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집: 협회창립 제34주년 기념일 말씀 1988년 05월 01일, 한국 본부교회 Page #289 Search Speeches

사람은 가정을 '심삼고 평가돼

역사를 종적으로 보고 오늘날의 시대를 횡적으로 본다 할 때, 대한민국의 전통적 역사가 몇천 년을 내려오면서 그 몇천 년이 오늘날이라는 횡적 기반을 중심삼고 연결되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볼 때, 부모가 종적이라면 자녀들은 횡적 관계에 있어서 모순 상충이 없는 원만한 사랑의 핵이 되어야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는 과거의 모든 선조도 받아들이고, 앞으로 미래의 후손도 받아들이고, 현재에 살고 있는 모든 일족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가정을 중심삼고 삼촌이라든가 무슨 고모라든가 외가집이라든가 하는, 이런 관계 전체를 받아들이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결여되게 될 때는 부족한 표시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혼자 사는 남자는 불쌍합니다. 혼자 사는 여자도 불쌍해요. 부모 없는 사람도 불쌍하고 자식 없는 사람도 불쌍합니다. 그리고 자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남자만 갖고 있으면 안 됩니다. 남자만 둘, 셋, 넷 점점 아들만 낳는다면 그 집에는 걱정이 생기는 거예요. `이거 왜 자꾸 아들만 낳아, 딸이 필요한데! 딸 딸 딸' 똘똘 굴러 가지고 딸 딸 한다 이거예요. 딸, 딸을 원하는 거예요.

그걸 볼 때, 자식이 없는 가정에서는 천만 공을 들여서 자식을 얻으려고 하는데도 딸을 갖기 위해서 공들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거 이상하다구요. 아들 셋쯤 가지면 말이예요, 둘만 되어도 `다음에는 아들 낳으면 좋겠느냐, 딸 낳으면 좋겠느냐' 할 때, 대다수의 엄마 아빠들이 `딸!'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우리 맏딸 예진이를 봐도 말이예요, 아들을 둘 낳고 다음에는 뭘 낳으면 좋겠냐고 하니까 `물어 볼게 뭐예요? 딸이지요'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아들 둘 낳고 얼마 전에 딸을 낳았어요. 딸 낳은 지 며칠째인가? 닷새인가? 엿새째로구만. 이제 8일째지? 봉헌식 할 날이라구요. 딸 낳아 가지고 좋아할 거예요.

아들을 많이 가진 부모가 딸을 안게 될 때는 신기할 거예요. 전부 다 '아들 아들' 이랬는데 딸이 안기게 되면 말이예요. `아들' 하면 높게 보이고 `딸' 하면 내려다보이는 것입니다. `아들' 하면 넓게 보이던 게 `딸' 하면 좁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두 상대적인 관계를 거쳐 가지고 하나의 핵을 이루는 데 이상적 모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됨으로 말미암아 딸이 많은 집 어디를 가도 그 어머니 아버지는 거기에 가서 화합할 수 있고, 아들 많은 집에 가서도 화합할 수 있고, 또 부모 있는 집에 가서도 화합할 수 있습니다. 부모 없는 집도 물론입니다. 어딜 가더라도 이상형으로서 받아들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회에서는 가정을 중심삼고 사람을 평가하게 됩니다. 사회에서 그 사람을 평가하게 될 때, 그 사람이 아내가 있나 해서 아내가 있다 하게 될 때는 동그라미를 치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아들딸이 있나 해서 있게 될 때는 동그라미를 칩니다. 아들딸 가운데는 아들은 몇 사람, 딸은 몇 사람? 아들딸 할 때는 아들과 딸의 비를 같게 해야 된다구요. 그렇게 되잖아요? 아들딸에 전부 동그라미를 쳐야 됩니다. 그다음에 어머니 아버지에 동그라미를 쳐야 됩니다. 그래야 합격입니다. `우리집은 됐다' 그런다는 거예요.

더더우기나 할아버지 할머니들 가만 두고 보면…. 나도 할아버지가 되었어요. 나 같은 사람은 가정의 취미보다, 가정 제일주의보다는 세계제일주의를 준비했어요. 그러다 보니 가정주의는 저 담 너머에 넘어가서 끌려오는 것 같기 때문에 무관심하기가 일쑤예요. 그런데 요즘에는 나이 먹어 가니까, 아기를 낳다가 안 낳게 되니까 집안이 쓸쓸하더라구요. (웃음) 그 무엇인지 서운해요. 뭐가 점점 비어 들어오는 것 같더라구요. 이다음에 봐요. 그 말이 무슨 말인가 알거예요. 기분 좋게 웃고 있지만 선생님이 무슨 노망이나 했나 생각하지 말고. 사실이 그래요.(웃음)

옛날에는 그래도 집안에서 우리 엄마가 배가 불러 가지고 뭐 이러고 이러고 하며 타박을 해도 그것이 절망적이 아니었다 이거예요. 소망적이었거든요. `뭘 낳아 줄 거야? 지금까지 잘생긴 우리 아들딸 많이 낳았지마는 요번에 아이를 낳으면, 여자 아이를 낳으면 더 미인을 낳을 것이고 아들을 낳으면 더 미남자 낳을 것이다' 하는 희망이 간절한 거예요.