘기 시대를 지나가는 과정에 있는 청년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인간의 행로는 청년시대, 장년시대, 노년시대로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도 봄절기와 같은 청년시기가 있고, 여름 절기와 같은 장년시기, 가을절기와 같은 노년시기, 겨울절기와 같은 침울한 죽음길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인간의 일생 자체가 춘하추동과 같은 행로라는 것을 우리들은 연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것을 좀더 범위를 넓혀서 인류역사를 중심삼고 본다면, 오늘 우리 인류가 살아나오는 생활에서 과연 봄절기는 어떠한 때냐? 우리 인간은 그 범위를 모르고 있습니다. 또 봄절기가 있었으면 여름절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여름절기가 언제냐고 할 때 그 여름절기를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을절기가 언제냐고 할 때에도 가을절기를 예상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어느 때가 가을절기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면 반드시 겨울이 올 것입니다. 또 겨울이라는 고개를 넘어서야만 다시 봄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우리 인생 행로나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생각해 보게 될 때, 오늘날 봄이라는 기쁨의 환경을 맞으려면 그것을 맞이하기까지의 노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 봄이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겨울절기를 지내야 되고, 겨울절기를 지내기 위해서는 가을 절기를 지내야 됩니다. 또한 가을절기를 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봄절기와 여름절기를 거쳐와야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운명길을 타개한 권위를 갖지 않고는 봄절기를 맞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미루어 볼 때, 과연 우리 인생의 봄절기가 어느때일 것인가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인간 생활에서나 혹은 인류 역사상에 인간의 봄을 노래한 때가 있었느냐? 또 여름을 찬양하는 때가 있었으냐? 그러한 때가 없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다음엔 봄으로부터 소생해서 장성해 가지고 결실을 자랑하면서 가을을 찬양할 때가 있었느냐 할 때, 우리는 그런 때가 있었는지조차 확실히 모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역사상의 수많은 인간들이 그것을 모르면서 운명길을 더듬어 왔기에 이제는 최후의 공포의 때를 맞이하는 시점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만일에 이 천지를 창조하신 창조주가 있다면 그는 반드시 봄절기에서부터 인간을 출발하게 하셨을 텐데 그 봄절기는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 인간들은 이것을 찾지도 못할뿐더러 생각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또 여름 절기는 어디에 있으며, 가을절기는 어디 있느냐? 또 가을을 맞이하여 다시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갖춘 하나의 인생으로서 결실된 그 자체는 어디에 있느냐? 이러한 문제를 반문해 볼 때, 인류역사 노정에서 그것을 찾았다거나, 또는 그것을 알았다는 입장에 서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이 천지를 창조한 창조주가 인간에게 필히 주어야 할 봄절기는 어느때일 것이냐? 아니면 이런 때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매년 변함없이 찾아오는 봄절기를 맞을 수는 있으되, 우리의 인생의 봄절기를 맞을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할 사람이 있느냐? 이런 문제를 놓고 볼 때에 자신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이 땅 위에 있겠느냐? 이것을 종교적인 입장에서 우리 인류가 타락한 존재라는 것을 규정짓고 살펴보면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