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집: 고향 1989년 02월 12일, 한국 본부교회 Page #307 Search Speeches

외로울 때 찾아 주고 위로하" 것이 귀하다

이렇게 볼 때, 사람이 어떻게 될 줄 알아요?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요? 내가 지금 서울에 와 있으면서 잊을 수 없는 부인이 한 사람 있어요. 송씨 부인이라고 못사는 부인이예요. 그때 셋방에서 딸 하나 데리고 사는데, 뭐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예요. 딸 하나하고 사는데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해 가지고 겨우 밥을 먹고 사는 거예요. 그런 송씨 아줌마라고 있었어요.

이 아줌마가 말이예요, 그렇게 어렵게 살면서도 내가 학생시절에 하숙하고 있으니까, 하숙집에서도 아침 주고 점심 주고 저녁 주면 그만 아니예요? 학생들은 그것 먹고는 배가 고프다구요. 그걸 알고 말이예요, 자기가 뭘 팔다 남으면 갖다 먹여 주려고 그래요. 왜 그러느냐고 하니까, 자기 동생이 있었대요. 나와 비슷한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생각난다는 거예요. 저분이 여기 와 있는 것이 남같지 않다는 거예요. 거 아마 영적으로 무엇이 있었는지 모르지요. 이래 가지고 뭐가 생기면 자기 입에 들어가야 할 텐데 이 손이 이리 간다는 거예요. (웃음) 그러면서 늘 그 아주머니가….

내가 학생때는 늘 점심을 안 먹었습니다. 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예요. 수양하는 자들은 일생을 통해서 평상시에 수양해 놔야 된다 해 가지고…. 그때 학교 다니면서 주일학교 학생들도 지도하고 다 그랬거든요. 흑석동 교회에서도 그랬고, 서빙고 교회에서도 그랬어요.

그때는 한강이 얼어 가지고 밤에, 추우니까 강이 얼어 가지고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뺑! 지지지지지…' 그런다구요. 그러면 혼자 있으면 무섭다구요. 그런 한강을 건너 다니면서 서빙고에 있는 주일학교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내가 주일학교 학생들을 잘 가르쳤지요. 지금은 얘기를 재미있게 못 하지만 그때는 재미있게 했던 모양이예요. 내가 눈물을 흘리고 그렇게 되면 전부 다 엉엉엉엉 하면서도, 매번 울고 야단하면서도 말이예요, 한번 울었으면 기가 막힐 텐데, 그만 울게 해 주기를 바랄 텐데 또 해달라는 거예요. 따라다니면서 말이예요. 그렇게 얘기해 주고 했어요. 그러면서 다니던 일….

그런데 하루는 뭐냐 하면, 합동예배를…. 몇 시간 됐나? 한 시간 되었나? 이제 한 시간밖에 안 됐어요? (웃음) 한 시간 20분인가? 아, 20분부터 시작했는데, 20분 가까이, 17분부터 시작했는데. (웃음) 「돌아가야 할 시간이…」 아, 내가 알고 말하는 사람이야. (웃음) 아, 이래 가지고 이제 합동예배를 보는 거예요. 그때는 나도 총각시대입니다. 나는 어떤 색시를 얻을까, 하늘이 원하는 형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꿈이 부풀었던 시대예요.

그래 가지고, 점심도 안 먹고 주일학교 학생들, 두 곳의 학생들을 모아 놓고 말이예요, 점심 때 선생님이 없어졌거든요. 자기들하고 같이 안 먹거든요, 점심을 안 먹으니까. 그래 혼자 가 가지고…. 옛날 모래사장, 거기에는 자갈 치는 배가 있었다구요. 여기 서울 사람은 알 겁니다, 서빙고 앞강에. 이래 가지고 못을 쳐 가지고 또 맘에 안 맞으면 빼 가지고 이렇게….

거기에 자갈돌, 모래판이 있기 때문에 바람이 불게 되면 아주 고약하거든요. 그러니까 자갈돌 더미 사이의 모래판에 가 가지고 전부 다 모여 앉아 가지고 예배를 보고 다 그랬어요, 주일날이면. 그런데 점심때에 선생님이 없어졌다 이거예요. 나는 남이 점심 먹는데 저기 가 가지고 기도하는 거예요. 외로운 생활이 필요해요. 인간들의 동정을 받을 수 있는 생활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누나도 보고 동정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동정하고, 그 마음을 두고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생활을 해 가는 것이 도의 생활에 필요해요.

하나님도 보게 될 때 그렇지 않아요? 학생들이 점심 먹을 때 점심 안 먹으면 배 고픈데…. 거 왜 그러느냐? 밥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예요. 점심 먹을 수 있는 값을 쳐 가지고는 전부 다 불쌍한 사람을 도와줘요. 그런 놀음을 하느라고….

자, 그걸 아는 이 송씨 부인이 말이예요, 몇 번 그래도 번번이 찾아오는 거예요. 그래 벤또(べんとう;도시락)를, 어디 간다 하게 되면 내 벤또를 만들어 가지고 오는 모양이라. 이래 가지고…. 그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외로울 때 방문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다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끼리 좋아하는 것은 다 흘러가요. 그러나 어렵고 못 견디는 자리에 찾아주고 위로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다는 것, 그것을 거기에서 배웠어요.

그 송씨 아주머니는 얼굴도 잘 못생겼어요. 궁둥이가, 허리가 꾸부정하고 이 뽈때기가 고생하게 생겼지요. 그래 가지고…. 그 얼굴 가지고 뭘 나르는 걸 보면 밉지 않더라구요. 그런 모든 정서적인 면에 관계되어 있는 것은 잊혀지지를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