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집: 나를 알자 1986년 01월 21일, 한국 본부교회 Page #142 Search Speeches

철학의 길과 종교의 길

그러면 철학이라는 것은 뭘하는 것이냐? 이것은 사고방식을 통해서, 생각을 통해 가지고 하나님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을 찾아 나가는 것입니다. 철학의 최후의 종착점은 신을 발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신은 어떠한 신이냐? 절대적인 신, 불변의 신, 유일의 신입니다. 신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그 신은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인격적 신이어야 됩니다. 우리 인간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모든 안팎을 갖추고, 뜻을 갖추고, 이상을 갖춘 인격적 신이어야만 되겠다는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통할 수 있는, 정서적인 면이나 뜻적인 면이나 혹은 지식적인 면에서 우리 인간과 통할 수 있는, 완전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신이 아니고는 아무리 신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와는 완전히 상관을 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인격적 신이 되어야 한다는 표제 밑에서 철학은 숭상 안 해왔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철학이 추구하는, 바라는 신을 발견했느냐 하면 발견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여러분이 알다시피 중세의 신본주의, 기독교 사상을 중심삼은 로마 교황을 중심삼아 가지고 세계를 통치하던 그때를 막연한 입장에서 신본주의 사회였다고 말하지만, 그때 신을 완전히 아는 입장에 선 것이 아니라구요. 신을 완전히 몰랐기 때문에 기독교 몰락도 벌어진 거라구요. 그래서 이러한 역사적인 부조리를 남긴 채 인본주의 사상, 휴머니즘이라는 것이 시작되어 가지고 떨어져 내려온 거예요. 그 신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이에요.

그래서 '인간이 제일이다' 하고 인간 만능을 주장한 거예요. 힘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고, 별의별 것을 다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신을 대신할 수 있는 자리에 서야 된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인간 제일주의로, 인간이 신을 대신할 수 있는 불변의 이상세계를 실현한다는 것은 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본주의의 몰락에서부터 물질만능주의, 지금에 와선 물본주의라 할까요? 이런 물질만능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의 실용주의자들, 오늘날 공산세계의 유물론자들로 떨어져 내려와 가지고 '신은 죽었다. 신은 없다'고 결정지어지는 현시대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종교라는 것이 뭐냐? 종교는 뭐냐? 종교는 이미 신을 발견해 가지고 신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종교세계에서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이미 신을 만나 가지고 신으로부터 살기 위한 길을 개척해 나가는 거예요. 사는 데 있어서 신을 중심삼은 개인적 삶의 길, 가정, 사회, 국가, 세계적 삶의 길, 이상적 삶의 길을 추구해 가는 것이 종교입니다. 이렇게 달라요. 철학과 종교가 다르다구요. 철학은 신을 발견해 가지고 그 다음에 살 수 있는 길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종교는 철학 위에 서 가지고, 철학의 한계를 넘어서 신을 모시고 사는 길을 취해 나가는 길이다 하는 것을 여러분들이 확실히 알아야 된다구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여러분이 알고 있는 세계적 종교 지도자들의 역사적 배경을 보면 훌륭한 사람이 없다구요. 훌륭한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 석가 같은 양반은 물론 왕자로 태어났지만 그가 그 시대에 학술에 능통해 가지고 학자의 입장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버리고, 다 부정하고 입산수도해 가지고 '인간이 무엇이냐?' 하는 무의 경지를 찾아들어가는 전통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또, 기독교를 보더라도 예수가 훌륭한 사람이 아니예요. 예수 자신을 보게 되면 뭐 국민학교도 못 나왔다구요. 그다음에 마호메트 같은 양반도 그렇다구요. 그는 상인의 경력은 가졌지만 뭐 공부했다는 역사가 없는 사람이라구요. 유교를 봐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유교는 여러 사람들이 사상을 편성해 가지고 나타났지만 그 배후에, 그 시대의 모든 지식인들이 환영할 수 있는 자리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걸 볼 때 그 시대의 모든 지식인들이 환영하는 환경으로부터 세계적 종주(宗主)들이 시작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 시대에는 부정을 당했다는 거지요. 전부 다 그랬다는 거예요. 그 시대에서는 환영을 못 받았어요.

그러면 무엇을 중심삼고 이들이 출발했느냐? 신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게 다른 거예요. 예수님이 말하기를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아들인지 뭔지 모르는 가운데 신과 직접적인 상관을 맺고 보니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자각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과 얼마나 차원이 다른 자리에 있느냐는 거예요. 그 세계는 신비스러운 경지, 일반 상식자로서는 미칠 수 없는 그런 경지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거예요.

그러면 종교는 뭐냐? 신을 만나 가지고 신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예요. 살아가는 길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길이 있지만 이상의 길, 유토피아적인 길이라는 거예요. 최고의 신의 이상임과 동시에 신의 이상과 내가 동반할 수 있는 이상의 길을 찾아가자 하는 것이 종교의 길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